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증언거부권의 고지가 없었다면 위증죄 불성립이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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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증언거부권의 고지가 없었다면 위증죄 불성립이 원칙
  • 법률저널
  • 승인 2012.02.1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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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10.1.21.선고 2008도942 전원합의체 판결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 개요 

가. 피고인이 공소외인과 쌍방 상해사건으로 공소가 제기되어 공동피고인으로 함께 재판을 받으면서 자신은 폭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다투던 중 공소외인에 대한 상해사건이 변론분리되면서 피해자인 증인으로 채택되었다.

나. 그리하여 피고인이 검사로부터 신문받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 자신의 공소외인에 대한 폭행 여부에 관하여 신문을 받게 됨에 따라 증언거부사유(형사소송법 제148조)가 발생하게 되었는데도 재판장으로부터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의 종전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함에 따라 결국 거짓 진술에 이르게 되었다.

다. 검사는 피고인을 위증죄로 공소제기하였으나 원심(항소심)에서는 피고인에게 위증죄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이에 검사는 위증죄의 성립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며 상고하였다.

2. 쟁 점

재판장이 증인에게 증언거부권을 고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증인이 허위진술을 한 경우에 위증죄의 구성요건인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에 해당되어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3. 판결이유 정리

가. 형법은 제152조 제1항에서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위증죄를 두고 있다. 위증죄의 보호법익은 국가의 사법작용 및 징계작용에 있으며, 위증죄는 선서에 의하여 담보된 증인 진술의 정확성을 확보함으로써 법원 또는 심판기관의 진실 발견을 위한 심리를 해하여 정당한 판단이 위태롭게 되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나. 형사사법작용에 관한 대표적인 법률인 형사소송법은 진실 발견을 위하여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하는 것을 모든 국민의 의무로 규정하면서도(제146조), 다른 한편으로는 소송법이 지향하고 있는 목표 내지 이념 및 이와 긴장·대립관계에 있을 수 있는 증인의 기본권 내지 이익 또는 다른 공익적 가치와의 조화를 꾀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이 증인신문과 관련하여 마련한 여러 제도와 상세하고도 구체적인 절차 조항들은 모두 이러한 가치, 권리, 이익의 균형·조화 속에서 적법 절차를 구현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위와 같은 위증죄와 형사소송법의 취지, 정신과 기능을 고려하여 볼 때, 형법 제152조 제1항에서 정한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라 함은 “법률에 근거하여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유효한 선서를 한 증인”이라는 의미이고, 그 증인신문은 법률이 정한 절차 조항을 준수하여 적법하게 이루어진 경우여야 한다고 볼 것이다.
 
다. 형사소송법은 증인신문에 관하여 진지하고도 엄숙한 절차 규정을 두어 증인에게 진실의무를 부과함과 동시에 이를 어길 때에는 위증의 벌을 받는다는 것을 명확하고 충분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재판장으로 하여금 재판진행과정에서 이러한 절차 규정을 엄격하게 준수하게 함으로써 위증의 방지 및 궁극적으로는 형사소송의 이념을 실현할 것을 도모하고 있다.

즉, 재판장은 증인이 선서무능력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신문 전에 선서하게 하여야 하며(제156조, 제159조), 선서할 증인에 대하여 선서 전에 위증의 벌을 경고하여야 하고(제158조), 증인으로 하여금 기립하여 엄숙하게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서합니다"라고 기재된 선서서를 원칙적으로 직접 낭독하고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는 방식으로 선서하도록 하고 있다(제157조).

라. 한편, 형사소송법은 자신에 대한 소송절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법정에 출석하여 선서하고 경험한 사실을 진술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증인을 위하여 일정한 경우에는 진술 대신 침묵할 수 있는 증언거부권 제도를 두고 있다. 즉, 자기나 자기와 친족 또는 친족관계가 있었던 자, 법정대리인 및 후견감독인 등이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 있는 증언, 변호사, 의사, 종교의 직 등 일정한 직역에 있는 자 또는 이러한 직에 있던 자가 그 업무상 위탁을 받은 관계로 알게 된 사실로서 타인의 비밀에 관한 증언 등에 대해서는 증언거부권을 인정하고(제148조, 제149조), 증언을 거부하는 자는 거부사유를 소명하도록 하는 일방(제150조), 증언거부권 고지제도를 마련하여 재판장으로 하여금 증인에게 증언거부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신문 전에 증언을 거부할 수 있음을 설명하도록 하고 있다(제160조).

마. 위에서 살펴본 위증죄의 의의 및 보호법익,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증인신문절차의 내용, 증언거부권의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증인신문절차에서 법률에 규정된 증인보호를 위한 규정이 지켜진 것으로 인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위증죄의 구성요건인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이를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법률에 규정된 증인보호절차라 하더라도 개별 보호절차 규정들의 내용과 취지가 같지 아니하고, 당해 신문과정에서 지키지 못한 절차 규정과 그 경위 및 위반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이 개별 사건마다 각기 상이하므로, 이러한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당해 사건에서 증인보호에 사실상 장애가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까지 예외 없이 위증죄의 성립을 부정할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바.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재판장이 선서할 증인에 대하여 선서 전에 위증의 벌을 경고하지 않았다는 등의 사유는 그 증인신문절차에서 증인 자신이 위증의 벌을 경고하는 내용의 선서서를 낭독하고 기명날인 또는 서명한 이상 위증의 벌을 몰랐다고 할 수 없을 것이므로 증인보호에 사실상 장애가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위증죄의 성립에 지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사. 그리고 증언거부권 제도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증인에게 증언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이고, 형사소송법상 증언거부권의 고지제도는 증인에게 그러한 권리의 존재를 확인시켜 침묵할 것인지 아니면 진술할 것인지에 관하여 심사숙고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함으로써 침묵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임을 감안할 때, 재판장이 신문 전에 증인에게 증언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에도 ① 당해 사건에서 증언 당시 증인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 ② 증언거부사유의 내용, ③ 증인이 증언거부사유 또는 증언거부권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는지 여부, ④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았더라도 허위진술을 하였을 것이라고 볼 만한 정황이 있는지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증인이 침묵하지 아니하고 진술한 것이 자신의 진정한 의사에 의한 것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위증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헌법 제12조 제2항에 정한 불이익 진술의 강요금지 원칙을 구체화한 자기부죄거부특권에 관한 것이거나 기타 증언거부사유가 있음에도 증인이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함으로 인하여 그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데 사실상 장애가 초래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위증죄의 성립을 부정하여야 할 것이다.

아. 이와 달리, 피고인이 증인으로 선서한 이상 진실대로 진술한다고 하면 자신의 범죄를 시인하는 진술을 하는 것이 되고 증언을 거부하는 것은 자기의 범죄를 암시하는 것이 되는 처지에 있다 하더라도 증인에게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여 위증죄로부터의 탈출구를 마련하고 있는 만큼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고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한 이상 증언거부권 고지 여부를 고려하지 아니한 채 위증죄가 바로 성립한다는 취지로 대법원 1987.7.7.선고 86도1724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판시한 대법원의 의견은 위 견해에 저촉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하면서 상고이유와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어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판결한다.

4. 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의 관련 판례

가. 위증죄 성립을 부정한 경우 (대법원 2010.2.25.선고 2009도13257 판결) 

(1) 사실관계 : 피고인은 2008.12.2. 14:00경 제주지방법원 제202호 법정에서 위 법원 2008고단777, 1061(병합) 공소외 1 외 1명에 대한 관광진흥법위반 피고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한 사실, 위 관광진흥법위반 사건에서는 내국인인 공소외 2가 내국인 출입이 제한된 라마다호텔 카지노에 입장하여 도박을 하였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되었는데, 공소외 1은 공소외 2가 위 카지노에 출입한 적은 있으나 도박을 한 적은 없다고 주장하면서 범행을 부인한 사실, 검사는 공소외 2의 도박행위를 입증하기 위하여 공소외 2와 그 사촌형제인 피고인을 증인으로 신청하였는데, 공소외 2는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고 피고인만이 증인으로 출석한 사실, 피고인은 위증의 벌을 경고받고 선서를 한 뒤 검사의 신문에 답하게 되었는데, 피고인은 그 직업에 대한 검사의 첫 번째 질문에 답하고 나서 공소외 1 및 공소외 2와의 관계에 대한 검사의 두 번째 질문에 대하여 피고인은 공소외 2와는 사촌관계이고 공소외 1은 오늘 처음 본다고 진술한 사실, 그 후부터 피고인은 검사로부터 공소외 2가 위 카지노에 들어갔는지, 공소외 2가 위 카지노에서 바카라 게임을 한 것을 본 적이 있는지, 공소외 2가 사기도박으로 잃었다고 한 3억 3천만원이 카지노 게임을 하면서 잃은 것인지 여부 등에 관하여 질문을 받게 된 사실, 피고인은 거짓임을 알면서도 위 각 질문들에 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허위로 답변한 사실, 피고인은 공소외 2와 사촌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을 법정에서 밝힌 바 있음에도 이 사건 증언 전이나 증언 도중에 피고인에게 증언거부권이 있음을 고지받지 못했던 사실,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 제1심까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허위로 증언한 것에 대하여 시인하면서 그 이유에 대하여 공소외 2가 전에 도박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어서 이번에도 도박을 하였다고 하면 크게 처벌될 것 같아 공소외 2가 도박으로 처벌받지 않게 하기 위하여 허위 진술을 하였다고 진술한 사실을 알 수 있다.

(2) 판 단 : ① 피고인이 위와 같이 증언한 사건은 공소외 2에 대한 피고사건은 아니지만 피고인이 한 증언의 대부분은 공소외 2가 위 카지노에서 도박을 한 사실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한 것으로서 향후 사촌형제인 공소외 2가 도박죄로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할 염려가 있는 내용인 점, ② 공소외 2가 증인으로 출석하지 아니하여 검사의 증인신청 및 신문에 따라 피고인이 부득이 먼저 이 사건 증언을 하게 된 것인 점, ③ 증언 첫머리에서 피고인이 공소외 2와 사촌관계에 있다고 진술함으로써 공소외 2의 도박 사실에 관하여 증언거부사유가 발생하게 되었는데도 재판장으로부터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 사건 허위 진술을 하게 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증언 당시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함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그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데 사실상 장애가 초래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심이 피고인에게 위증죄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위 법리에 비추어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증죄의 성립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나. 위증죄 성립을 인정한 경우 (대법원 2010.2.25.선고 2007도6273 판결)

(1) 사실관계 : 피고인의 전 남편은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으로 기소되어 자신은 음주운전한 사실이 없고 그의 처였던 피고인이 운전하던 차에 타고 있었을 뿐이라고 공소사실을 적극적으로 부인하였고, 피고인은 위 사건의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하여 전처로서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한 상태에서 증언을 하게 되었는데, 당시 피고인은 전 남편의 변호인의 신문에 대하여 술에 만취한 전 남편을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피고인이 전 남편을 차에 태우고 운전하였다고 전 남편의 변명에 부합하는 내용을 적극적으로 진술하였고, 피고인은 위 사건 제1심 제8회 공판기일에 재판장이 증언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증언을 거부했을 것이냐는 신문에 대하여 그렇다 하더라도 증언을 하였을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을 하였던 사실도 있다.

(2) 판 단 : ① 피고인이 위 형사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을 한 경위와 ② 그 증언 내용, ③ 피고인의 제1심 제8회 공판기일에서의 진술 내용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이 선서 전에 재판장으로부터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피고인의 증언거부권이 사실상 침해당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위증죄의 성립을 인정하면서, 원심은 증언거부권의 침해 여부에 관한 여러 사정을 살피지 아니한 채 재판장이 피고인에 대하여 증언거부권을 고지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유만으로 위증죄의 성립을 부정한 제1심 판결을 유지하였으니 원심의 판단은 위증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5. 검 토

증인이 증언거부권자임에도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선서 후 위증을 한 때에는 위증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기존 판례(대법원 1987.7.7.선고 86도1724 전합 판결)와 통설의 입장이었지만 이 경우에 재판장이 증인에게 증언거부권을 고지한 사실이 있는지를 고려하여야 하며 만일 증언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다면 증인보호를 위한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보고 위증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증언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여도 증인보호에 사실상 장애가 초래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판례는 재판장이 증인에 대하여 선서 전에 위증의 벌을 경고하지 않았어도 증인이 위증의 벌을 경고하는 내용의 선서서를 낭독하고 기명날인 또는 서명한 이상 위증의 벌을 몰랐다고 할 수 없기에 증인보호에 사실상 장애가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그 예를 들고 있음)에는 위증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최근 판례들(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의 위 2개의 판례는 대법원의 같은 재판부에서 같은 날에 판단하면서 사실관계에 따라  정반대의 결론에 이르게 된 것임)의 확고한 입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하고 허위진술을 한 사안에서 위증죄의 성립을 인정한 판례와 인정하지 않은 판례가 있다는 식으로 단순히 구분하기(박상기, 형법각론, 박영사, 2011, 691면; 임웅, 형법각론, 법문사, 2011, 932면)보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파악을 통해 증인보호에 사실상의 장애가 초래된 여부를 살펴서 원칙적으로는 위증죄가 성립하나 예외적으로 위증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창현 교수는...
연세대 법대 졸업, 서울북부·제천·부산·수원지검 검사
법무법인 세인 대표변호사
이용호 게이트 특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교수,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변호사실무),
사법시험 3차 시험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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