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수사권 논란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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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수사권 논란을 바라보며
  • 방희선
  • 승인 2011.12.23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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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희선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변호사

지난해부터 세상을 시끄럽게 하던 검·경수사권 논란을 지켜보노라면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한 해를 넘겨 떠들고 두 기관이 서로 명운을 걸고 싸우듯 요란한 대립을 거듭해 왔건만 대다수 국민은 정작 문제의 내용이 무엇인지, 법제도상 가능한 해법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인식조차 없이 그저 입 가진 사람마다 제 각기 한 마디씩 하는 식이었다. 거기에 세를 몰아 목소리가 크면 이기는 양 여론을 자극하거나 대중에 호소하는 식으로 편 가르기에 나서는 모습이기도 했다.


그런 탓에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이해나 합리적 해법은 무엇인지 차분히 살피자며 어떻게든 논리적 접근을 촉구하는 건전한 주장은 도리어 외면당하고 묵살된 채 그저 집단 감성이나 구호에 묻혀 버리기 일쑤였다.


국회 사개특위의 전 과정과 그 심의에 직접 참여하여 이를 현장에서 다루었던 필자로서는 우리 사회의 그와 같은 맹목적 감성주의와 집단주의에 환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대립되고 엇갈리는 문제의 경우, 특히 고도의 전문영역에 속하는 경우 관계전문가로부터 객관적 진단과 평가를 받은 다음 이를 토대로 조심스레 논의를 해 나가야 함에도 처음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맹목적으로 관철하려 하거나 어설픈 의견을 끌어다 대며 소모적 논쟁을 일삼는 풍토에서 무엇이 나올 것인가.


그런 식이다 보니 끝내 파열음과 충돌만 드러나 갈등과 상처만 남긴 채 힘겨루기의 정치판처럼 넘어가는 꼴이다. 무지와 불신, 그리고 고집이 뒤엉킨 졸렬한 한 편의 드라마였다고나 할까.


이 모두가 우리 사회의 수준과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국민들 또한 그에 장단을 맞춰 놀아나고 있는 허망한 촌극의 공범 격이라 누가 누구를 질책하고 탓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나라의 법과 제도를 바꾸는 일은 그 내용에 따라 완급을 가리고 선후를 따져 지극히 차분한 마음으로 조심스레 다가서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요즘 유행하는 그릇된 값싼 풍조에 젖어 그저 즉흥적 기분으로 논평하거나 어설픈 상식으로 손쉽게 결론을 얻으려는 경솔한 태도에 휩쓸려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하여 우리 모두는 보다 깬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의식이 절실하다. 소위 수사권이 과연 무엇인지, 그 내용과 본질이 무엇이며 법치주의적 통제 방향은 어떤 것인지 기본적 인식을 먼저 확보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며, 그런 다음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가능한 것과 나아가 법제도의 개편을 요하는 장기과제를 구분하는 이성적 분별을 갖추어야 비로소 의미 있는 조정과 협의가 가능할 것이다.


이를 도외시한 채 단순한 업무개선 같은 기관간 조정으로 무작정 덤벼들거나 맹목적 집단간 갈등처럼 몰아 부치는 일은 올바른 관찰도 아니고 도리어 문제를 악화시키는 싸구려 훈수에 지나지 않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지난 일 년간의 소모적 논쟁과 갈등은 검찰, 경찰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어리석은 행태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았으면 한다.


그리하여 차후로는 이런 우스꽝스런 소모적 논란이 없도록 다 함께 각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매사 즉흥적 인상이나 여론의 세몰이에 끌려 이리 저리 몰려다니는 오늘의 그릇된 풍조를 돌아보고 진지한 자세로 찬찬히 살펴보는 이성적 태도가 절실한 계기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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