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판원 제도의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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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재판원 제도의 시사점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12.02.1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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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언 일본 변호사

2월 13일,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주목되는 판결이 나왔다. 각성제영리밀유죄(각성제 단속법 위반, 영리목적 수입)로 기소된 피고인이 각성제가 들어있다는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사건으로서 제1심에서 무죄 판결, 제2심에서 유죄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최고재판소는 다시 무죄 판결을 내렸다(최고재판소 2012년 2월 13일 판결 평성23년(아)757호).


즉 시민 배심원들이 참여해 내린 1심 판결을 전문 법관들로만 구성된 2심이 구체적인 잘못도 지적하지 않은 채 뒤집어선 안 된다는 판결이었다.


일본에서는 2009년 5월부터 일부 중대 사건을 대상으로 형사사건 제1심에서 일반인(“재판원”라고 한다) 6명이 판사 3명과 같이 사실인정 및 양형에 관해서 판단하는 재판원제도가 시작되었다. 한국의 국민참여재판과 달리, 일본 재판원제도는 피고인의 선택권이 없이 대상 범죄에 해당하면 다 재판원재판에 들어가야 하고 재판원과 판사가 내린 결과는 판결에 대해 구속력이 있다.


위 판결에서 최고재판소는 “항소심이 제1심 판결에 사실오인이 있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제1심 판결의 사실인정이 논리칙, 경험칙 등에 비추어 불합리하다고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본에서는 원심 판결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사후심인 제2심에서도 판사들은 소송기록을 보고 사실관계 및 양형에 관해서 먼저 자기 심증을 형성한 다음에 제1심 판결의 인정 및 양형과 비교해서 자기 심증과 차이가 있다면 제1심 판결을 변경하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그러나 일반인의 감각도 고려해서 판단하자는 재판원제도의 취지에 비추면 제1심에서 재판원들이 관여해서 내린 판단을 중요시해야 한다. 그리고 제2심은 원래 사후심이기 때문에 직접 증거조사는 안 하는 것이 원칙이고 직접주의의 관점에서도 제1심의 판결은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위 판결은 제1심의 판단을 존중해서 제2심에 대해 사후심이라는 원칙을 지키라고 말하는 것이다.


위 판결의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재판원재판의 판결에 대해 항소하는 것을 주저할 가능성이 있다. 제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에게는 좋지만, 범죄 피해자에게는 증거가 부족해서 입증이 미묘한 경우 제2심에서 다시 판단을 받을 기회를 잃어서 너무 억울한 결과가 된다.


한편 제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은 어려운 상황이 된다. 재판원의 판단은 판사의 판단보다 불안정인 것은 사실이고 항소해서 판사만의 판단을 받고 싶다고 하는 피고인이 적지 않다. 물론 그런 불안정인 면은 재판원제도에서 피할 수 없는 점이지만 보도 등을 통해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재판원도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문가인 판사만이 하는 판단을 받고 싶다는 피고인의 생각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제1심의 판단을 필요 이상으로 중요시하면 그런 피고인의 기대를 해치고 3심제 및 무죄추정원칙의 취지도 몰각할 우려가 있다.


그리고 변호인에도 영향이 있다.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검찰에 비하면 변호인은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도 한계가 있다. 재판원재판은 재판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가능한 한 연속기일을 설정하고 단기적으로 판결까지 갈 수 있도록 되고 있다. 변호인은 다른 일도 하면서 공판기일을 고려해야 하고 일반인인 재판원에게 이해가 쉬운 방법으로 주장이나 증명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보통 진행되고 있는 사건들 중에는 제1회 기일부터 판결 기일까지 약 100일 동안 걸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제1심 판단의 중요성이 높아지면 제1심에서 충분한 변호를 받을 수 없어서 무고한 죄를 뒤집어쓰는 피고인도 생길 수도 있다.


재판원제도가 시작된지 약 3년이 되고 그 동안 여러 문제점에 관해서 논란이 많았고 지금도 여러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위 최고재판소 판결은 재판원제도의 원래의 취지를 중요시하는 태도를 제시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 영향이 재판원제도에 대한 각 논의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할 필요가 있고 그것은 한국 국민참여재판제도에서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김기언 변호사는...
재일교포 3세로서 일본 쿄토대 법학부, 리츠매이칸대 로스쿨 졸업, 2006년 신사법시험 합격, 2007년 사법연수원 수료, 히카리종합법률사무소,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 생활 상담 센터 상담원, 재일 코리안 변호사 협회(LAZAK) 회원, 법무법인(유) 화우, 신한은행(한국) 준법지원부 근무. 현 변호사법인 오르비스(일본) 소속 및 김앤장법률사무소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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