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법률가들에게 차가운 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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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법률가들에게 차가운 봄바람
  • 성낙인
  • 승인 2012.03.0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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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 한국법학교수회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유달리 금년은 봄이 와도 봄이 온 것 같지 않다. 단순히 겨울의 종반에 추웠던 일기 탓만은 아닐 것이다.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캠퍼스에도 로스쿨 1기 졸업생을 배출하고 4기 새내기들이 입학했다. 하지만 로스쿨 주변에는 따뜻하고 밝은 소식보다는 어둡고 힘든 소식들만 난무한다.


로스쿨을 통해서 시험보다는 대학에서의 보편적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 법조인의 증원을 통한 보편적 법률 서비스의 확대를 통한 민주법치국가의 완성이라는 거창한 명제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가고 있다. 로스쿨은 고사하고 사법시험 1천명시대를 마감하는 연수원 졸업생들조차도 취업난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로스쿨 졸업생들에게 ‘주사’도 주기 어렵다는 식의 비아냥거림 속에 설마 했던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사법연수원 출신을 6급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를테면 사법시험 합격자가 행정고시 합격자인 5급 사무관의 부하직원으로 일해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연수원을 나오자말자 3급 부이사관 대우를 받는 법관, 4급 서기관 대우를 받는 검사에 비하면 같은 날 사법시험합격하고 같은 날 연수원을 졸업한 사람 사이에 너무나도 현격한 양극화 현상이다. 더구나 다른 정부부처도 아니고 국민권익위원회의 김영란 위원장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 출신이다. 김 위원장의 초임이 3급 부이사관 예우를 받는 판사였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변호사라고 해서 무조건 융숭한 예우를 해달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이 공짜배기로 법률가가 된 것이 아니고 어려운 시험과 힘든 공부를 한 결과라면 최소한 그에 상응한 예우를 해 주어야 한다. 실제로 그 동안 공무원 채용은 모두 5급 사무관 예우를 받아 왔다. 갑자기 국민권익위원회가 무슨 법률가 권익에 대한 평가절하의 전령사가 되어버린 것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다. 게다가 이에 응모한 변호사가 있다하니 취업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죽했으면 그렇게라도 취직하고 싶었겠느냐는 장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로스쿨로 가면 사정은 더욱 심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극히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연수원 출신과 비슷한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인 것 같다. 특히 연수원 출신과 로스쿨 출신이 동시에 대량 배출되어 혼란과 불안을 가중시킨 당국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뻔히 보이는 상황을 호도하고 적당히 넘어가려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구인하는 입장에서는 2년간 공무원으로서 실무수습을 한 연수원생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로스쿨이 국가 정책적으로 도입한 제도라면 그에 상응한 정책적 배려가 뒤따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취업이라는 사적인 문제로 치부해 버리고 나 몰라라 하는 식이다. 미래 한국의 법치주의를 책임질 이들에게 좀더 따뜻한 국가적 배려가 절실하다.


로스쿨 출신들의 취업 상황도 문제다. 취업자의 절대 다수는 연수원 출신과 마찬가지로 로펌 행이다. 다른 데서 뽑아주지 않으니까 하는 수 없다는 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고 했듯이 젊음을 앞세워 새로운 장을 개척해 나가는 도전정신이야말로 로스쿨 출신의 장점이 될 수 있다. 더구나 그들은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이수했기 때문에 법률가로서 자신의 학부 전공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차제에 우리 사회도 법률가에 대한 편견을 씻어 내려야 한다. 종래 판사, 검사, 변호사를 통틀어 5천명도 안 되던 시절에 왜곡된 법률가상이 아직도 국민들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이제 법률가가 법률귀족이 아니라 보통사람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법률가의 도움을 통한 법적 안전망 구축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가 되었다. 직장에서의 그 많은 법적 문제를 적당히 넘어가려 할 것이 아니라 법률가로부터 직접 도움을 받는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준법지원인 제도를 마치 법률가들의 직역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판만 일삼는 경제계도 반성의 여지가 크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새내기 법률가들이여, 희망과 용기를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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