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허깨비들이 한국판 게슈타포처럼 설쳐대다니, 썩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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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허깨비들이 한국판 게슈타포처럼 설쳐대다니, 썩을 것들
  • 법률저널
  • 승인 2012.04.0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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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어제, 오늘 우리는 쥐새끼 같은 이들을 몇 명 보았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하여, 선현들은 우리더러 세상 살면서 비밀은 없으니 말조심, 행동조심할 것을 가르쳤다. 밤말은 쥐가 듣는다! 그것은 쥐가 음흉하게 구멍이 뚫린 곳은 어디고 숨어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쥐란 동물은 밝은 대낮에 돌아다니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숨어 지내며 온갖 병균을 퍼뜨리는, 그리고 다음 끼니를 위해 저장해 놓은 우리의 곡식을 축내는 좋지 못한 동물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새삼 놀라울 것도 없지만, 그 음험한 하나하나의 행동들과 결과물을 보면서 온몸에 오싹 닭살이 돋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한 명의 비밀요원(?) USB에서 발견된 사찰자료가 저렇게 방대하니, 공식 팀원만도 40명이 넘었다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모든 팀원들의 불법사찰자료를 모아 놓으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불법사찰대상이었을까 싶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들이 불법의 중심에 있을 때 그들은 모든 국민이 만만한 졸로 보였을 것이다. 그들 눈에 모든 국민은 쥐새끼보다 못한 존재들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자신들의 말 한 마디에 국민들이 벌벌 떤다고 생각하며 얼마나 키득거리고, 우쭐거리고, 신나게 폼을 재었을까? 한 마디로 가증스럽다. 고양이도 되지 못한 불법자들이 마치 자신이 호랑이나 된 듯이 사찰대상자를 쥐잡듯 했을 것이다. 그들이 입만 열면 부르짖었던 VIP, 그들이 엄지손가락 꼽으며 내뱉었을 VIP는 도대체 누구인가? 설마 이명박 대통령이 시중의 상것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해 가며 불법사찰을 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그렇다면 그 아랫것들이 VIP의 심기를 알아서 충성해야겠다는 일념으로 VIP를 남용했을 것이다. 그들이 VIP라고 한 마디만 하면, 세상 모든 상것들이 알아서 벌벌 기었을 테니 말이다.


평생 어떤 자리에 오르기 위해 열심히 애썼을 수많은 사람들, 거기까지 오르기 위해 얼마나 밤잠 못자 가며 노력하고 또 노력했을 그 수많은 인격체들을 불법사찰하여 VIP라는 한 마디로 모두 끌어내리고 죽여 버리려 하였으니, 그 천인공노할 만행을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생명을 끊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세상에서, 밝은 대명천지에서 활개치고 살 수 없게, 누군가에게 감시당한다는 두려움과 권력집단에 의해 미행당하며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좌절감을 갖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한 인간을 죽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거기에 인간 존엄이 어찌 있을 수 있으며,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Very Important Person이라는 귀한 가치가 대한민국에서 어느 순간 Very Insidious Person(음험한 사람)으로 통용되고 있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여태까지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불법사찰자들은 “코리언 게슈타포”라고밖에 달리 붙일 호칭이 없다. 불법사찰을 접하면서 문득 안네의 일기 중 “어느 날 게슈타포가 들이닥쳐 다락에 숨어 있는 사람들을 잡아갔다.”라는 한 문장이 떠오른다. 열세 살짜리 유대인 소녀 안네가 독일군의 눈을 피해 고향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이웃 나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피신하여 비밀다락방에 숨어 지내며 쓴 안네의 일기 한 대목이 떠오르니 참으로 이 연상작용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린 소녀 안네는 1943년 1월 13일에 이렇게 일기를 써내려갔다. “키티, 바깥세상은 너무도 무서워. 불쌍한 유태인들이 밤낮 없이 끌려가고 있어. 그들은 끌려가면서 가진 것을 모조리 빼앗겨. 그리고 남자와 여자와 아이들을 따로 떼어놓아, 가족이 산산이 흩어지게 해.”라고. 다시 1943년 10월 29일의 일기에서 “키티, 나는 가끔 견딜 수 없는 우울에 빠져. 특히 일요일에는 더 해. 주위의 분위기가 숨 막힐 듯이 답답해. 납같이 무겁고 괴로워. 밖에서는 새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아. 죽음 같은 고요함이 어디나 다 뒤엎어, 나는 깊은 땅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것만 같아. 나는 날개가 부러져 캄캄한 밤에 혼자 둥우리를 지키며 노래를 부르는 새 같은 심정이야. 어떤 때는 이 방 저 방을 헤매기도 해. 그리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해 보기도 해. 밖에 나가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어. 쓸쓸함과 공포감을 떨쳐 버리고 시간이 빨리 지나가 버리도록, 나는 긴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잠을 자 버려. 이것밖에 달리 시간을 보낼 방법이 없어.”라고 쓰고 있다. 은신처에 숨어 있으면서, 언제 게슈타포에게 붙잡혀 갈지 불안해하며, 붙잡힌 뒤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죽임을 당하게 될 것을 두려워하는 그 공포가 극에 달해 있음을 처절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도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어 하고, 밝은 새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 이성을 사랑하게 되는 인간본연의 착한 심성을 키워가는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착한 사람들은 그렇게 소박하게 살고 싶어 하는데, 결국 게슈타포는 그 소녀와 가족들을 붙잡아 간다. 그리하여 가족들은 하나 둘 맞아죽고, 병들어죽고, 어디론가 끌려가 행방불명이 되고 만다. 가족들이 차례대로 죽어가고, 붙잡혀가 돌아오지 않은 것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공포에 사로잡혀 있던 안네도 결국 열다섯 살의 어린 나이에 죽고 만다. 그게 공포심이 인간에게 안겨주는 가장 큰 해악인 것이다.


1933년 나치가 집권하자, 프로이센의 내무장관 헤르만 괴링은 프로이센 경찰 중 정치ㆍ첩보활동전담반에 나치 당원을 충원하여 게슈타포를 조직하였다. 이를 본 따 SS(나치당 친위대)대장 하인리히 히믈러가 독일연방의 모든 경찰들을 게슈타포로 조직변경한 후 괴링으로부터 게슈타포 지휘권을 넘겨받아 전권을 행사하게 된다. 명목상 조직은 내무부 소속이지만, 실제로 SS와 게슈타포는 모두 히믈러의 개인적 휘하에 놓이게 되어 수많은 살상과 미행, 감시, 고문 등 불법행위를 자행하였다. 게슈타포는 공식라인의 지시나 제약을 받음이 없이 소위 “예방적 체포권”이라는 권한을 남용하여 히틀러에 반대하는 수많은 지식인, 유대인, 노동조합운동가, 정치성향의 성직자들을 불법체포하여 강제수용소의 이슬로 사라지게 하였다. 괴링, 하인리히 히믈러, 아돌프 아이히만 등은 게슈타포 하면 떠오르는 악명 높은 불법집행자들이다.  


연예인 김제동씨가 국정원 요원에 의해 두 번이나 사찰받았음을 밝혔다. 이어서 김미화씨도 두 번이나 사찰받았음을 밝혔다. 여태까지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공직윤리지원관 소속의 사찰자들뿐만 아니라 경찰, 국정원, 기무사 등 국가정보기관과 권력기관이 총동원되었다는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약한 시민 한 사람이 거대한 국가공권력에 의해 감시 미행당하고, 도청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면 그는 그 순간부터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되고 만다. 뒷골이 당길 것이고, 오금이 저릴 것이다. 너무나 자주 등장하는 VIP를 보면 VIP가 참으로 한가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오만잡동사니 관여하지 않은 곳이 없으니 말이다. 아니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 무소불위 모든 곳에 등장해야 하는 울트라캡틴짱인가? 그들의 회유를 당당히 밝힌 김제동씨와 김미화씨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존경과 위로를 보낸다. 더 많은 김제동과 김미화가 나와 더 밝혀내고 더 밝혀내야 한다. 음험한 VIP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바로 대명천지에 모든 것이 까발려지는 것이다. 밝히고 밝히면 불법자들은 안개처럼, 그림자처럼 빛 앞에서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허깨비들인 것이다.


박정희 유신정권시대, 얼마나 많은 민주인사, 학생, 기업인, 사회운동가 등이 사찰을 당했는지 모른다. 전두환 오공정권 시절 때도 더 했으면 더 했지 못하지 않았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그러한 공포에서 벗어나나 싶었더니 이명박 정권 들어 민간인사찰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었다니 이런 황당 시츄에이션이 또 있을 수 있는가 말이다. 숨어서 하지도 않고 사찰당사자를 당당하게(?) 만나 자중자애하라고, 아예 이러저러한 일을 맡지 말라고, 그냥 더러운 꼴 보지 말고 사표 쓰고 나오라고 윽박지르고 어르고 달랬다니, 허 참, 가관도 이런 가관이 어디 있는가 말이다. 지금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도청과 미행, 인터넷 정보에의 접근 등 불법사찰이 쉬워졌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하나 있으니, 사찰당하는 사람이 오히려 사찰자를 역사찰하는 놀라운 순발력을 모든 국민이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기관의 공직자들이 국민에게 그러한 비법을 전수(?)해 주는 것을 고스란히 전수받아 이를 활용하는 단계에 이르렀으니 이제 불법사찰자들의 사찰방법은 더 은밀해지고 교묘해질지도 모른다.


왜 이명박 정권은 이렇게 불법사찰에 맛을 들이게 되었을까? 그것은 속해 있는 인간들이 덜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의를 잊고 장사꾼의 잇속에 따라 당장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무시해도 된다는 법 경시 풍조 때문이 아니겠는가? 거기에 특정지역, 특정집단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사적 탐욕 때문이 가세하니, 보이는 것이 없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아마 수많은 사람들을 개인별로 만나 VIP라는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마치 자신이 고양이나 된 듯이 쥐잡듯하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다른 사람의 비밀을 많이 알게 되면, 그것을 폭로하겠다고 협박을 늘어놓으니 얼마나 잘 먹히겠는가? 그러니 공기업 임원들 인사, 언론방송계 인사, 기업을 비롯하여 공무원들이 그들 앞에서 발발 기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거기에 도취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쥐새끼로 보였을 그들이었기에 “내가 몸통이요!”라며 기자회견장에서 당당히 호통치는 적반하장의 교만을 보이지 않겠는가? 하지만 어쩌랴, 만천하에 진실이 밝혀지니 오히려 그들이 쥐새끼에 불과했음을 모든 국민이 알아버린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세력은 그 쥐새끼 같은 이들을 옹호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할꼬? 더 나아가 불법사찰을 당한 이들을 향해 잘못이 있으니 사찰을 당했겠지 하며 적반하장의 억지를 부리는 자들까지 넘쳐나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할꼬. 하지만 역사의 한 페이지에서 한국판 게슈타포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것으로 위로를 받을 수밖에. 한국판 게슈타포여, 안녕, 빠이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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