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 난이도 격차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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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 난이도 격차 줄여야
  • 법률저널
  • 승인 2012.02.0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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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초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처음 치러진 제1회 변호사시험의 문제 난이도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수준이란 평가가 제기됐다. 나승철 법무법인 청목 변호사(35) 등 사법연수원 34기(2005년 사법연수원 수료) 이하 변호사 110명은 변호사시험 출제 문제를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만든 '제1회 변호사시험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30일 법무부에 제출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변호사로서의 자격을 평가하기에는 난이도가 낮아 부적합하였다"면서 "이번 변호사시험의 합격만으로는 변호사로서의 지식과 능력 그 어느 것도 보장될 수 없을 것"이라고 총평했다.

특히 선택형 시험문제의 가장 큰 특징은 틀린 내용임이 명백하여 나머지 지문을 모르고서도 정답을 골라낼 수 있는 문제가 많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굳이 법학을 배우지 않고 고등학교에서 '법과 사회'만을 공부해도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출제되기도 했다. 또한 종합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묻는 문제보다는 판례의 결론만 암기하면 풀 수 있는 문제가 다수 출제됐다. 그동안 로스쿨에서는 사법시험을 구시대적이고, 법조문과 판례의 암기에만 치우친 시험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러나 이번 변호사시험에서는 오히려 사법시험보다도 훨씬 판례의 암기에 치중한 문제, 그것도 판례의 논리보다는 결론 그 자체만 암기하면 풀 수 있는 문제가 다수 출제되었다. 특히 공법 중 헌법 문제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심하여 거의 대부분의 문제가 법조문이나 기초적인 판례의 결론만 암기하면 풀 수 있는 문제였다는 분석이다.

변호사시험 선택형은 모두 5지선다형에 동일배점의 문제만 출제되었다. 그러나 이같은 출제형식은 법무부가 이미 2007년도 사법시험부터 폐기한 출제형식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사법시험의 경우 5∼8지선다형의 다양한 문제가 출제되고 배점도 2∼4점으로 차등배점 방식으로 출제되고 있다. 이러한 사법시험의 출제방식은 객관식 시험의 경우 모든 문항을 다 알지 못해도 정답을 찾을 수 있다는 문제점과 쉬운 문제나 어려운 문제나 배점이 동일하여 수험생들의 실력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문제의 분량도 사법시험과 여전히 차이를 보였다. 법률저널이 지난해 사법시험 제1차시험과 이번 변호사시험 선택형 시험문제의 분량을 비교한 결과, 사법시험 문제의 분량이 10%가량 더 많았다. 사법시험은 3과목 평균 분당 407자인데 비해 변호사시험은 분당 372자로 사법시험의 91.4%에 그쳤다. 각 과목별로 비교해보면 헌법은 40문항에 총 글자수는 30,994자에 달했다. 반면 변호사시험의 공법(선택형)은 똑같이 40문항에 총 글자수는 29,515자로 헌법 분량의 95.2%였다. 분당 글자수도 헌법은 443자인데 반해 공법은 422자로 헌법의 95.3%에 그쳤다. 형법도 총 글자수는 26,586자인데 반해 형사법은 23,992자로 형법의 90.2%에 불과했다. 분당 글자수도 형법은 380자였지만 형사법은 343자에 그쳐 형법의 90.3% 수준이었다. 민법은 사법시험은 40문항에 27,802자였으며 민사법은 70문항에 41,991자였다. 분당 글자수를 비교하면 민법은 397자인데 반해 민사법은 350자로 민법의 88.2%에 불과했다.

같은 변호사 자격시험의 성격인데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의 현격한 난이도 차이는 근본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우선 법학전문대학원 수료예정자는 이처럼 법률가로서의 최소한의 지식이 보장되지 않아도 변호사 자격을 얻는 데에 반해, 사법시험 응시생은 법학에 관한 한 최고 난이도의 시험을 합격해야만 변호사 자격을 얻는다는 점이다. 왜 똑같이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데 사법시험 응시생은 4%의 합격률을 뚫고 가장 어려운 난이도의 문제를 해결해야 변호사가 될 수 있고, 로스쿨생의 경우 90%의 합격률을 보장받는 상태에서 가장 기초적인 내용만 알아도 변호사가 될 수 있느냐 하는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

다음으로 로스쿨의 존재이유에 대한 의문이다. 이 정도 난이도의 문제만으로도 변호사로서의 업무수행이 가능하다면 굳이 1년에 2천만원의 등록금을 내고 로스쿨을 다녀야만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결국 로스쿨이 경제적 약자들의 법조계 진입을 막는 진입장벽으로서 기능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무부는 돈 있는 사람에게는 쉽게 변호사 자격을 인정하고 돈 없는 사람에게는 혹독한 수험생활을 거쳐야 변호사 자격을 인정하기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식시켜야 한다. 따라서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이 병존하는 기간 동안에는 지금처럼 두 시험 간의 난이도에 현저한 차이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오는 18일 사법시험 1차시험의 난이도에 많은 사람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본다는 것을 법무부와 출제위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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