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보호와 수사권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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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보호와 수사권 조정
  • 김현
  • 승인 2012.02.1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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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검찰과 경찰 간에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검경수사권에 대한 조정안은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형사소송법에 반영되어 금년 1월 시행되었다. 형사소송법 제196조는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에 관한 검사의 지휘권과 사법경찰관의 수사개시권을 규정하며, 하위규범으로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이 시행되고 있다.


수사권은 범죄혐의를 명백히 하여 공소 제기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고 범인을 확보하는 권한이고, 기소권은 범죄혐의가 충분하고 처벌 가치가 있는 경우 법원에 유죄판결을 청구하는 권한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은 국민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수사권 조정에서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국민의 인권보호이다.


검찰은 수사, 기소, 공판 및 재판의 집행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형사절차에서 가장 전면적·능동적으로 활동하며, 특히 우리 검찰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권한을 보유한다. 이에 비해 미국의 검사는 대배심에 의해 제한받는 범위에서 소추권을 행사하거나 대배심의 보조기관의 기능만을 가진다. 미국에서 수사 주체는 원칙적으로 경찰이며, 검사는 특정분야의 수사를 행하거나 실무상 경찰과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수사를 지휘할 뿐이다. 우리 검찰이 강력하다 보니 수사과정에서의 전횡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방지함으로써 검찰의 권한을 적절히 통제하고 형사절차에서 국민의 인권을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의 적정한 공소권 행사를 담보하기 위해 재정신청과 불기소처분에 대한 항고제도 및 불기소처분의 취지와 이유고지제도를 마련하여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규제하고 있으나, 검찰권의 자의적 행사를 충분히 견제하기에는 미흡하다. 정치권과 언론이 검찰의 권한을 적절히 통제해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은 정치자금과 이권개입에서 자유롭지 못하여 빈번하게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으므로 정치권력에 의한 검찰권의 통제를 기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한편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데 우리 언론은 스스로 특권화되어 검찰의 권한을 견제할만한 결연한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


일각에서 법무부의 문민화, 검사장 직선제가 논의된다. 법무부 조직을 문민화하여 주요 보직을 검사가 아닌 행정관료로 대체하자는 것인데, 검찰권을 통제하는 기관인 법무부의 위상을 높이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검찰 내 국제경쟁력과 행정전문가의 자질을 갖춘 우수한 인재를 활용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검사장 직선제는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따른 상명하복 위계질서의 검찰조직을 다소 유연하게 할 수 있으나, 직선제로 선출된 검사장이 검찰조직을 잘 통솔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며 오히려 여론이나 인기에 편승하여 검찰권의 공정한 행사를 방해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이 수사의 최전선에서 형사사법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변호사의 조력권 등 피의자의 인권 보호에 대한 인식이 낮고 편파수사 등 국민의 비판을 받는 일이 빈번할 뿐 아니라 민생치안에 소홀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 생활에 밀착한 인권보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하기 힘들다. 다만 경찰이 우수한 젊은 법조인력을 대거 채용하여 경찰의 자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스스로 한 차원 높은 인권의식을 가진다면 경찰에게 더 큰 권한을 맡길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검경수사권 조정이 인권보호와 수사권의 적정한 행사라는 본질을 벗어나 조직간 갈등으로 변질되고 있어 우려된다. 법은 규정의 정당성 못지않게 집행 과정이 중요하다. 검경수사권 조정도 형사소송법의 취지를 살리는 운영의 묘를 발휘해 국민 인권보호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법 집행기관이 서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법을 해석하여 갈등으로 치닫는다면, 국민 사이에 법 경시 풍조가 조성되어 향후 법의 집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수사권 배분의 골격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두 기관이 상호 존중하여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수사권 조정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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