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법행 양과 합격수기] “발표 전날 꿈에서도 격려해준 돌아가신 아버지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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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법행 양과 합격수기] “발표 전날 꿈에서도 격려해준 돌아가신 아버지께 감사”
  • 법률저널
  • 승인 2012.01.0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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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울 제53회 사법시험 합격/제29회 법원행시 합격/연세대 경영학

Ⅰ. 들어가며

저에게 2011년은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부족한 실력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통스러웠던 것이 불과 두 달 전인데 시련이 하나 끝이 나고 과분한 선물까지 받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합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여 친구를 통하여 뒤늦게 합격임을 통보받고서도 긴가민가하여 동명이인 존부를 한 시간이나 검색하였던 터라 이런 합격수기를 쓸 자격이 없는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꿈을 위해 정진하시는 수험생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정보제공 위주의 수기를 쓰고자 합니다.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법원행정고등고시(이하 법원행시 ) 위주로 서술하고자 합니다. 사법시험 부분은 고득점을 바라보시는 수험생은 ‘이런 부분은 안 해도 되겠구나’ 또는 ‘이렇게는 하지 말아야겠구나’ 라는 관점에서 읽으시고, 어찌되든 합격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수험생께서는 ‘이렇게 해도 붙기는 붙는구나’ 하고 자신감을 가지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Ⅱ. 사법시험

1. 입문 계기

(1) 2회의 PSAT 낙방(2006년~2008년 4월 )

처음부터 행정고시 재경직을 염두에 두고 경영학과로 진학하였고 2006년 봄에 신림동으로 들어와 서울대 도서관을 다니며 행정고시를 준비하였습니다. 그러나 다음해 PSAT 2문제 차이로 1차시험에 떨어졌고, 이에 적을 옮겨 '경현재'라는 학교 고시반에 들어가 스터디를 만들어 열심히 1차를 준비하였으나 그 이듬해 1교시 언어영역에서 마킹을 완료하지 못하고 답안지를 빼앗겨 부정행위로 0점처리 되면서 또다시 낙방하고 말았습니다. 그 후 한 달을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자괴감과 1차 시험 쯤은 간단히 합격한 고시반 동료들에 대한 열등감으로 괴로워했고 어차피 나는 행정학이 너무 싫었어라는 여우와 신포도의 논리로 행정고시에 대한 미련을 접었습니다.

(2) 진로의 전환

행정고시 공부 중에 아버지 사고와 관련된 소송 때문에 법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느낀 법원의 분위기는 신선한 것이었습니다. 그 전에 법은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딱딱한 법대생만의 것이었는데 법원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사건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가졌던 법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행정고시 실패를 계기로 구체적인 목표로 인식하였습니다. 2008년 4월 결심을 굳히고 엄마에게 말씀드리자 엄마는 어떻게 4년을 더 고생하려 하느냐며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여하튼 이 시기 독학사로 부족한 법학학점을 채우는 등 본격적인 사법시험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2. 1차 시험(2008년 4월~2010년 2월)

(1) 첫 번째 1차시험(2009)

신림동에서는 이미 민법 기본강의가 시작된 터라 강의 테이프를 들으며 민형헌 순서로 기본서를 처음 익혔습니다. 강사나 책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기로 하고 수소문하여 가장 유명하다는 것을 선택하였습니다. 민법은 권순한 강의와 민법요해, 김형배 교과서를 샀고 형법은 신호진 강의와 책, 헌법은 김현석 강의와 정회철 교과서로 정리하였습니다. 이 중 김형배 교과서는 결국 보지 않았습니다.


9월에는 신림동에 들어와 방 안에서 공부를 하였습니다. 왔다갔다하는 시간조차 아까웠기 때문입니다. 식사시간도 아까워서 테이프를 들으며 밥을 먹는 생활을 하였건만 12월이 되어서야 세 과목 기본서 1회독이 끝났습니다. 어느새 1차 시험은 코앞으로 다가왔고 엄청난 공부량의 압박으로 저는 자포자기의 공황상태가 되었고 두 달간을 방 안에서 디엠비 티비를 보며 시험장에 들어간 당연한 결과로 2009년 첫 번째 1차 시험을 낙방하였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합격선보다 평균 15점 차이라는 양호한(?) 성적을 받았고 저는 ‘끝까지 포기하지 말걸’이라는 후회와 ‘할 수 있겠구나’라는 안도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2) 두 번째 1차 시험(2010)

불합격 후 학교로 돌아가 4학년 2학기를 마치고 2009년 7월 말에 신림동에 독서실을 잡고 두 번째 1차 시험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9월부터 시작하는 진모를 듣기로 계획하여 미리 교과서 진도를 뺄 생각이었으나 잘 되지 않았고 결국 모의고사를 치는 전 날 꾸역꾸역 시험범위 진도를 마치고 모의고사에 들어가는 시한부 생활을 12월 초순까지 하였습니다. 시간 확보를 위해 오전반을 수강하였고 지각은 자주 하였지만 빠지지 않고 출석하였습니다.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1차 시험까지의 공부가 합격과 직결되었다고 판단되며 이는 그 해 법원행시 1차에도 영향을 미친 바 이는 법원행시 부분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무튼 2010년 사법시험 1차에서 약 89점, 그 해 법원행시 1차에서 평균 92.5점이 나와 안심하고 2차 준비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1차 시험과 관련해서 진모는 진도강제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진모기간 스터디 등으로 기본서 회독 수만 확보할 수 있다면 굳이 진모를 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진모 성적이 평균 6~70점대였고 최저 40점도 맞아봤으며 그나마도 시간 내에 풀지 못한 적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진모 성적이 안 좋더라도 아직 합격하기에 시간은 충분하고 실제 시험장에서는 다 풀 수 있으니 걱정말고 열공하시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3. 2차 시험(2010.3~2011.6.25)

(1) 수강한 강의와 책

2차 시험 공부 역시 별다른 고민 없이 남들이 많이 듣는 강의와 유명한 책을 기준으로 하였습니다. 민사소송법은 이창한 강의와 통합민소 및 사례집 행정법은 류준세 모의고사와 워크북 및 홍정선 기본서, 상법은 김혁붕 강의 및 상법신강과 사례집, 형사소송법은 김정철 강의와 이재상 기본서 및 사례집, 민법은 윤동환 강의와 민법교안, 형법은 김정철 강의와 뉴 솔루션, 헌법은 차강진 강의와 정회철 사례집을 보았습니다. 3순환부터는 모의고사만 보았습니다.

(2) 초시

답안 작성 연습을 전혀 하지 않았던 터라 법전만 받을 생각으로 들어갔으나 한페이지도 작성하지 못하고 두 시간을 보내는 것은 고역이었습니다. 그렇게 4일을 버틴 결과 법전 및 7법 전부 과락이라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3) 재시

재시기간 내내 가장 힘들었던 점은 글씨였습니다. 자타공인 악필인 데다가 팔에 잔뜩 힘을 주고 쓰는 터라 속도도 느렸기 때문입니다. 압박붕대를 써보아도 소용이 없었고 시험 전까지도 답안지를 시간 내 작성해 보지 못한 채 시험장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악필인 점은 당락에 문제되지 않고 다만 글씨 쓰는 속도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실제 시험에서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민법을 각 8~10점 백지로 내고 말았습니다. 당연히 합격에 대한 희망은 사라졌을 뿐 아니라 아는 것을 다 쓰고 나오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속필이 되기 위한 연습을 할 것입니다. 상법은 2문의 1을 본 순간 전혀 손 댈 수 없는 문제임을 직감하고 나머지 문제를 푼 후 조문을 찾아 10줄 정도 작성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제가 공부하지 않고 넘어간 해상법 문제라고들 하였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상법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거두었는데, 이를 보면 불의타가 나오더라도 남들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Ⅲ. 법원행시

1. 1차 시험(2010년 여름)

사법시험 2차 초시가 끝나고 법률저널을 통해 법원행시의 존재를 알게 되어 또다른 2차 시험의 기회를 얻으려고 응시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시 1차 공부가 법원행시 1차 공부가 되었고 여기에 ‘법행바이블’이라는 책을 한 권 추가하여 보았습니다.


전술하였듯이 사시 1차 진모 기간이 끝나고 헌법 5일, 형법 5일, 민법 10일간 순서대로 기본서를 다시 보았고 진도에 맞춰 ox문제집을 풀었습니다. 민법은 핵심지문총정리, 형법은 출제의 포인트라는 책을 보았고 헌법은 정회절 판례집만을 추가해서 보았습니다. 문제집은 풀 때마다 바로바로 틀린 것, 애매한 것, 모르는 것, 어려운 것을 표시하여 두었고 판례의 결론과 요지를 형광펜으로 표시하여 정리하였습니다. 그 후 2월까지 최신 판례 및 기출문제를 보는 것 이외 양을 늘리지 않았고 기본서 각 2회독 및 정리해 둔 문제집과 판례집만 보았고 시험보기 전 날에는 A4 두 장 정도로 마지막까지 잘 외워지지 않던 판례를 정리하였습니다.


이 때 공부해 둔 판례 덕분인지 법원행시는 ‘바이블’ 한 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교적 수월하게 치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 2차 시험(2011.7월~10월)

(1) 총평

법원행시 2차 초시는 민법 1순환 강의와 시간이 겹쳐 들어가지 않았고, 사법시험 재시가 끝난 후 20일 간을 쉰 다음 법원행시 2차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형사소송법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정주형 사례 강의안을 추가하여 보았는데 결론적으로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고 사법시험 때 보던 교재 그대로 공부해도 무방하실 것 같습니다. 답안지는 앞면만을 사용하여 10~12장 정도 작성하였습니다.


결과는 행정법이 67점, 민사소송법이 63.5점으로 최고점이었고, 민법이 56.5점, 형법이 54.5점, 형사소송법이 49.5 점으로 합격자 평균을 하회하였습니다.

(2) 행정법

행정고시 할 때부터 행정법을 공부하여 기본서는 익숙했던 터라 단문을 염두에 두고 워크북만으로 공부를 하였습니다. 워크북의 각 쟁점의 큰 목차를 책의 첫머리에 적어두고 단문 출제시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 출제된 ‘취소판결의 기속력’에 대해서는 의의-성질-내용-범위-한계-간접강제 순으로 기계적으로 암기하였고 차별화를 위해서 객관적 범위와 관련해 기본적 사실동일성을 인정한 판례 2가지와 부정한 판례 두 가지를 외우는 등 판례를 풍부하게 서술하려고 하였습니다.


또한 조문을 빠뜨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올해 1문에서 재량행위 일반론에 이어 행정소송법 제 27조를 적시하며 사법심사를 논하는 등 조문을 최대한 적시한 것이 고득점으로 연결된 것 같습니다.

(3) 민사소송법

이창한 통합민사소송법을 워크북과 마찬가지로 단권화하여 단문에 대비하였고 사례집은 시간이 없어 반 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통합 민소에 없는 내용이 마지막 10점 배점정도로 출제되었는데 사례집에서 봤던 기억이 남아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이 역시 전형적인 목차 위주로 판례와 조문을 충분히 서술하여 나름 만족하였던 시험이었습니다.

(4) 민법

민법은 1문에서부터 고전하여 시간을 보내다 2문부터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3문은 문제만 1페이지라 겁을 먹었는데 찬찬히 읽어보니 논점이 보여 겨우 쓰고 나니 20분이 남아 1문은 제대로 작성하지 못했습니다. 판결의 결론과 논거를 쓰라는 것이 문제였는데 논의의 방향에서 원고 피고의 각 주장의 당부를 논한 후 결론을 쓰겠다고 서술한 후 시간이 없어 결론은 쓰지 못했습니다. 남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 위안하였는데 나중에 다른 합격자 역시 답안에 전혀 숫자를 적시하지 않았다고 하신 걸 보니 사법연수생과 같이 판결의 정확한 주문을 내는 것 까지 요구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5) 형법

특별법이 나올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공부 하였으나 2문에서 도로교통법, 교특법이 등장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고 관련된 최신 판례도 몰랐던 터라 상당히 고전하였습니다. 결국 시험장에서 법전을 뒤져 겨우 특별법 문제로 접근을 하였고 시간이 부족해 한 명의 죄책은 아예 논의하지도 못한 채 답안을 제출하였습니다. 50점 사례 문제의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가장 과락을 걱정했던 과목이었습니다.

(6) 형사소송법

1문은 전형적인 문제라서 잘 썼다고 생각했고 2문도 어느 정도는 썼다고 생각했는데 최저점이 나와 의아했던 과목이었습니다. 2문의 1에서 재심문제는 제 420조 5호 밖에 없다는 경솔한 믿음으로 무리하여 서술한 것이 잘못된 방향이었던 것 같습니다. 2문의 2는 항소심 구조론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중심으로 서술하였는데 이는 다른 수험생들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3. 3차 시험

면접 스터디를 구하지 못하여 혼자 준비했는데 행정고시에 합격한 경현재 동기들의 도움으로 개인 PT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얻었고, 대법원 사이트에 들어가 모든 메뉴를 클릭해 보았고 공지사항 등을 통해 최근 1년간 법원에서 화두가 되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집단 면접은 40분간 진행되었는데 5분간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주제는 ‘국민의 법원에 대한 인식과 열린 법원을 구현하는 방안’이었고 12명이 각자 1번씩 발언하고 나니 시간이 다 되었고 면접관님도 사전에 문제가 유출된 것이 아니냐고 농담을 하실 정도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개별면접에서는 PT는 하지 않았고, ‘여성간부가 될 것인데 나이 많은 부하직원과 잘 해나갈 수 있는지’ ‘헌법재판제도의 의의와 종류’ ‘경영학과인데 어떻게 법원행시를 준비하게 되었는지’ 등 간단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이렇듯 면접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시고 대법원 사이트를 한 번 둘러보시는 정도로 준비하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Ⅳ. 나가며

먼저 기도에 응답해주신 하나님과 사법시험 합격자 발표 전 날 꿈에서 저를 격려해 준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감사드립니다.


수험기간 내내 격려해 준 친구 윤정, 은, 4년 후 교수님이 되어 돌아올 현의, 희연, 합격 소식을 제일 먼저 전해준 유경, 정희, 성구, 승록이와 고시반 동기 상욱 오빠, 혜준, 정대, 지혜와 고시반 친구 한나 및 면접 스터디원 범수 오빠, 태우 오빠 그리고 홍제 삼촌, 연희 이모, 최영희 목사님, 이운봉 선생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2차 시험기간 내내 투정 많은 여자 친구를 물심양면으로 지지해 준 옆자리 훈남 장승욱씨, 고맙고 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쁜 동생 슬기와 우리 엄마!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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