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위기에 선 법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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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위기에 선 법조계
  • 성낙인
  • 승인 2012.02.0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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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헌법학교수 / 한국법학교수회장

대중문화가 시대를 압도하는 현상이 오늘의 세태를 반영한다. 정보의 대량적·집단적 유통이 일상화된 초고속 정보사회에서 펼쳐지는 정보전쟁은 언제나 한 편의 드라마는 방불케 한다. 그 와중에 ‘법관은 판결로만 말한다’라는 법언이 말해주듯 은둔이 오히려 필요한 최소한 덕목으로 여겨지던 법조계조차도 새로운 시대 환경에 변신이 불가피해 보인다.


주권자로부터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정부나 국회는 그 스스로 국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우월성을 담보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끊임없이 주권자의 심판대상이라는 점에서 언제나 여론의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3권분립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사법부는 임명된 권력이지만 엘리트로서의 자부심과 자긍심이 국민적 신뢰를 담보해 왔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에 국민들의 주권의식에 제고되면서 왜 입법이나 행정과는 달리 사법에는 국민적 참여가 봉쇄되어야 하느냐 하는 비판이 제기되기에 이른다. 이에 국민이 재판에 참여하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소위 스폰서 검사 문제가 불거 터지면서 검찰권행사에도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검찰시민위원회가 작동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국민들의 사법작용에 대한 불만은 고조되기만 한다. 이 와중에 폭발한 영화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은 사법 불신을 정조준하기에 이른다. ‘도가니’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초상을 총체적으로 고발하면서 그 와중에 법원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정도라면, ‘부러진 화살’은 사법부를 정조준한 영화라는 점에서 그 파장은 결코 만만치 않다. 물론 둘 다 영화 즉 픽션임에도 불구하고 사실(fact)에 기초해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더욱 더 논쟁을 가열케 한다. 사법부는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이라면서도 그 사회적 파장에 당혹해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 대중은 이게 바로 오늘날 사법의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국민과 사법부 내지 법조계와의 간극이 존재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이던 시절에 검찰 공안부에서 하루 종일 신문을 받고 나오면서 한 말이다. ‘좋은 대학 나와서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여 검찰에 있는 사람들이 기껏 이런 일들이나 하고 있나’라는 탄식이었다. 그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 검찰에 내린 휘호는 ‘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였다. 그만큼 법원이나 검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경구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법조계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해 왔는지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한다. 실제로 법원·검찰에서 직면하는 사건은 당사자들이 더 잘 알 수 있는 사안들이다.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려는 법률가들의 노력이 만약 진실에 어긋난다면 당사자들 중 일방은 비웃고 있을 따름이다. 전지전능한 하느님만이 실체적 진실을 알 수 있을 텐데 법률가는 그 실체적 진실을 현실 속에서 찾아내야만 한다. 그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성직자가 해야 할 일을 법률가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법률가들은 저들만의 성체를 쌓아둔 채 대중들에게 ‘너희들은 모르는 일이다’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인지 되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법률가적 사고에서 비록 옳다고 하더라도 국민 일반의 건전한 상식에 어긋난다면 그것이 아무리 진실발견을 위한 노력의 결과라 하더라도 국민적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최근에 일부 법관들의 저속하기 이를 데 없는 막말 소동이나 국민감정에 부합하지 않는 판결들을 보면서 이 시대에 법률가들에게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반추하게 한다. 더구나 최근에 국민감정과 가장 괴리된 판결로 지목되는 재판부가 변호사협회에서 선정한 가장 우수한 재판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법률가의 세계와 일반 국민의 세계와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어려운 상황에 처할수록 법률가들은 스스로만의 동굴에 갇힐 것이 아니라 좀 더 국민에게 다가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임명된 권력의 약점을 보완하는 길은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길밖에 없다. 아무리 유능하고 훌륭한 판결과 수사를 하더라도 국민적 신뢰를 잃어버리는 한 그 사법작용은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명심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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