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시각장애인 법조인 탄생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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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시각장애인 법조인 탄생을 응원하며
  • 법률저널
  • 승인 2012.01.2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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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18일 오후 일산 사법연수원 수료식장. 대법원장 등 내외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국민의례에 이어 성적우수자 및 자치회 활동 표창이 진행됐다. 시상식 말미에 특별상으로 최영씨가 호명되자, 동료 원생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고 수십명의 사진, 촬영기자들이 그의 모습을 담느라 신발을 부딪기며 치열한 취재경쟁을 펼쳤다.


사법연수원 60여년 이래 첫 시각장애인 법조인이 탄생되는 순간이었다. 최영씨는 2008년 제50회 사법시험에서 당당히 합격한 시각장애인이다. 고교시절 시야가 좁아지는 ‘망막색소변성증’을 앓았고 서울대 법대 시절부터 눈이 더욱 안 좋아지기 시작했고 한 글자씩 글자확대기를 이용해 책을 봤지만 점차 병이 진행됐기 때문에 완전히 책을 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최씨는 시각장애인 대학생 대상으로 한 직업재활캠프에서 일본어를 할 줄 아는 형의 도움으로, 음성으로 일본 법무성에 들어간 결과 시각장애인도 사법시험을 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최씨는 시험을 칠 수 있도록 법무부에 요청했고 2002년에서 2005년까지 1차 시험에서 불합격했지만 시각장애인도 사법시험을 칠 수 있는 첫 수혜자로서 2007년 1차 합격, 2008년에 최종합격하게 됐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인간승리를 일궈냈다. 사법시험과 연수원 시험성적을 합산한 수료성적이 연수원생 1030명 가운데 40위권에 올랐고 ‘시각장애인 1호 판사’라는 수식어를 앞두고 있다.


이날 시상식 오른 최씨를 향한, 동기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와 찬사는 그의 인간승리를 인정한다는 의미였다. 비장애인도 통과하기 어렵다는 사법시험을 ‘빛이 아닌 소리’로 공부해야 하는 시련 속에서도 ‘5전6기’로 당당히 합격했고 공부 귀재들이 경쟁을 펼치는 사법연수원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에 대한 값진 응원의 박수였을 것이다.


지금 법조계가 어수선하다. 반말 판사에 이어 뇌물 검사, 의뢰인을 갈취하는 변호사 등 법조인의 위상이 떨어 질대로 떨어졌다. 그를 통해 예단을 금하라는 의미의 양 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상을 그려본다. 이미 수많은 법조 지망생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고 또 법조계가 그에게 거는 기대도 클 것이다. 2009년 초 사법시험 합격 직후 기자는 그와 인터뷰를 나눈 적이 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법조인이 될 것”이라던 그의 각오가 떠오른다.


법조계의 첫 시각장애인 법조인 탄생을 환영하며 그의 소리를 통한 명 판결들이 빛처럼 쏟아지길 응원한다.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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