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과 기회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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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과 기회의 문제
  • 방희선
  • 승인 2012.03.2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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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희선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변호사

우여곡절 끝에 탄생된 로스쿨제도가 시행된 지 어언 3년이 지나 첫 졸업생들이 배출되었다. 기존의 국가고시인 사법시험과 별도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첫 변호사시험이 실시되어, 사법연수생과 로스쿨생이 동시에 배출되고 있다. 그러나 근래의 어려운 경제상황과 법조의 열악한 현실이 맞물려 이들의 취업이 난망한 지경에 이르렀다. 충분한 검토 없이 맹목적인 제도개혁을 밀어붙인 결과임이 날이 갈수록 여실히 드러나는 것 같아 실무 법조계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와 대책 마련의 소리가 높다. 로스쿨 출신의 취업률이 불과 30퍼센트에 불과하고 다른 한편 사법연수생의 취업도 예년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소식에 현 제도의 문제점 검토와 그에 대한 시급한 대책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로스쿨관계자나 제도 도입론자들은 이제 와서 새삼 제도개편에 따른 취업대책까지 요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우리를 실망시킨다. 이야말로 또 다른 형태의 밥그릇 챙기기 식으로 드러나는 이상한 논법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민망한 자기모순의 모습일 뿐이다.


애당초 로스쿨제 도입의 목표가 순수한 자격검증제도 요구였음에도 이제 와서는 종래의 고시제도처럼 합격자에 대한 취업보장까지 주장함은 자칫 또 다른 기득권 보호논리로 비칠까 우려된다.


법률가로서 필요한 기본적 능력을 검증하여 그에 대한 순수 자격증을 부여하고 각자 자유로운 시장경쟁의 원리에 맡겨야 할 것이지 국가가 일정 인원에 대한 자격관리와 직업보장을 책임지는 고시제도의 방식은 기득권을 위한 진입장벽이라 하지 않았던가. 따라서 원래 추진하려던 제도의 취지와 목표를 흔드는 상황논리적 접근은 스스로 금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그보다는 제도의 변화로 인해 피해를 보는 뜻밖의 사각지대로 자칫 기회균등의 원칙이 훼손될 소지가 없는지 차제에 함께 살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러 문제점을 검토하고 보완대책을 논하는 계기에 그 사각지대에서 소외되기 쉬운 부분에 대한 검토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본다. 최근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지방에서 열심히 일하며 성실하게 봉사하여 많은 이들의 칭송을 받고 있는 어느 후배 변호사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사람은 청소년 시절 조실부모한데다 어려운 집안사정으로 대학진학도 하지 못한 채 고등학교 학력으로 생활하다가 혼자 6~7년간의 독학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오늘의 경지에 이른 것이었다. 그것도 고향에서 방위로 군복무까지 마친 다음 스스로 자기계발을 위한 피나는 노력으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였다니 그야말로 인간승리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주변엔 그 뿐만 아니라 낙후된 시골에서 농업고등학교를 마치고 생활하다가 뒤늦게 그처럼 분발 노력하여 변호사가 된 사람들이 또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근래 지방에서 상고만 나와 대학 문턱도 가보지 못한 20대 여성이 법률사무소에서 보조직원으로 일하다가 법조인의 모습을 그리며 스스로 공부에 매진하여 사법시험에 합격한 감동적인 이야기도 언론에 나온 바 있어 인간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장차 사법시험 제도도 없어지고 단지 현재와 같은 구조나 분위기의 로스쿨로 일원화될 경우 그와 같은 사람들은 어찌해야 하는 건지 깊은 의문이 들었다. 필연적으로 많은 학비가 들고 비교적 여유 있는 형편이라야 가능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오로지 로스쿨만으로 법조자격을 얻게 된다면 위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원천적으로 그 기회를 봉쇄당할 소지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게 되었다.


사회의 그늘진 곳과 열악한 지위의 소수자, 약자도 함께 이끌고 가야 함이 오늘날 이 시대의 화두일진대 과연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만 무심코 흘러가 버리면 그런 이들은 어떻게 될지 심각한 의문과 회의가 드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우리 모두 공평한 기회보장이 가능한 조화로운 사회 제도로 될 수 있도록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널리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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