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고시촌 앞날 누구에게 맡길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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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고시촌 앞날 누구에게 맡길 셈인가
  • 법률저널
  • 승인 2012.03.2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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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대학동, 서림동, 삼성동 등 이른바 고시촌의 경제를 지탱하던 사업주들의 한숨이 깊어만 가고 있다. 한때 5만 고시생들의 메카로 불렸던 이곳 고시촌도 이젠 고시생의 수가 절반 넘게 급감하면서 고시원, 원룸, 독서실, 서점, 식당, 병원, 약국 등 관련 업주들의 얼굴에는 점차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009년 로스쿨 체제로 접어들면서 고시생을 상대로 생계를 이어오던 PC방, 만화방, 비디오방 등은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이고, 식당과 서점 등도 속속 문을 닫는 등 지역 상권에도 후폭풍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청운의 꿈을 품은 수많은 수험생들의 등용문 역할을 해왔던 고시촌이 고시제도의 근간이 사라지고 있는 새로운 물결 앞에 변화의 진통을 겪고 있지만 고시생들에게 기대온 상인들은 뾰족한 대책도 없어 생계 걱정에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로스쿨 영향으로 고시생들의 ‘엑소더스’가 가속화되면서 박리다매로 유지해왔던 고시식당들이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해 갑자기 문을 닫고 주인은 잠적해 버린 일들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고시생의 수가 계속 줄고 있어 이곳을 떠나는 것도 고려하고 있지만 가게를 내놓아도 찾는 사람이 없어 막막한 상태다. 식당만 불황을 겪는 게 아니다. 고시촌의 고시원, 원룸, 독서실 등은 거의 절반이 비어있는 상태다. 거리 전봇대에는 방을 내놓는다는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특히 건물을 임차해서 운영하는 업주들은 공실률이 높아지자 걱정이 태산이다. 로스쿨 직격탄을 맞고 있는 독서실의 공실률이 크게 늘어나면서 수익은커녕 대출에 따른 금융이자 조차 걱정할 판이다.

출판계나 서점도 로스쿨 영향을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고시서적을 중심으로 출간해 왔던 출판사나 서점들도 매출 급감으로 존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사법시험 선발인원이 급격히 줄면서 고시서적의 주된 수요자인 신규 진입자가 거의 없어 고시서적 판매가 거의 ‘올 스톱’ 상태이기 때문이다. 고시촌에 기반을 둔 소형 출판사들은 이미 사려졌고 대형 출판사들도 방향 전환 등 위기 탈출에 안간힘을 써 보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시촌에서 20년 넘게 이어오면서 고시촌의 상징이기도 했던 상원서적이 최근 오프라인 매장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카페가 들어섰다. 서점은 물론 한때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던 중고서점도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로스쿨 도입으로 고시촌 상권이 모두 사지로 내몰리면서 로스쿨에 대한 이곳의 민심도 ‘임계점’에 달했다. 로스쿨을 도입하고 사법시험을 폐지시킨 세력에 대해 원망과 분노로 가득하다. 특히 고시촌에 위치한 관악 을(乙) 지역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이었지만 로스쿨 도입을 주도한 민주당(옛 열린우리당)에 대한 울분은 곳곳에서 넘쳐났다. 이해찬 민주당 상임고문이 1988년부터 내리 5선으로 20년을 이곳의 터줏대감으로 교육부장관과 총리까지 했다. 이후 민주당 김희철 의원에게 바통이 이어졌다. 이처럼 관악을은 다른 간판으로 나올 수 없는 민주당의 ‘아성 중의 아성’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이곳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맹목적으로 밀어줬던 결과가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의 하나로 꼽히고, 로스쿨 도입이라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그래도 설마 고시촌을 살릴 대책은 나오겠지 하는 바람을 여태껏 버텨왔지만 이제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뒤늦은 후회로 땅을 치고 있다. 고시촌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수십년 동안 앞뒤 안 가리고 민주당을 찍은 ‘자업자득’이라는 한 상인의 말이 생생하게 들린다.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관악구청도 점점 어려워지는 고시촌 상권을 살리기 위한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고시 특구’ 말만 내세웠지 현재까지 드러났거나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유종필 구청장의 도서관 사랑만 특별하다.

무너지는 고시촌의 앞날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이제 어떤 세력에 사법시험의 운명을 맡길 것인지 진지한 성찰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누가 사법시험을 존치시킬 인물이고 정당인지 옥석을 가려야 한다.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 고시촌 상권을 살리고, 고시생에게도 ‘희망사다리’를 만들 후보자를 뽑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해있는 셈이다.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한 가닥의 희망마저 완전히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다가오는 총선에서 로스쿨 세력들을 철저히 심판하지 않고 또다시 이념에 쫓아 되풀이된다면 고시촌 몰락은 시간 문제다. 사법시험 ‘폐지’를 ‘존치’의 기회로 승화시키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느냐 못하느냐는 진정 우리 유권자의 손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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