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북송과 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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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북송과 국제법
  • 김현
  • 승인 2012.03.16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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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에 대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의 호소가 계속되고 있으나, 중국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탈북자를 계속 북한으로 보내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이에 감정적인 호소를 넘어서 보다 정교한 법리적 대처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유엔난민협약 등 국제법적 해결 방안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이 1982년 가입하고 우리나라도 1992년에 가입한 유엔난민협약 제1조에 의하면,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 자」이다. 이에 따라 “어느 누구도 박해의 위험이 있는 국가로 난민의 의지에 반하여 강제로 송환할 수 없다”는 강제송환금지의 원칙이 국제관습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두 가지 논리로 탈북자 북한 송환을 정당화한다. 첫째, 탈북자들은 경제적 이유로 탈출한 자이므로 난민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고, 둘째, 중국과 북한이 1960년 체결한 ‘조-중 탈주자 및 범죄인 상호인도 협정’상 중국은 경제적 사유에 따른 불법 월경자를 북한으로 인도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난민기구도 인정한 바와 같이, 국가가 모든 생산 수단을 장악하고 있는 북한에서 식량문제는 가장 중요한 인권문제이며 이는 경제의 문제가 아닌 생명의 문제이다. 또한 최초 정치적 박해와 공포로 인한 탈북이 아니더라도 체포되어 북한으로 송환된다면 엄중한 정치적 박해와 처벌을 예상할 수 있고 이를 북한 스스로 공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탈북자들은 탈북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불문하고 탈출과 동시에 경제난민이 아닌 정치난민이자 현장난민으로 취급되어 보호받아야 한다.


유엔헌장 제103조, 난민협약 제8조와 제40조 제1항은 국제협약과 국내법이 상충할 때 국제협약이 우선한다고 규정하고, 중국 스스로 국제협약과 국내법이 상충할 경우 국제법이 우선됨을 여러 차례 밝혔다. 고문금지와 난민의 강제송환 금지는 모든 국제법의 상위에 존재하는 강행규정이고, 이에 반하는 중국·북한간 범죄인 인도협정은 무효이므로 이를 이유로 한 중국의 탈북자 북송은 국제법적 의무에 반하며 유엔난민협약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중국 정부는 탈북자 문제를 국내법,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해결하겠다고 하면서 중국 국내법과 북한과의 범죄인 인도협정에 의해 불법월경 및 불법체류자로 규정한다. 그러나 탈북자 문제는 중국 국내법이 아닌 국제법적 문제이고, 단순한 중국의 주권문제가 아닌 국제인권 문제다. 중국은 헌법상, 그리고 유엔난민협약상 탈북 난민을 보호하고 강제송환하지 않을 법적 의무가 있다.


탈북자의 북송문제에서 먼저 해결할 일이 탈북자들에 대한 난민인정 심사보장이다. 탈북자들이 북경 등 유엔난민기구에 난민신청을 하면 중국정부의 난민인정 여부와 별도로 위임난민(협약상 보호받지는 못하지만 방치할 경우 생명위협과 인권 유린을 당할 우려 있는 자)으로 지정되어 유엔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탈북자는 중국 정부의 방해로 중국 내 유엔난민기구에의 출입조차 저지당하여 이러한 보호에서 소외되고 있다. 강제송환 금지의 대상은 난민과 난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비호 신청자’까지 포함한다.

그럼에도 중국은 생명이 위협받을 우려가 명백한 탈북자들에 대해 적법한 난민인정 절차 자체를 배제하고 강제송환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로 인해 발생할 사회 혼란과 대북관계를 고려하는 것은 이해하나, 난민인지 심사하는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나치 정권하에서 국내법이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되어 인권이 무시되고 수많은 생명이 학살되는 뼈저린 경험을 한 후, 독일헌법은 “인간의 존엄은 불가침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 권력의 의무”라고 선언했다. 아무런 인권의식 없이 탈북자에게 사실상 사형선고를 내리는 중국정부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으로 국제법과 인권을 무시하는 역사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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