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합격수기 “겨울추위가 심한 다음에 오는 봄의 잎은 한층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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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합격수기 “겨울추위가 심한 다음에 오는 봄의 잎은 한층 푸르다”
  • 법률저널
  • 승인 2011.12.1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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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인 제53회 사법시험 합격/영산대 법학과

1. 들어가며

코끝을 스치는 바람의 날카로움이 갈수록 매서워지는 요즈음, 어느덧 최종합격자 발표가 난지도 3주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합격수기를 쓰고 있노라니 그간 꿈속에 있는듯하여 미처 실감할 수 없었던 합격 사실이 비로소 현실이 되었음을 느낍니다. 처음 법률저널에서 합격수기 작성을 부탁받고, 과연 내가 수기를 작성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에 대해 적잖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저는 명문대생도 아닐뿐더러, 여느 고시생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특별히 짧은 수험기간을 보낸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험기간을 거치면서 나름 체득한 바가 있었고 그러한 점이 합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믿기에,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해 도움이 되는 합격수기를 쓰고자 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대부분의 경우, 1차 시험이든 2차 시험이든 이미 공부를 하고 있는 분들이 무언가 조언을 얻기 위해 합격수기를 읽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저의 사사로운 애환을 늘어놓기보다는 읽는 분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합격수기로 작성하고자 노력했으니 부디 편하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2. 1차 시험 대비

휴학 후 처음 1차시험을 준비하면서, 대개 그러하듯 학원을 기준으로 진도를 따라가는 평범한 형식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우선 전체적인 틀은 학원의 진도를 따라가되, 모든 강의를 다 듣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수강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학원에서는 교과서를 정리하는 기본강의, 판례강의, 선택과목이었던 형사정책 강의만을 들었습니다. 진도별 모의고사의 효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나, 저는 그 비용과 시간 투입에 비해 암기나 이해의 결과에 있어 그다지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 시기에는 혼자서 정리를 했습니다.


학원에서는 약3달가량의 기간 동안 진도별모의고사가 진행되는데, 저는 혼자서도 이 시간을 충실히 활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크게 두 가지 달성을 목표로 삼았는데 첫째는 기본강의 때 정리한 교과서를 읽으면서 시험 전 막바지에 볼 것을 염두에 두고 중요부분 체크를 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입체적으로 내용이해하기였습니다. 평면적으로 교과서를 계속 읽기만 하면, 내용은 이해되지만 이론이나 학설, 판례가 입체적으로 와 닿지는 않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10년기출 지문집과 시중 문제집을 사서 해당 교과서 부분을 읽은 후, 기출지문들과 문제들을 풀어보는 형식으로 이론과 문제를 번갈아가며 공부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이 방법을 쓰면 교과서를 끝까지 일률적으로 죽 읽고 문제집만 푸는 것보다 좀 더 능률적으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먼저 이론이 어떻게 문제화되어서 나오는지를 알 수 있고, 다음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로 많이 나오는지를 파악하여 교과서 속독시 강약조절을 가능케 합니다. 또한 문제를 풀면서 몰랐던 부분은 왜 몰랐는지 교과서 해당 부분에 부기해놓음으로써 추후 유사한 문제를 풀 때 같은 실수로 틀리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저는 이러한 방법으로 공부를 하면서 진도별모의고사 시기를 알차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 때 10년기출 지문집에서 자주 나오는 지문이나 자꾸 틀리는 부분을 모두 교과서 해당 부분에 요약하여 적어 넣는 것으로 나름의 단권화도 병행하였습니다.

판례강의는 학원에서 강의를 들었고 이 시기에는 판례에 집중하였습니다. 1차시험 전체를 100으로 보면, 판례가 70을 차지할 정도로 그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판례집을 여러 번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헌법을 제외하고 형법과 민법은 모두 객관식 판례를 주교재로 삼았는데, 여러 번 다시 문제를 풀어보기 위해 문제 부분에는 틀렸는지 여부만 표시하고 주로 해설 부분에 가필을 했습니다. 판례의 핵심이 되는 2-3줄 정도만 형광펜으로 긋고, 자주 변형되어 나오는 부분은 빨간펜으로 표시했습니다. 이외에 강의시간에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한 부분이나 다른 부분은 모두 연필을 사용했기 때문에 복습시 형광펜과 빨간펜 친 부분을 위주로 빠르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학원에서 판례강의를 듣고 저녁에는 어제 진도나간 부분과 오늘 진도나간 부분을 복습하고 해당부분의 교과서를 읽었습니다. 다음날도 똑같이 하여 그 전날 복습이 반복되어 누적 학습이 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일요일에는 법률저널의 전범위모의고사 5-6회분을 사서 시간 맞춰 문제를 풀어보는 연습을 꾸준히 하곤 했습니다. 전범위모의고사에서 내가 틀린 문제와 중요한 문제는 간략하게 오답노트를 만들었습니다. 많은 분량은 아니었으므로 부담되는 작업은 아니었습니다. 교과서의 목차를 크게 쓰고 틀린 문제가 속하는 목차 밑에 어떤 문제를 왜 틀렸는지 정도로만 간단하게 적어놓았습니다. 목차를 함께 적으면 자주 틀리는 부분이 큰 틀에서 보았을 때 어디에 속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좋았습니다. 시험 전에 전범위모의고사를 일일이 보고 있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 빠르게 훑어보기 위한 방안으로 오답노트를 작성했는데, 나중에는 전범위모의고사 뿐만 아니라 판례의 중요문구나 잘 외워지지 않는 부분도 함께 적어 시험 직전까지 볼 수 있는 유용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마무리 역시 나름의 방식대로 하였고 4-2-1을 굳이 따르려고 노력하진 않았습니다. 판례위주로 마무리를 하였고 최신판례는 매해 한 문제는 꼭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여 최신판례도 꼼꼼히 숙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재시 낙방 후 다시 치른 1차시험 역시 같은 방법으로 하되, 시간이 부족했기에 정리된 교과서는 그대로 보고 판례집과 기출지문은 새로 샀습니다. 객관식문제풀이 감을 찾기 위해 전범위모의고사를 시간 맞춰 많이 풀어보았습니다.
이러한 나름의 방식으로 공부를 하였고, 잘못된 방법은 아니었는지 다행히 처음 치른 1차 시험과 재시 후 두 번째 1차시험 모두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3. 2차시험공부

제가 사시로 합격했기 때문에, 저의 실수를 타산지석으로 삼길 바라는 마음에서 재시와 삼시는 실패의 원인을 위주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재시 때는 평범하게 학원의 커리큘럼에 따라 공부를 했습니다. 1순환, 2순환, 3순환까지 모두 학원에 다니면서 여느 고시생들과 별다를 것 없는 수험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처음 공부해보는 후사법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머리에 머무르지 않았고, 마치 손 안의 모래처럼 계속 빠져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시험이 다가오면서 이러한 불안감은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내가 남들보다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을 줄여가며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히 건강은 나빠졌고, 설상가상으로 스트레스로 인해 원래 있던 비염이 더 심해져 시험이 임박했음에도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온전하지 못한 컨디션으로 4일간 시험을 치를 수밖에 없었고, 결과는 근소한 점수 차이긴 했지만 불합격이었습니다. 이렇듯 저의 재시낙방의 가장 큰 원인은 자기관리의 실패였습니다. 압박감과 불안감은 고시생이라면 누구나 조금씩 가지고 있음에도, 저는 그 자체에 너무 매몰되어버려서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병까지 키운 셈이 되었습니다.       


삼시 때는 어렵게 다시 잡은 기회이니만큼 재시 때의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하고 체력관리에 힘썼습니다. 가벼운 명상과 자기암시를 통해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주말에는 등산도 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며 체력을 보강했습니다. 다행히도 재시에서 낙방한 이후로 성격이 긍정적으로 변했기에, 스트레스도 그만큼 덜 쌓였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재시 때 실패를 한 덕분에 일종의 전환점을 맞아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 것이니 그 실패가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컨디션으로 시험을 치렀음에도 삼시에서 고배를 마시게 됩니다. 고배의 원인을 확신할 수는 없으나, 제 답안지가 너무나도 천편일률적이었다는 점에 있는 듯합니다. 재시낙방 후 철저한 답안지검토를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했어야 했는데, 삼시의 시간부족을 핑계 삼아 그저 새로운 학원 모의고사만 많이 풀어보았을 뿐 차별화된 답안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었습니다. 그런 안일한 자세로 시험에 임했기에, 전형적인 나열식 답안지가 되어 합격수준에 미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재시, 삼시 모두 학원에서 모의고사만 치는 반이었는데 그간 모범답안도 종종 냈었고 답안작성 연습도 많이 했다는 사실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의고사는 단지 모의고사일 뿐, 실제시험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애써 무시하고 판에 박힌 학설, 판례, 검토 목차에 맞춰 아는 내용을 열거하기에 급급했던 어리석음이 결국 불합격이라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시 때는 재시와 삼시의 실패 원인을 분석하여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계획을 세워나갔습니다. 삼시 때 답안지를 열람하러 가서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검토했고, 모의고사를 치를 때에도 사시라는 특성상 내용 암기한 것을 시험지에 쏟아내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목차를 얼마나 잡을 것인지 또는 차별화된 답안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답안지 자체를 향상시키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습득하게 된 답안 작성의 방법을 몇 가지 적어보겠습니다.

첫째로, 반드시 목차를 잡고 내용을 쓰기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최대한도에서 되도록 자세히 잡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1문보다는 2문을 자세히 잡고 1문은 2문보다는 덜 자세히 잡고 쓰는 것이 시간배분에 좋습니다. 2문을 쓸 때가 되면 시간이 촉박해지는 경우가 많고 당황한 마음에 두서없는 답안작성을 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2문은 되도록 자세한 목차를 잡아야 합니다. 그러면 설령 2문을 쓸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짜임새 있는 목차덕분에 정돈된 답안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 목차가 눈에 띄기 쉽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목차를 남들과 다르게 쓰면 그만큼 보기가 좋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목차를 단순히 ‘판례’라고 하지 않고 ‘판례와 그에 대한 해석의 태도’나 ‘판례의 변화양상’ 이라고 뽑아 판례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의견을 간략하게 적어주거나, 종전판례와 변화된 판례의 구체적 차이를 적시하는 등 단순히 판례만 적시한 답안들과 차별화를 두었습니다. 이렇게 쓰게 되면 육안으로도 답안지에서 판례부분이 차지하는 양이 많아지면서 보통 답안지와 약간의 차이가 생기게 됩니다. 다만 이런 경우에는 학설을 매우 간략하게 나열한 후 학설의 결론을 판례에서와 중복되지 않게 별도 논거를 외워야하고, 분량조절을 신경 써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판례의 전반적인 태도를 잘 이해하고 있음을 답안지에 피력할 수 있으므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로, 입법론이나 기존 법의 태도에 대한 비판이 있으면 한 줄이라도 적어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삼시 때부터 신문이나 잡지의 자료들을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판례평석과 칼럼들을 접하면서 합당한 비판, 혹은 입법론이 있으면 이를 답안작성시 참고하여 검토부분을 풍부하게 하기위한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주의할 것은, 이런 부분은 그냥 읽고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면 보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신문에서 발견한 좋은 논거나 입법론은 보는 데서 그치지 말고 바로 끝까지 가져갈 책을 펴고 간략하게 정리해서 써넣으십시오. 시험장에서 쓸 일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꼭 한번이라도 더 볼 수 있게 하시길 바랍니다. 저 역시도 암기장이나 주로 보는 책의 해당부분에 적어두고 반복적으로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현재는 이러이러한데, 이러한 점이 부족하기 때문에 입법이 필요하다 또는 현재 법조문 해석상의 공백이 있으므로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식으로 적어주게 되면 답안지가 훨씬 좋아진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암기해서 나열한 것이 아닌, 나름의 생각을 통해 문제가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저는 혹시나 눈에 띄지 않을 것을 우려해 몇 과목에서는 입법론의 목차를 따로 빼내어 쓰기도 했습니다.

넷째로, 조문은 숫자이니만큼 한글 일색의 답안지에서 눈에 가장 많이 띕니다. 따라서 과도할 정도로 적시하는 것이 오히려 좋고, 특히 결론부분에서는 꼭 기재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 밖에 수험생활을 하는 동안 알아두어야 할 점도 몇 가지 적어보겠습니다. 먼저, 학원모의고사를 금과옥조로 여기지 말아야합니다. 버리지 않고 소중히 모셔둘 대상이 아닙니다. 매 순환마다 모의고사를 치르고 일일이 철해서 모아놓고 있으면, 시험에 임박했을 때에는 시험지의 탑을 보며 마음만 더 무거워지게 됩니다. 저는 사시 때 2순환 모의고사반만 학원을 다녔는데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치고 오면 해설집을 압축하는 작업부터 했습니다. 학원에서 나눠주는 압축본보다, 스스로 목차위주로 키워드를 찾아 문맥을 연결하여 최대 두 장 정도로 해설을 압축하였습니다. 그러면 1,2,3순환을 거치며 많아진 모의고사들도 그 양이 현저히 줄게 되어 다시 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또한, 어차피 모의고사 문제는 연습용이고 실제 시험에는 똑같은 문제가 나오지 않으므로 모의고사문제를 여러 번 보는 것 자체에 연연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다음으로, 매 순환마다 기출문제를 함께 보는 것이 좋습니다. 기출해설집과 채점평선 책을 사서 기출문제를 보고 목차를 잡아 본 후, 모범답안과 교수님의 강평을 보며 내가 자주 간과하는 부분이 어디인지를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기출문제는 가장 양질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교과서 내의 중요한 부분을 문제로 제출한 것이기 때문에 기출문제를 풀다보면 시험에 출제 될 중요부분의 흐름을 조금이라도 파악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지게 됩니다.

그 밖에도, 모의고사를 볼 때 매번 간과하는 부분은 포스트잇에 적어 눈에 띄는 곳에 붙여놓을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2차시험용 답안지 한 장마다 한 과목씩 간과하는 부분을 적어놓았는데 간략한 오답노트 형식으로 매번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조문도 적어놓고, 일정 주제에 따른 목차 중 자주 혼동되는 부분도 적어놓는 등 계속 잊어버리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재시 이상의 수험생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여유에서 오는 나태함입니다. 재시 이상이 되면 책을 봐도 대충은 아는 것 같고, 전날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학원가서 문제를 보면 대강은 쓰고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재시 때의 절박감과 거리를 멀어지게 하는 큰 요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공부 구력이 오래되면 얼마간 요령도 생기고 내용도 대충 이해를 하고 있으니 다 아는 것 같은 느낌에 좀 더 치열하게 공부를 할 수 없게 된다고 할까요. 아는 것처럼 느껴질 뿐, 확실히 아는 것이 아니라는 실상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답안작성 방법이라고 장황하게 써놓고 보니 그다지 특별한 방법도 아니면서 괜히 생색내는 것처럼 비춰질까 걱정도 됩니다만, 그래도 수기를 읽는 모든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쁘겠습니다.     

4. 슬럼프 극복방법과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전하고픈 말

재시, 삼시를 거치면서 제가 느낀 점은 슬럼프 극복방법은 딱히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단언하는 이유는 첫째로 마음껏 놀 수 없는 처지인 고시생의 특성상, 슬럼프라는 이유로 놀게 되면 그 자체에 대한 자책감만 커지게 마련이라는 점입니다. 둘째로 실컷 논다고 한들, 합격을 하지 않는 이상 슬럼프의 원인인 근원적인 우울감은 사라지지 않으므로 놀고 난 후에도 계속 슬럼프 상태가 유지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시 때는 우울감이 느껴져도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하고 온다거나 친구와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정도로만 환기하고, 그냥 책상에 앉아 공부했습니다. 대신 그 날은 원래 목표보다 공부할 양을 조금 적게 잡아 쉽게 목표를 달성케 하여 소소한 성취감을 느끼는 데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어차피 슬럼프도 기분상의 문제로서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게 마련인지라, 평소처럼 공부가 안되어도 되는 것처럼 책상에 앉아있다 보면 어느새 지나가곤 했습니다. 그 외에 흥미로운 교양법률서적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어차피 교과서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라면, 수험 서적이 아닌 교양법률서적을 재미삼아 읽음으로써 머리 속을 환기 시켜 조금 쉬어가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가벼운 운동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슬럼프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입니다. 운동을 거의 할 수 없었던 재시 때는 늘 무기력했고 친구들에게도 매일같이 우울함을 토로하곤 했는데, 운동을 하게 되면서는 슬럼프에 빠지는 횟수가 현저히 줄고 빠지더라도 금방 극복이 가능해졌습니다.

고시공부는 가장 어려운 적인 자신과의 싸움이기에, 공부하는 앞으로도 많이 힘이 드실 겁니다. “겨울추위가 한창 심한 다음에 오는 봄의 푸른 잎은 한층 푸르다.”는 말처럼, 다들 그런 고통과 인내가 점철된 시간을 거쳐 어렵게 합격을 했기에 그 합격이 한층 더 값진 것이 된 것이겠지요. 최고의 시험이라는 사법시험을 치르면서 이정도 어려움이 없다면 그게 더 허무한 일이 아닐까요. 응당 이 정도 어려움은 있어야 내가 도전할만하지! 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꼭 필요합니다. 보통 용기가 없어 도전조차 못하는 사법시험에 도전하고 진행 중인 당신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합니다. 부디 스스로를 기죽이지 마세요. 오히려 그런 태도 자체가 자신의 정신을 좀먹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험생에게는 그저 무던해지는 것이 미덕입니다. 당신의 길은 잘 닦여 있으니 쓸데없는 자책과 고민으로 출발시간을 늦추지 말고 한 발짝이라도 매일매일 시동을 걸고 출발하세요. 어느 순간 당신의 눈앞에 목적지가 성큼 다가와 있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5. 마치며

수험기간동안 저에게 힘이 되어 주신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비로소 합격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로지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결코 사법시험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지 못했을 것입니다. 가장 먼저 저를 믿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영산대학교에게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집안형편이 어려워 장학혜택이 좋은 대학교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수능성적이 매우 뛰어난 것도 아니었고, 단지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을 지원할 수 있는 성적에 그쳤기 때문에 하향지원을 해도 장학혜택이 있긴 했으나 좋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막연히 법대를 가고 싶었으나 집안사정과 등록금 걱정 때문에 매일같이 일을 하며 사법시험을 준비할 엄두가 나지 않았고, 결국 다른 학과를 지망한 터였습니다.

그러나 저의 어려운 형편을 알고 많은 도움을 주셨던 담임선생님께서 한번 생각해보라며 권유하신 대학교가 바로 영산대학교였습니다. 모두에게 그러하듯 저에게도 생소한 대학교였으나, 무거운 현실 앞에서 학벌취득에 이미 초연해진 저로서는 그다지 거리낄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모로 알아본 결과, 비록 학교의 역사가 오래되진 않았으나 풍부한 장학혜택과 더불어 법대를 특성화시켰다는 점과 부장판사를 지내셨던 총장님께서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지원한다는 점에 매료되었습니다. 이는 장기간 서울을 벗어나 본적이 없던 제가 타지생활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막연한 두려움도 상쇄시킬만한 큰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학교가 위치한 양산은 외가가 있는 부산과 비교적 가까웠기에 완전히 낯선 지역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그래서 무리 없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수험생활 중 학습적 측면에서, 변호사로서 실무에 계신 교수님들이 많았기에 기본적인 법적소양 외에도 먼저 합격한 선배의 입장에서 공부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해주시거나, 답안채점·첨삭시에 실질적 조언을 해주시는 등 학생들을 거의 1:1로 꼼꼼히 신경써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여느 대학교에서는 쉽게 기대하기 힘든 끈끈한 사제지간의 정이 형성될 수 있었고, 재정적 측면에 있어서도 학교에서 충분히 지원해준 덕에 재학시절 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수험생활을 할 때에도 금전적 어려움을 크게 느끼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학교차원에서 온전히 공부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 덕분에 1차 시험을 비교적 빨리 합격할 수 있었고, 2차 시험에서 두어 번의 고배를 마셨음에도, 변함없는 관심으로 따뜻하게 지켜봐주신 덕분에 최종합격까지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막연하게 법조인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으나, 현실의 벽에 부딪혀 부서지고 말 것이라 여겼던 그 꿈을 실현할 수 있게 손 내밀어 주신 부구욱 총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어머니처럼 꾸준히 안부를 물으시며 신경써주시던 노찬용 이사장님, 늘 많은 도움을 주셨던 김중양 교수님, 설계경 교수님, 류화진 교수님, 장창민 교수님 등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어 죄송한 고마운 법률학과 교수님들께 합격의 영광을 돌립니다.

그밖에도 초등학교·중학교 은사님들, 명지고등학교 교장선생님과 곽해룡 선생님, 수험기간 동안 많은 힘이 되어준 희상오빠, 근정헌 동기들 혜진, 보영, 효정이와 동기 같은 후배 보림, 재영이.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국녕, 송은, 하늬, 화진, 나영, 나래 등 많은 후배들. 재학시절 도움 많이 주셨던 성연선배, 엄민정선배, 현진선배, 미영선배, 인희선배, 진우·은수선배 외 많은 선배들과 특히 학회선배로서 도움 많이 주셨던 같이 합격하여 더 기쁜 홍민정선배, PLSG학회, 명지고 친구들 아람, 윤정, 설희, 지혜, 여진, 주영, 지민, 선우, 승은 등...그리고 의사로서 늘 체력이 약한 조카걱정에 근심이 많으셨던 외삼촌, 재학시절 타지 생활하는 조카를 위해 많은 도움을 주신 외가 친척분들..
모두 고맙다는 말로는 부족할 따름입니다. 그간 받았던 관심과 사랑은 앞으로 살아가며 조금씩 갚아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손녀딸의 합격을 고대하셨지만 합격자발표 한 달 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 많이 뵙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엄격하시지만 늘 딸 사랑이 지극하신 존경하는 아버지와 스트레스로 밥을 못 넘길 때 등 뒤에서 몰래 눈물을 훔치시던 다정한 어머니, 누나보다 의젓한 동생 규하와 함께 합격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제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가족이 아니었다면 힘든 고시 생활을 견뎌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2차 시험을 치르는 4일내내 피곤함을 무릅쓰고 새벽에 일어나 시험장에 데려다주시던 아버지의 희끗해진 머리를 보면서, 마치 저에 대한 걱정 때문에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버린 것 같아 울컥 눈물이 차오르곤 했었습니다. 공부를 하는 동안 어느새 많이 약해지신 부모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제라도 장녀로서 효도를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마음이 큽니다.

부족한 제게 합격수기를 쓸 기회를 제공해주신 법률저널에 감사드리며 긴 글을 마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합격의 영광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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