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집중을 깨트리는 시험장의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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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집중을 깨트리는 시험장의 문제들
  • 법률저널
  • 승인 2012.03.3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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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드러나는 감독관 태도, 시험장 환경 문제 등

 

9급 공무원 시험 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국가공무원 9급 필기시험은 4월 7일, 지방 공무원 9급 필기시험은 5월 12일에 실시될 예정이다. 공무원 시험은 필기 합격이 곧 최종 합격이라는 통설을 깨고자 근래에는 면접시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필기시험에서 높은 점수로 합격하는 것이 합격의 지름길로 여겨지고 있다. 고득점한 수험생들은 면접에서 욕만 하지 않으면 합격이라는 농담 같은 이야기가 있듯 조금이라도 높은 점수가 최종 합격에 유리하다는 인식이다. 고득점 뿐 아니라 필기시험 경쟁률도 필기시험에 대한 수험생들의 부담감을 높인다. 필기시험 경쟁률이 높은 만큼 작은 실수도 필기시험 불합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 0.5점 차이로 합격과 불합격이 갈리는 현 상황에서 수험생들은 필기시험 당일의 컨디션과 운도 합격에 필요한 요소로 본다. 공무원 시험 당일, 수험생들의 실력 발휘에 영향을 주는 것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시험 감독관 복불복>

 

한 해, 두 해 불거진 이야기가 아니라 매년 필기시험이 끝날 때마다 도마 위에 오르는 이야기가 감독관에 대한 것이다. 모범적이고 수험생들을 배려하는 데에 집중해 최대한 수험생들이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감독관이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여 수험생들의 원성을 샀다. 필기시험이 중요하고 어려운 만큼 수험생들의 예민함은 극도로 치달아 있다. 시험 당일이 아닌 시험을 앞둔 요즘, 수험가를 찾으면 공부하는 수험생들은 지금부터 말을 아끼고 소음에 예민해지고 불안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시험 당일은 요즘의 예민함이나 불안감이 더욱 증폭된다. 독서실에서 책 넘기는 소리만 크게 나도 경고 포스트잇이 붙는 독서실의 풍경도 일반인들이 봤을 때 과민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그보다 예민한 상태의 수험생이 받아들이는 시험장의 소음 등은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수험생들은 먼저 감독관이 정해진 룰을 벗어난 행동을 제지하지 못하는 것에 촉각을 세운다. 수험생들이 범하는 가장 흔한 시험장 잘못인 시험 시작 전 시험지 보기를 잡아내지 못하거나 시험 시간이 끝나고 종이 울렸는데도 마킹이 끝나지 않아 답안지를 내지 않는 수험생을 기다려주는 것도 문제시된다. 시험 시간이 끝나고 1분, 2분 간 마킹을 더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에 대해서 수험생들은 대부분 칼 같이 빼앗아야 한다는 반응이다. 합격을 할 사람이라면 사실 시간에 맞춰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으면서도 1분, 2분이면 문제를 한 번 더 고민할 시간이 되기 때문에 자칫 0.5점, 1점 차이를 낼 수도 있다는 부분에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시험에서 한 수험생이 답안지 마킹을 다 해내지 못하고 5분 여간 감독관과 실랑이 끝에 답안지가 찢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그 광경을 직접 지켜본 수험생들은 답안지가 찢어진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하기도 했지만 답안지를 내지 않은 수험생을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려줄 수는 없다는 방향으로 입을 모았다.

시험지 미리보기나 답안지 걷기에 대한 부분 외에도 감독관들에 대한 불만은 많았다. 여자 감독관의 경우 구두가 자주 꼽혔다. 구두를 신고 감독을 하느라 교실을 활보하면 그 구두굽 소리 때문에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에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나친 향수 냄새도 뒤를 이었다. 여성 감독관 뿐 아니라 남성 감독관까지 아우르는 불만에는 수다도 있었다. 시험 시작 전에도 이런 저런 유의사항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게 많고 반복되어 시험 시작 전 마무리 학습에 영향을 준 감독관이 시험 시작 후에도 말을 해 문제였다는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 시험 시간이 끝나갈 무렵 시험이 몇 분 남았는지 이야기하는 것을 너무 자주 반복해 시험 시간에 대한 불안감을 더하고 막판 마킹 집중에 해가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감독관이 한 수험생 옆이나 뒤에 서서 시험지를 계속해서 내려다보고 있는 것도 부담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 J씨는 감독관 문제에 대해 “자신도 예전에 시험을 봤기 때문에 그 심정을 이해한다며 시험 내내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감독관 분을 만난 적이 있었다. 내가 창가 쪽에 앉았었는데 감독관 사인을 할 때 신분증 확인 후 사인하고 행여 방해가 될까봐 신분증을 책상이 아닌 창가 쪽에 살며시 올려두고 가셨다. 그런 배려가 나중에 생각하면 참 고맙다.”며 좋은 감독관도 적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반면 타 수험생들이 말하는 것과 같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중을 하면 소음이 안 들려야 하지만 잠시라도 소음이 들리면 그 잠시가 크게 다가오고 흐름을 끊기 때문에 수험생 입장에서 감독관의 작은 실수가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며 “내 지인은 시험 내내 감독관이 옆에서 시험지를 쳐다보고 있어서 결국 비켜달라고 말했어야 했다.”는 사례를 들었다. 또, 지난해 감독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7급 시험장에서 시험지가 유출되는 사건을 언급하며 “나도 7급 시험을 봤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좀 더 감독관 교육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시험장 주변 환경 복불복>

 

시험장은 고등학교나 중학교로 결정된다. 지역별로 어느 학교로 갈 것인지는 수험생 본인이 선택할 수 없는 사항이다. 때문에 낯선 시험장으로 오는 수험생들도 많다. 조용한 시험장에서 시험을 본다면 좋겠지만 일부 시험장은 감독관도 어쩔 수 없는 소음으로 수험생들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년도나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학교 내부가 아닌 근방에서 축제가 열려 마이크로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던지 선거운동이 한창인 철이라 선거운동 차량에서 홍보용 노래 등이 나온다던지 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수험생들이 항의를 한다고 해도 창문을 닫는 정도의 조치밖에 할 수 없다. 수험생들은 시험장을 선정할 때 주변 환경을 고려하고 주변에서 행사나 소음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또한 시험장 내부에 시계를 비치하는 것도 시험장 마다 다르게 되어있으며 중학교의 경우 책걸상이 성인인 수험생에게는 불편할 만큼 작기도 하다. 이런 시험장 환경에 대한 부분은 철저하게 랜덤이다.

수험생들은 시험장 환경 때문에 오는 소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귀마개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목시계와 귀마개를 준비해서 방해 요소를 없앤다는 것이다. 의자나 책상이 작은 경우에는 미리 감독관에게 말하거나 결시인원의 것과 바꾸는 식으로 대처할 수 있다.

<주변 응시자 복불복>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소음은 발생한다. 수험생들은 필기시험을 치르는 중 거슬리는 수험생 소음으로 사인펜 등 소음이 발생하는 필기구로 문제지를 세게 그어가면서 문제를 푸는 행동, 다리를 떠는 것, 계속해서 기침을 하는 것, 시험지를 소리 내서 넘기는 것 등을 꼽았다. 수험생들은 같은 입장에서 서로 조심하자고 입을 모았다. 한 수험생은 “공부를 얼마 하지 않고 시험 삼아 보던, 시험 문제가 너무 어렵게 느껴져 불합격을 직감한다고 하던 몇 년간 시간을 투자한 다른 수험생들을 위해서 조금만 조심하자.”고 말했다.

 

<관계자 “이해를 부탁한다.”>

 

시험 감독관은 모두 공무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험 시행 기관에서 감독관으로 필요한 인원을 공문으로 내리고 이를 받은 지역 기관에서 필요한 인원을 공급한다. 각 부처나 부서에 일정한 인원을 나눠 요청한다.

필기시험 감독관의 교육은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행정안전부와 지방청 관계자의 답변에 따르면 국가직과 지방직 모두 감독관을 한 시간 일찍 모아 현장에서 교육한다. 감독관에 안내문을 전달하고 수험생이 핸드폰을 사용하는 경우나 화장실을 가려는 경우 등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법에 대해 교육한다. 교육에 대해서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시험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교육하며 소음 통제도 분명히 하도록 지시한다. 운동장에서 운동하는 사람들도 내보내라고 하고 교문도 통제한다. 경찰과 직원 모두가 시험장을 관리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지방청 관계자는 “복장을 규제하는 것 까지는 아니어도 화려하게 입거나 소리가 크게 나는 구두에 대한 자제는 부탁한다.”며 하이힐을 신고 오는 감독관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시험장 문제에 대해서는 “시험장 소음에 대해서는 이해를 바란다.”는 입장이었다. 지방청 관계자는 시험장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는 교육청 관할인데 교육청에 지원을 요청하면 교육청에서는 교장 권한이라고 해 일괄적인 요청도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소음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는 장소는 시험장으로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사실상 시험장 섭외가 어렵기 때문에 그런 장소를 다 배제하기는 어렵다.”며 “요즘 토요일에 학생들이 학교를 가지 않기 때문에 방과 후 학습으로 프로그램을 많이 해서 필기시험장 찾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험생들이 예민한 것은 이해하지만 기관에서도 최대한 노력하고 있으니 다소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감독관에 대한 항의 등을 수험생으로부터 받으면 기관에서는 확인서를 받아 진위를 파악한다고 한다. 하지만 상황을 추적해 들어가다 보면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언론에서 하이힐 감독관에 대해 기사를 써서 추적해 본 결과 하이힐이 아니라 단화였다.”며 “수험생들이 예민하다보니 사실보다 극단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청 관계자는 항의로 인해 감독관이 처벌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문 통제나 감독관 교육이 철저하다는 것, 수험생들의 이야기가 루머 정도라는 것에 대해서 수험생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일단 교문 통제는 전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험생 J씨는 “몇 년째 시험을 치르면서 한 번은 친구를 데리고 시험장에 간 적이 있는데 교문 통제를 받지는 않았다. 시험 치르는 중간에도 얼마든지 학교 내부를 활보할 수 있는 걸로 안다.”며 교문 통제를 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수험생들의 불량 감독관 이야기가 다 거짓은 아니라며 함께 수험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실제 경험담을 시험 때마다 많이 들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험생들은 국가나 기관 차원에서 감독관 교육을 좀 더 철저히 하고 감독관이 수험생에 피해를 줬을 경우에는 어떤 처벌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복장도 운동화로 통일하고 시험장 주변 정리도 해 적정 환경을 만들어주길 희망했다.

 

조은지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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