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실업자와 실업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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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실업자와 실업가 변호사
  • 법률저널
  • 승인 2012.01.0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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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5일 현재 변호사시험의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 민법을 앞두고 있다. 고사장에서 만난 로스쿨생들은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고 저녁 7시,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와 어두움을 뚫고 고사장을 벗어나는 이들 로스쿨생들은 일단 시험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생각들이었다. 다만 대다수가 붙는 시험에서 혹여나 탈락할 경우 치명적이라는 불안감은 또 다른 긴장을 이끌었지만 비교적 덤덤해들 했다.


시험 전날까지도 각종 언론매체들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 진출하자마자 실업자’라는 가시 돋친 듯한 우려(?)를 접해왔지만 고사장에서만은 먼 훗날의 이야기인 듯, 모두들 시험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로스쿨 출신 1500명 중 약 500명은 법원, 검찰, 공공기관, 대형로펌 등으로 취업하지만 나머지는 ‘실업자(失業者)’라는 언론매체들의 표현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든다. 기자 역시 이같은 취업률을 전망해 왔지만 나머지 1천명에 대한 ‘실업’이란 표현은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법조인 중 변호사는 태생이 의뢰인으로 의뢰를 받아 민·형사상의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다. 또 나아가 자문을 통한 사전 예방과 사후 처리를 맡아 법치주의와 의뢰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직업이다.


기존의 포괄적 의미로서 법을 맡는 인재를 선발하는 ‘사법(司法)’시험이 아니라 로스쿨은 ‘변호(辯護)’-넓은 의미로서 ‘남을 위하여 변명하고 감싸서 도움’, 좁은 의미로서 ‘법정에서 변호사가 검사의 공격으로부터 피고인의 이익을 옹호함’-를 본래의 목적으로 하고 그래서 시험명도 변호사시험이다.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된 만큼, 새로운 인식의 발상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통의 판·검사, 변호사 중심의 취업이 아닌 사회 어느 곳에서나 필요로 하는 광의의 ‘변호사(辯護士)’를 생각해야 할 때다. 나머지 1천명에게 왜 ‘실업자’이라는 수식어를 두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직이란 ‘정통적인 취업처’에 안주하기 때문이 아니라, 어느 곳에서든 전문분야에 대한 실력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사회에 일조하는 하나의 직업군이라는 것이다. 개업을 통해 자신이 활약하고 싶은 분야에서, 고객을 만나고, 분쟁을 해소하고, 그로써 사회에 기여하면 그 자체가 전문직이며 ‘실업가(實業家)’가 되는 것이다.


지나친 기우는 오히려 몸을 해치는 독이 된다. 로스쿨 출신이든, 사법연수원 출신이든, 이들에게 ‘취업대란’ ‘실업자’ 등과 같은 해묵은 언론플레이는 이들을 주눅 들게 한다. 날고자 하는 이들의 날개나 꺾는 근시안적 좀팽이나 하는 행태다. 특히 로스쿨을 왜 도입하려고 했는지 근원적인 이유를 차제에 되짚어 봐야할 듯하다. 건설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다.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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