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사법시험 점진적 폐지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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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법시험 점진적 폐지에 대한 단상
  • 법률저널
  • 승인 2012.05.0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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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지난달 25일 제54회 사법시험 제1차시험 합격자 1,001명이 발표됐다. 지난해 1,447명보다 446명인 30.8%포인트 줄어들었다. 최종 선발 인원이 지난해 700명에서 올해 500명으로 줄고 내년에는 300명으로 감축되기 때문이다.


선발 인원 감소에도 불구하고 시험준비생들은 크게 줄지 않는 상황에서, 응시생들은 최대한 많이 뽑아주길 내심 기대를 많이 했다. 일부 수험생들은 법무부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합격자 인원 확대를 주문했고 특히 한 수험생은 애틋한 장문을 통해 법조인력과장을 설득했다.


그는 “재시 이상 수험생들이 많이 남아있다. 이들은 분명 그냥 아무 가치없는 인력이 아닐것”이라며 “사법시험이 존치하는 동안은 우수한 인력이 계속 배출될 수 있게 그리고 그들이  과장님처럼 어려운 사법시험의 합격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법조계에서 많은 좋은 일을 할 수 있게 신경써 달라”며 1,200명 선발을 호소했다.


수험생이 아닌 기자로서도 참으로 호소력 짙은, 상당수의 사시생들이 공감하고도 남을 명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호소는 공염불에 불가했고 결국 이 보다 정확히 199명이 적은 1,001명이 합격했다. 일각에서는 적지도 많지도 않는, 적정 인원이라며 반겼지만 소수점이라는 근소한 차이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수백명의 수험생들은 눈물나게 서러웠을 것이다. 새롭게 출범한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에는 그렇게도 각별하게 신경 써 주면서 왜 이렇게 사법시험은 푸대접하는가 라며 분을 삭이지 못한 수험생들도 적지 않았다.


내년에도 최종 선발인원이 300명으로 줄어든다. 이들의 심정이야 오죽할까.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일이다. 내년 시험을 위해 또 다시 1차 수험서를 잡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등 몇몇일 밤잠을 설치며 울었지 않나 싶다.


하지만 이미 금년 시험은 버스가 지나가 버린 셈이다. 되돌릴 수 없지만 내년 1차시험에서는 더 많은 합격자를 뽑아 달라고 법무부에 일치감치 주문하고자 한다. 아니, 이미 예고된 사항이지만 가능하다면 최종 선발인원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유는 딱 하나다. 우수한 실력자들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결코 법학실력만은 절대 다수 로스쿨생들이 넘보지 못할 고수들이 그 실력들을 더 이상 써 먹을 기회마저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문대로 “충분한 유예기간과 기회를 제공했다”고 혹자는 기자의 주문을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반론도 타당하다고 본다.


법과대를 졸업하고도 평균 4~5년을 공부해야만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을 10년간 유예를 주었다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가 놓쳐 버린 것은 유예다운 유예가 아니었다는 생각이다. 선발 인원을 동일하게 유지한 것이 아니라 800명, 700명, 500명, 300명…으로 줄이는 점진적 유예는 이들에게 너무 잔혹하다는 판단에서다. 소위 고수들에 대한 인력 낭비가 아닐 수 없다.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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