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이 바라본 국내 핵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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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이 바라본 국내 핵시설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12.04.1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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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지난 3월 서울에서 핵안보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채택된 서울 코뮤니케에는 핵물질과 원자력 시설에 대한 방호 및 불법거래 대응 뿐 아니라 원자력 안전과 핵안보와의 관계, 방사성 물질의 방호 조치가 새롭게 포함되어, 원자력 시설 안전 문제가 국제사회의 우선적 현안임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국제적 동향과 주최국으로서의 이름에 무색하게, 지난 2월 발생한 고리원전 1호기 정전 사고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한수원’)의 안전불감증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1호기 전원이 끊겼는데도 비상디젤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았고, 이 경우 대체교류 디젤발전기(ACC)를 가동해야 하는데도 이러한 과정없이 외부 전원을 연결했다. 후속조치에 있어서 비상운전 매뉴얼대로 ACC를 작동했더라면 전원을 좀 더 빨리 복구할 수 있었음에도 담당직원들이 ACC작동법을 몰라 복구가 지연되었다. 더 심각한 사실은 원전 운영자인 한수원이 사고 사실을 아무에게도 보고하지 않고 은폐를 시도한 것이다. 원자력안전법 제92조는 원자력관계사업자는 원자력이용시설의 고장이 발생한 때에는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이 정하는 안전조치를 하고 그 사실을 지체 없이 대통령 직속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는데, 한수원은 이러한 법령상 의무를 명백히 위반했다.


원자력발전소의 완전 정전은 단순한 정전이 아니라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본 것처럼 냉각수 순환 정지로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초대형 사고로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지진·해일 같은 천재지변에도 전력 공급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이를 위해 고리 1호기에도 외부 전원 2개 라인, 비상 디젤 발전기 2대, 예비 비상 디젤 발전기 1대 등 2중, 3중의 예비전원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정전 사고에서 예비전원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은 자칫 큰 재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비상발전기가 물에 잠겨 먹통이 되는 바람에 일본 국토의 3%가 방사능 오염지역으로 초토화되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고리원전 1호기 사고 은폐 및 축소를 포함한 크고 작은 원전사고를 돌이켜 볼 때, 원자력 증설에 대한 사회 여론이 부정적인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원자력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원자력을 다른 에너지로 대체할 경우 전기요금 상승과 환경오염 문제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는 원자력발전을 화력발전으로 대체할 때 연간 15조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예상하는데, 이는 가구당 연간 86만원에 해당한다. 환경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원자력을 석탄 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연간 3조6596억원의 탄소 배출 비용이 발생하며 이는 1억4725만 톤의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진다. 이에 비해 원자력은 신재생 에너지인 풍력(14g/kwh), 태양광(54g/kwh) 등과 비교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g/kwh 밖에 되지 않는 친환경적 청정에너지이다. 특히 우리 전력생산의 주요 축인 석탄(991g/kwh)과 비교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 밖에 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원자력에 대한 대안이 없음을 보여준다. 또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 바람과 햇빛 같은 자연의 영향에 따라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원자력은 우리에게 필요불가결한 에너지원이라 하겠다.


이미 국가 산업경제와 국민 생활을 지탱하는 중요 에너지원인 원자력을 그 위험성만 강조해 축소하거나 폐기하자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다. 결국 원자력 시설을 축소 내지 폐기하기보다는 원자력 시설의 안전을 더욱 확고히 구축하고 비상사태에 대한 대처방안을 확립하는 것이 최선이다. 정부는 외부 인사들도 참여하는 원전 특별사찰기구를 구성해 21개 원전에 대한 안전점검과 함께 높은 안전기준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한 만큼 이러한 공약을 충실히 이행해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시켜야 한다. 핵안보정상회의 개최국의 위상에 걸맞게 원자력 시설의 방호 및 안전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유지해 대한민국의 평화적 미래를 담보하고 해외 원자력 사업에도 기여하는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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