오시영의 세상의 창-망의 나라, 대한민국
상태바
오시영의 세상의 창-망의 나라, 대한민국
  • 법률저널
  • 승인 2012.05.04 1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2012년 5월, 전국 어디를 가도 “대한민국은 망(網)의 나라”이다. 아침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면 아파트 입구에서 시작되는 CCTV 감시망은 내 직장까지 따라온다. 직장에서도 복도를 오가거나,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점심식당을 다녀오거나 따라온다. 그리고 다시 퇴근길에 나서면 학교 엘리베이터 입구에서부터 시작되는 CCTV는 또 충실한 감시자가 되어 내 아파트 입구까지 따라온다. 참으로 지겨운 놈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철저하게 나를 따라다니는 놈을 본 적이 없다. 나를 좋아한다는, 혹은 싫어한다는 한 마디 말도 없이 끊임없이 내 뒤를 밟는 추적자이다. 완전히 무심한 놈이기는 한데, 언제 어느 순간에 내 목을 죄어올 압제자가 될지 모른다. 이렇게 우리 모두는 철저하게 사생활이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1984년의 조지 오웰이, 슈퍼바이저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의식하지 못하지만, 어딘가에서, 그 누군가는 CCTV에 찍힌 수많은 자료들을 수집하고, 분석하고, 저장할 것이다. 음흉하게 웃으면서 말이다. 무서운 세상이다. 어찌 보면 언젠가는 우리의 심장이 들여다보일 것이고, 우리의 영혼이 투과될 지도 모른다. 시꺼먼 뱃속이야 이미 다 들여다보이고 있는 세상이지만 말이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검찰의 망”에 걸려 결국 철창에 갇혔다. 교도소 안에서 창밖이 보이는 감방에 수감이 되었는지, 아니면 창밖이 보이지 않는 감방에 수감이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아마 고위공직자였음이 고려되어 조금이라도 환경이 좋은(?) 창밖이 보이는 감방에 배정되었을 확률이 높다), 만일 밤늦게 오늘 밤 달을 창밖으로 쳐다본다면, 음력 열나흘 둥근 달에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최시중씨는 老子에 나온 “천망불루(天網不漏)”를 일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산다는 말을 종종 하였다고 한다. 천망불루, “하늘의 그물은 너무 넓어서 다 빠져나갈 것 같지만 결국 그 망에 다 걸린다.”는 뜻이다. 죄를 지으면, 인간의 손아귀는 벗어날 수 있을지언정 하늘의 벌을 피해갈 수는 없다는 철저한 응과응보론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러니 세상을 평생 조심하고 살아야,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배운다. 그렇지만 저 말을 들으며 문득 궁금해지는 것은 최시중씨가 저 말을 자신을 위해 사용했을까, 아니면 남을 위해 사용했을까 이다. 그가 국가의 권력을 농단하며 세상질서를 어지럽힌 결과들이 속속 밝혀지는 것을 보면서, 어쩜 자신은 하늘 위에 군림하는 자로서, 천망불루를 지배하는 자쯤으로 생각하고 살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의아심마저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천망불루가 자기에게도 적용되는 진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감히 그리도 많은 부정부패의 연루자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하늘의 그물이 너무 넓어서 자신은 그 넓은 그물코에 결코 걸려들지 않을 것이라는 오만함이 극치에 달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한다.


아사달과 아사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현진건의 소설 무영탑에 보면 “저희가 아무리 기고 난들 그 천라지망을 벗어날 수가 있느냐?”라는 대사부분이 나온다. 천라지망이라는 말은 “하늘에 새 그물, 땅에 고기 그물”이라는 뜻으로, 아무리 애를 써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어려운 경계망이나 피할 수 없는 재액을 이를 때 사용되는 사자성어다. 우리 모두는 결코 완전히 깨끗할 수는 없다. 다만 깨끗하게 살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최시중씨 구속 이후 또 다른 실세로 불렸던 박영준 전 차관에 대한 구속이 코앞에 이르렀다. 검찰의 천라지망이 왜 여태 제기능을 하지 못하다가 이제야 부랴부랴 오년 전 일을 들추고 있는 것일까? 최시중씨도 옳지 않고 박영준씨도 옳지 않지만, 가장 옳지 않은 것은 바로 “대한민국의 천라지망, 천망불루인 대한민국 검찰”이다. 이런 사건들을 접하는 검찰의 행태를 볼 때마다 “왜 검찰은 그 이전부터 이런 정보를 어느 정도 수집”하고 있었음에도 이제야 수사를 개시하느냐는 것에 대한 비판적 생각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꼭 생선가게 생선이 썩어갈 때쯤, 살이 문드러지고 뼈가 으스러질 때쯤 나서서 녹슨 칼을 쓰느냐는 것이다. 비겁하기가 하늘을 찌른다. 왜 정권초기부터 이런 부정부패가 아예 발을 들여 놓지 못하도록, 정권 실세들에 대한 검찰기능을 제대로 수행했더라면, 대한민국이 이렇게 계속 썩지 않을 것이고, 언제나 싱싱할 것인데, 정권 초창기에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다가, 이빨 빠질 때쯤 되면, 마치 정의의 사도나 된 듯이, 천망불루의 심판자인 신이나 된 듯이 고개를 빼곳이 쳐들고 전후좌우를 살피는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 반복되는 아주 나쁜 버릇을 검찰은 언제쯤 그만 두게 될까? 참으로 한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검찰의 칼이 아무리 날카로운들 저 천망불루의 그물망 그물코 사이가 여전히 넓어 빠져나가는 사람이 부지기수일 것이지만, 또 다른 몸통과 머리통이 밝혀질 것을 기대하며 검찰수사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면서도, 거기에 인위적 조작이 가해져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 경고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검찰도 천망불루의 그물망에서 결코 배제된 사각지대는 아니기 때문이다. 권재진 법무부장관은 사퇴하여야 한다.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시절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부정부패사건의 혐의 중심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으면, 당연히 그는 법무부장관직을 사임해야 하고, 사임하지 않으면 국회에서라도 해임결의를 해야 한다. 어떻게 도둑고양이로 지목당하고 있는 사람이 생선가게 주인노릇을 하고 있을 수 있느냐 말이다. 뻔뻔스러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런 모순이 제거되지 않은 현실이 이명박 정권을 조롱거리로 삼는다는 사실을 이명박 대통령은 모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시치미를 떼고 있는 것일까?


정말 무서운 것은 힘을 가진 자의 무시전략이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교묘한 괴롭힘이다. 이명박 정권이 지난 4년 넘게 다른 의견을 가진 자들에 대한 탄압방식은 참으로 교묘했다. 예전 박정희 유신정권시대나 전두환 군사정권시대는 무식하게 사람을 붙잡아다가 두들겨패고, 고문하고, 협박하는 원시적 방법을 사용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현실이 지금 엠비시 월화드라마 “빛과 그림자”에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월화드라마 중 가장 인기 좋은 이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의 상대역인 “차수혁”으로 상징되는 독재정권은 걸핏하면 “대상자”를 정하여 밀실로 데려가 주먹으로 패고, 발로 차고, 의자를 집어던져 두들겨 팬다. 국가권력을 등에 업은 공인된 폭력 앞에 모든 사람은 “인간이 아닌 개돼지”가 되어 두들겨 맞고 또 맞는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빈다. 저 드라마 “빛과 그림자”가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그때 실제로 그러한 고문이 공공연히 자행되었던 사실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새누리당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한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전기고문, 고춧가루 물고문, 몽둥이찜질 등 야만적인 고문을 수없이 받았다.”고 대선출마직후 기자들게 공개했고, 그 이전에는 이재오 국회의원도 똑 같은 말을 했다. 김근태 전 국회의원에 대한 고문사실은 고문기술자로 불리던 이근안이 직접 형사처벌을 받았으니 더 명확한 것이고 말이다. 이처럼 박정희 유신정권이나 전두환 군사정권은 어찌 보면 조폭들처럼 대놓고 주먹질을 해대는 순진한(?) 고문방식을 취했으니, 모든 사람들이 이를 알고 격렬하게 민주화투쟁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저항이라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이런 식의 고문방식을 취하지 않으면서, 은근히 사람을 잡으니 괴롭기가 더한 것이다. 예를 들면 박원순 전 희망제작소 고문, 지금 서울시장에 대한 “국가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다든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을 통해 취득한 약점사실을 은근히 흘려 공기업의 임원들을 그만 두게 한다든지(그리고 나서 그 빈자리를 곧바로 자기들 사람으로 심는다든지), 고등법원의 적법한 배상금 조정결정을 황당하게 배임죄라며 얼토당토않은 누명을 씌워 정연주 케이비에스 사장을 모가지시켜 생계를 곤란케 하는 한편 복직소송에 매달리게 하면서 또한 형사고소하여 재판받도록 하여 에너지를 고갈시키고(해고시킨다든지 진을 뺀다든지가 정확한 표현방법이겠지만, 이런 경우에 저런 젊잖은 말을 쓰면 생생한 느낌이 안 살아나니까, 시인의 표현방식을 그대로 써서 모가지를 시키고, 찐을 뺀다고 말에 강세를 넣는 것이다), 수많은 다른 의견을 가진 자들을 부당해고시켜 법원에서 무효판결이 났음에도 이미 다른 사람을 그 자리에 앉혀 법원판결 승소자가 사실상 출근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거나 재판받는 도중에 임기가 경과되도록 하여 “사실상 죽이는 방식”을 주로 사용하는, 아주 교묘하고 고차원(?)적인 고문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정말 합법을 가장한 사실상의 불법을 공공연히 자행하면서, 뒤로는 저 이상한 사람들로 하여금 수많은 불법과 부정을 저지르도록 방임하고 조장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정말 검찰이 권력의 하수인이 아닌, 국민에 대한 충복이라고 한다면, 어찌 지금의 이런 사태가 계속해서 반복되겠는가 말이다.


전 방송통신위원장 최시중씨는 재임기간 동안 4대종편으로 상징되는 “대한민국 모든 방송망”을 쥐고 흔들었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자기 마음대로 흔들어지는 “망”이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감히 천망불루를 좌우명으로 삼고 산다고 떠들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그 천망불루가 천라지망이 되어 검찰의 망에 걸려들었으니, 그래서 구치소 철창안에 갇히게 되었으니, 참으로 격세지감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방송망을 쥐고 흔드는 케이비에스 김인규 사장, 엠비시 김재철 사장, 연합뉴스 배석규 사장은 언론인들의 장기파업투쟁에도 멀쩡하다. 여전히 방송망을 쥐고 흔든다. 하지만 어찌 대한민국 방송망이 크다 한들 천라지망보다 클 것이며, 천망불루를 빠져나갈 수 있겠는가? 언젠가 검찰의 망에 걸려들 일이 밝혀질지도 모른다. 하여튼 세상만사가 다 망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망하면 안 된다. 公私多亡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망망대해를 뻗어나가 세계로 향하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 하여튼, 2012년 대한민국은 망이다. 망, 망, 망......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