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력충원 체계의 재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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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력충원 체계의 재구축
  • 성낙인
  • 승인 2012.01.0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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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임진년 새해가 밝아왔다. 특히 금년은 87년 헌법체제 아래에서 20년만에 총선과 대선이 함께 진행된다. 그만큼 정치적으로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정치의 계절 못지않게 사법부도 새로운 시대의 원년을 맞이한다. 사법연수원 졸업생 1천명 시대를 마감함과 더불어 법학전문대학원 소위 로스쿨 출신이 법조인으로 진입한다. 과도기적 양상이긴 하지만 연수원 출신과 로스쿨 출신이 겹치면서 법조인 숫자가 혁명적으로 늘어난다. 법관과 검찰관의 충원 시스템도 변화를 맞이한다. 특히 연수원출신이 곧 바로 법관으로 임명되는 것은 금년으로 마감한다. 대신 로클럭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통해서 법관보조관으로서 실무를 수습하게 한다. 향후 법관은 일정한 실무경험을 가진 자로만 선발하게 된다. 이에 따라 법조일원화가 구현된다. 상당기간 실무수습을 거친 후에 법관으로 부임한다는 점에서 재판에 임하는 능력은 훨씬 향상될 것이다. 이를 통해 평생법관제도로 나아갈 예정이다. 이미 법관의 정년도 63세에서 65세로 상향조정되었다. 하지만 사법부의 보수화와 폐쇄적 상황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로스쿨을 통해서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법학도를 양성한다고 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조화는 그리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사회경제적 여건도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라 법률가의 취업의 문은 갈수록 좁아든다. 돌파구의 하나로 제시된 준법지원인 제도에 대해서 경제계에서는 직역이기주의라는 식의 비판적 인식이 만만찮다. 로스쿨 시대를 맞이하면서 법률가들도 기존의 법원?검찰을 중심으로 송무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법적 기재가 작동하는 현장에서 실사구시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어차피 송무는 한정되어 있고 공직도 기회가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미래 법조계의 블루 오션은 경제계일 수밖에 없다. 준법지원인도 좋지만 좀더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초급 법률가로서 겸허하게 배운다는 자세로 임한다면 충분히 그 능력과 자질을 발휘할 기회가 부여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당국자나 경제계도 법률가에 대해 좀더 개방적인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 고등고시 사법과나 사법시험을 통한 법률가 충원이 로스쿨로 대체되듯이, 고등고시 행정과나 행정고시를 통한 행정관료의 배출도 새로운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존의 행정고시 시스템만으로는 다원화된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충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로 사무관의 신규진입은 행정고시보다는 특별채용을 통한 전문가 충원이 앞서가고 있다. 현대행정은 법치행정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면 행정관료도 법률가의 수혈이 불가피하다. 특히 외무관료 충원시스템의 혁신적 변화는 공적 인재의 리크루팅에서 새로운 혁신이다. 국립외교원은 시험을 통한 인재의 선발이 아니라 교육을 통한 인재의 충원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로스쿨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국립외교원 입시에 외무고시 과목처럼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아쉬움이 있다.


경제계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경제계의 인력충원도 공직과 경쟁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어렵고 가난하던 시절에는 고위공직에 오르는 고시만이 유일한 출세의 통로였다. 하지만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에 이르면서 공직보다 명예는 덜할지 모르지만 비교적 자유롭게 사생활을 영위하고 경제적 여유를 갖는 경제계로 최고급 엘리트가 몰리는 경향이다. 이는 곧 공직과 사직 사이에 인력충원이 경합적이고 경쟁적인 관계로 변모했음을 의미한다. 기업경영도 이제 글로벌한 보편적 법과 원칙에 입각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엘리트 계층인 법률가를 경제계에서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윤리경영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준법지원인 제도도 법률가의 직역이기주의 산물로 볼 것이 아니라 기업경영에 있어서 법률가의 도움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스스로 체득할 수 있는 호기로 삼아야 한다.


사법인력 충원의 대변혁을 맞이한 원년에 정부, 법조계, 경제계가 힘을 합쳐서 법조인력 충원의 새 틀을 마련해야 한다. 법률가는 불편한 이웃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도움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팽배할 때 민주법치국가로의 새로운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법률가들도 좀 더 낮고 겸허한 자세로 국민들 편에 가까이 다가설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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