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4ㆍ11 제19대총선관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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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4ㆍ11 제19대총선관전기
  • 법률저널
  • 승인 2012.04.1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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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마치 늦가을, 스산한 시골길, 비포장도로의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다. 마지막 막차가 저만큼 떠나간 뒤끝처럼 무망한 마음이 든다. 4ㆍ11총선, 제19대국회의원선거의 막이 내렸다. 새누리당이 152석, 민주통합당이 127석, 통합진보당이 13석, 자유선진당이 5석, 무소속이 3석 등 합계 300명의 새로운 국회의원이 선출되었다. 그들이 앞으로 대한민국 국민 오천만명의 대변자로서 입법활동과 행정감시기능을 담당할 것이기에, 우선 그들에게 축하를 보내고, 사리사욕이나 당리당략에 사로잡히지 말고 국민을 두려워하며, 국민의 심부름꾼으로써 선공후사의 봉사정신으로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선거결과를 지켜보면서 “지성은 선동을 이기지 못한다.”라는 슬프지만 명백한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리고 “게으른 지성은 맹목적 추종을 결코 넘어설 수 없다.”라는 또 다른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다. 한편으로 “조작된 여론의 충격파는 대단히 크고, 치밀한 이론은 해탈에 이르지 못한다.”라는 진리를 깨닫는다. 이번 선거는 어찌 보면 이명박 정권의 4년 치적에 대한 평가적 성격이 아주 짙다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이 잘 한 일도 없지는 않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였고, G20정상회담을 개최하였고, 세계핵안보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대외적으로 국가의 이름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영포라인으로 상징되는 민간인불법사찰, 언론과 방송기관에 대한 재갈물리기정책, 고환율정책을 통한 지속적인 서민경제말려죽이기, 재벌감세정책으로 상징되는 빈익빈부익부현상의 양극화, 독선적인 4대강공사 및 해군기지건설추진, 인권위원회의 퇴행을 자행한 인권유린현상의 심각화, 남북대화차단에 따른 남북관계긴장고조 및 대결구도의 고착화, 반대세력에 대한 집요한 퇴출 및 괴롭히기 등등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많은 기본권들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종하고, 지배하고, 규제하고, 제한하는 정책들을 수도 없이 실시해 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선거막판에 쏟아진 나꼼수 구성원 김용민 후보의 19금성인용인터넷방송에서의 몇 년전 걸쭉한 농담성 막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나이든 이들의 표심을 사로잡은 선거전략은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불을 놓은 8년 전 한나라당국회의원연찬회장에서의 “환생경제”에서의 한나라당 의원들의 막말에 대한 고발은 오히려 보수층의 위기의식을 불러와 표를 결집하는 역작용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선거를 지켜보면서, 역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어느 한쪽으로의 맹목적 추종이 아닌, 상황에 따른 합리적 판단을 하여 투표를 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그러한 현상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둔 결과로 나타났다고 하겠다. 17대 때는 열린우리당에, 18대 때는 한나라당에, 19대 때는 다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에 힘을 실어준 것은, 그들이 잘못된 자들에 대한 심판을 냉정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영남권이라 표현되는 경북, 경남, 부산지역의 새누리당에 대한 몰표현상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왜 그들에게는 수도권 사람들이 선택하는 기준이 전혀 통용되지 않는 것일까? 수도권 사람들이 냉정한 평가를 통해 한번은 이쪽이었다가 저쪽이기도 하고, 다시 한 번은 저쪽이었다가 다시 이쪽이기도 하는 선택의 자유로움, 공과 과에 대한 냉정한 판단력을 왜 그들은 전혀 가지지 않으며, 가지려고 애를 써보지 않은 것일까? 그들이 끼리끼리만 어울려 사는 우물안개구리여서 인가, 아니면 세상이 어찌 돌아가든 우리만 권력을 잡고, 우리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치졸한 사적 탐욕스러움에서 인가 궁금하다. 아니면 잘못의 주체가 그들의 가까운 형제자매이고, 동향인이고, 선후배여서 “우리가 남이가?”라는 “동료의식”의 발산으로 잘못을 덮어주기 위한 공동체의식에서 인가? 말이 조금 과격할지 모르지만 누군가는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하지 않은가? 그들은 완전히 딴나라에 사는 국민은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하여튼 이 문제는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임에는 틀림없다.


이번 선거에서 왜 광주사람들은 인물이 괜찮다는 평을 받은 새누리당의 이정현 후보를 낙선시켰을까? 왜 대구사람들은 쓸 만한 사람이라고 평을 내린 김부겸 후보를 문 앞에서 걷어차 버렸을까? 도대체 언제까지 동서로 갈려 나라의 융합과 화해를 도모하지 않고 이렇게 전쟁 같은 선거를 치르며 마음속에 적개심을 키우는 정책을 정치가들이 쓰고 있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언제부터 대한민국 안에 우리는 없고, 나만이 존재하는, 우군과 적군으로 편이 갈린 나라가 되고 말았을까? 이 치유될 수 없는 지역색은 우리에게 정의와 부정의 가치를 말살시키고, 옳은 것과 그른 것에 대한 판단력을 마비시키며, 합리적 이성과 미래에 대한 예측성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전체적인 득표수에서는 새누리당보다 야권연대가 더 많다. 야권은 득표수에서는 전체적으로 이기고, 국회의원 수에서 진 것이다. 이러니 새누리당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이겼으나 대선에서 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낄 것이다. 반대로 야권연대는 대선에서만은 이길 수 있다고 아전인수격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하여튼 각 당은 이 득표율을 몇 달 후에 있을 대선의 참고자료로 삼아 서로 승산이 있다는 계산 하에 여러 가지 상수와 변수의 조합점을 찾아내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다수당이 된 새누리당도 약진한 야권연대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인 것만은 분명해졌다. 복지 아젠다와 재벌개혁, 그리고 서민경제 살리기 등 정책이 일치하는 곳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정치와 정책개혁을 이루어나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번 선거결과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더 불안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선거결과에 가장 크게 기여한 자는 뭐니뭐니해도 한국방송공사와 문화방송국의 어리석은 직원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역사적 순간에 그들은 “공정방송쟁취”라는 거대한 善價値를 위해 투쟁한다는 공맹심에 빠져, “선거캠페인을 통한 여론형성”이라는 보다 더 큰 “최고의 현실”를 도외시하는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이것을 이명박 정부와 김인규 케이비에스 사장과 김재철 엠비시사장이 즐기고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 노조집행부의 어리석음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공정방송쟁취를 위해 싸우는 것 이상으로 4ㆍ11총선을 통해 정치사회구조를 바꿈으로써 그 공정방송쟁취가 훨씬 제도적으로 쉬워질 것이라는 단순해법을 깨우치지 못했다니, 두 방송 노조는 이번 선거결과에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기간 내내 공정방송쟁취를 위해 투쟁하는 케이비에스와 엠비시를 향해 별 말을 하지 않았다. 노조파업을 풀라고도 하지 않고, 정부와 경영진에 대해 어떤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하지도 않았다. 그냥 즐겼을 뿐이다. 케이비에스와 엠비시가 방송을 제대로 실시하면 당연히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질 것이고, 그게 새누리당의 선거결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잘 알기에, 오히려 계속해서 공정방송쟁취를 위한 노조파업투쟁을 벌리라고 판을 방치해버린 것이다.


지혜로운 자라고 한다면, 이러한 책략에 휘둘리지는 않았을 것인데, 한 방향을 향해 돌진하는 자들에게는 주위의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는 맹목성이 있기 때문에 그냥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그대로 벼랑끝까지 몰고 가 자폭해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어느 순간, 아, 이건 아니다 싶으면 당장 발등의 불, 선거에서의 공정한 정보제공을 해야겠다는 전략으로 방향을 바꾸여야 했음에도, 전혀 그러한 제동장치 없이 상대방의 술수에 그대로 놀아나 버린 것은 깊이 반성해야 할 점이라고 본다. 아니나 다를까 조중동을 비롯한 거대 언론과 종편방송을 비롯한 각종 방송매체는 통제 없이 한쪽만을 은연 중 편드는 편파방송을 지속적으로 내쏟으며, 김용민 후보의 8년 전 “막말을 심판해야 하는 선거전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성공했고, 이명박정권의 실정을 듣고 보아 “정권심판”에 어느 정도 동의하면서도 적극적인 동참을 망설이던 내 주변은 많은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에게 동참하지 않아도 될 핑계거리를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선거 당일 내내 거대방송은 투표일 보도 직후 북한의 광명성3호가 인공위성이 아닌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될 수 있음과 바로 선거일 다음날 발사될 수도 있다는 보도를 더 많은 시간 할애하여 보도하는 “치밀한 작전(?)”을 수행하였다. 물론 북한의 위성발사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이다. 하지만 그렇게 치밀하게, 계속 반복적으로 외국인들의 의견까지 곁들여 장시간 보도해야 할 내용이었냐 하면 객관적으로 그건 아닌 것이다. 선거일날, 선거보다 더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어디 있으며, 앞으로 4년간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선거에 대한 가중치가 그렇게 낮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이번 선거를 통해 SNS의 한계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SNS는 개별적 사안에 대한 여론의 집중도를 높이고, 잘못을 깨우쳐 바로 잡게 하는 데는 위력이 컸고, 이것을 많은 사람들이 맹신해 왔다. 하지만 일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무방비적으로 송출되는 공중파방송이 핵무기를 탑재한 항공모함이라고 한다면, SNS는 의식적이고 적극적인 사람들만이 의도적으로 찾아보는 소형 보트에 불과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호박과 참깨가 굴러가는 차이인 것이다. 결국 공정방송이 살아나야 한다는 대명제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그 길은 앞으로 더 험했으면 험했지 쉬워질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정권심판선거에서 과반수 득표를 통해 자유로워져버린 이명박 정권이, 이번 총선을 통해 수도권에서의 한계를 절감한 미래권력 박근혜 의원이 언론권력을 더욱 움켜쥐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험난한 차마고도를 건너며 미래를 꿈꾸는 차상인이 있고, 사막을 가로지르며 현실을 키우는 낙타 한 마리는 어디쯤 있지 않겠는가?


다시 한 번 당선된 국회의원들에게 제발 당리당략과 사적 탐욕을 떠나 국가와 국민 전체를 위한 정치를 해 달라고 부탁, 부탁, 부탁한다. 내일 태양이 다시 뜨면,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 시골길에도 새벽은 오고, 첫차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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