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고시 기술직 최연소 합격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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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고시 기술직 최연소 합격수기
  • 법률저널
  • 승인 2011.12.1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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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좁은 길이지만, 분명히 승리하는 사람 있다”

임장호 행시 기술직 최연소 합격·한양대 전자통신컴퓨터공학부 4년

작년 이맘때쯤 합격생들의 수기를 찾아보던 기억이 난다. 그 때의 나는 막연히 고시를 시작해야겠다는 마음만 가지고 있었을 뿐 아무런 정보도, 또 아무런 인맥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올해 최연소 합격생으로서 합격수기를 쓰고 있다. 물론 나의 능력보다는 천운이 따라주었다고 생각하지만, 혹시나 내가 합격하기까지의 1년을 궁금해 하실 분들이 한 분이라도 계신다면 그 분께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 이 글을 쓴다. 공대생이라서 글재주가 없다는 것을 감안해주셨으면 한다.


1. 1차 시험 준비기간(2010.12월말 ~ 2011.2.26)

2010년 10월에 학교 고시반 입반시험을 봤었는데 떨어졌었다. 학교 고시반 시험이라 우습게 생각하고, 또 PSAT도 기출문제만 각 과목당 10문제 정도씩만 풀어보고 시험을 본 결과였던 것 같다. 큰 충격이었다. 전국에서 7명을 뽑는 시험에 도전해야 하는데 학교 내에서 수십 명을 뽑는 데에도 속하지 못하다니. 복잡한 마음으로 2학기 기말고사까지 끝난 뒤에 PSAT모의고사를 몇 회 풀어보고 12월 말에 다시 입반시험을 봐서 가까스로 고시반에 들어가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첫 도전에서부터 고배를 마셨던 나는 PSAT에 대해서 항상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올해 초시가 아닌 고시반의 많은 선배들은 1차 준비기간에도 2차 시험 공부를 병행하셨지만, 나는 1차 공부만 하기에도 바빴던 것 같다.
가장 초기에는 우선 06년~10년 기출문제를 모두 풀었다. 언어논리가 가장 점수가 나빴다. 가장 힘들었던 건 거의 반 페이지를 차지하는 지문의 길이였고, 이는 자료해석이나 상황판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단은 글을 읽는 속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많이 읽었다. 두꺼운 책을 읽을 여유까지는 없었기 때문에 주로 읽었던 건 얇은 총서 시리즈였다. 관심 있는 분야인 음악, 건축 분야의 책들을 주로 읽었고, 어렵고 생소한 분야의 지문에도 익숙해지기 위해 철학분야의 책들도 꾸역꾸역 읽어나갔다.


초기에 기출문제를 모두 푼 뒤, 각 과목별로 기본서를 하나씩 사서 읽었다. 각 과목별로 언어논리는 한상준, 자료해석은 신헌, 상황판단은 박준범 강사의 책을 읽었다. 시험 약 2주전 까지는 각 책들을 읽으면서 모의고사를 꾸준히 풀었다. 그 뒤로는 실제 시험 시간과 동일하게 모의고사를 풀고, 저녁에는 틀린 문제들을 검토한 뒤,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컨디션 조절을 했다. 기출문제를 풀 때는 항상 좋은 점수가 나왔지만, 모의고사를 풀 때에는 때로는 평균에 못 미치는 점수가 나올 때도 있었다. 그런 날은 굉장히 기분이 다운되곤 했는데, 그래서 시험 하루 전에는 기출문제를 풀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이 글을 읽는 수험생 분들도 모의고사 점수가 잘 안 나온다고 해서 너무 낙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가 시험 며칠 전에 봤던 모의고사들의 점수는 평균을 가까스로 넘는 점수였었는데, 실제 1차 시험에서는 합격선을 훨씬 웃도는 점수를 받았다.


PSAT는 시간 싸움이다.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한다. 똑같은 사람이 풀어도 시간 배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점수가 달라진다. 문제를 풀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이것을 약 2분 내에 풀 수 있을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만약 풀지 못할 것 같다면 미련없이 다음 문제로 넘어가야 한다. 전체 40문제 중 약 5~10문제를 그런 식으로 넘긴 뒤 나머지를 모두 풀면 약 20분 정도가 남는다. 이 때 넘겼던 문제들 중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면 풀 수 있을 것 같은 문제들을 풀어 나간다. 나머지 문제들은 찍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방법을 썼을 때 점수가 가장 높게 나왔다. PSAT는 시간 관리라는 점을 명심 또 명심하자.


2. 2차 시험 준비기간(3.7 ~ 8.13)

1차 시험이 끝나고 가채점 후 합격권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일주일 정도 휴식을 취한 후 2차 공부를 시작했다. 초반에는 그룹스터디, 후반에는 개인공부를 했고, 준비기간 동안 각 과목의 주 교재들을 5~7번 정도씩 봤고, 05~10년도 기출문제를 약 3번씩 풀어봤다.


그룹스터디는 주 1회, 필수과목은 4명이서, 선택과목인 컴퓨터 네트워크는 3명이서 했다. 진행방식은 한 주에 볼 분량과 풀어 볼 연습문제들을 정한 뒤 각자 공부를 해서 그룹스터디 모임 날 책 내용 리뷰와 문제 풀이를 하는 식이었다. 운영체제는 6주, 데이터베이스는 7주, 자료구조는 5주, 컴퓨터네트워크는 6주 정도에 걸쳐서 주 교재를 한 번씩 봤다. 교재 스터디가 끝난 후에는 기출문제 스터디를 했다. 하루에 세과목씩 약 8일에 걸쳐서 05~10년도의 기출문제를 모두 풀었다.


그룹스터디가 모두 끝난 후에는 개인 공부를 시작했는데, 이때가 6월 초였다. 주 교재는 모두 한 번씩 봤기 때문에 속도를 점점 올리면서 계속해서 봤고, 부교재들을 같이 보기 시작했다. 그룹스터디를 할 때는 함께 정한 목표가 뚜렷하게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원동력이 되었지만, 개인 공부를 할 때에는 내가 목표를 세우는 것이어서, 이를 내 맘대로 바꿀 수 있었기 때문에 약간은 나태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매 주의 목표를 세워서 책상에 붙여놓고 절대 손을 대지 않기로 약속하고, 또 매일매일 해야 할 목표를 아침에 책상 앞에 붙여놓고 그 분량을 어떻게 해서든 그 날 다 채우고, 볼펜으로 목표에 동그라미를 친 뒤 잠자리에 들었다.


시험이 100일 남았을 때부터는 종이에 크게 달력을 여러 달 이어서 그려놓고 하루 공부를 마칠 때마다 그 날의 날짜에 표시를 했다. 시험보기 전날에 새까만 표시로 뒤덮인 달력을 보면서 조금은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또한 매일 공부한 시간을 스탑워치로 측정해서 스케줄러에 써놓았다. 다음날이나 또는 한 주의 마지막 날에 이제까지 공부한 시간들을 보고 반성하며 다음 주에는 더 열심히 하자는 마음을 먹었다.


개인 공부 방식은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것보다 내용을 숙지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전산직은 다른 직렬에 비해 수학적인 계산문제가 적고 상대적으로 설명하는 문제가 많다. 따라서 개념을 확실하게 숙지하기 위해서 주교재의 개념들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이렇게 반복해서 읽다보니 교재를 한번 다 보는 속도도 빨라져서 결과적으로 5~7독씩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기출문제는 약 한달 전부터 교재 공부와 더불어 풀기 시작했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 것 같은 개념들도 막상 답안을 쓸 때는 잘 정리가 되지 않았다. 반복적으로 답안을 쓰는 연습을 통해서 개념들을 명확히 정리할 수 있었다.


서브노트를 만들지는 않았다.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판단되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포기했다.


가장 마음이 들떠서 공부가 되지 않던 시기는 바로 시험 일주일 전이었다. 책을 읽어도 잘 들어오지 않고 그저 마음이 뒤숭숭하기만 했다. 이 때 아버지께서 조언을 해주셨는데, 남은 기간 동안 100장의 답안지를 작성하라는 것이었다. 기출문제를 풀어서 하루에 각 과목당 5장씩 20장의 답안지를 실제 시험 답안지처럼 작성했다. 5일 동안 100장의 답안지를 작성하였는데, 이런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놓고 공부를 하니 마음이 뒤숭숭한 와중에도 집중할 수 있었고, 또 어떤 목표를 달성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안정되기도 했다.


시험 하루 전부터는 그 다음날 시험 보는 과목의 교재를 한 번씩 빠르게 읽고, 기출문제를 몇 문제 골라서 푼 뒤,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컨디션 조절을 했다. 시험 전날에는 들뜨고 긴장된 마음에 잠이 잘 오지 않으니 가급적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게 좋을 것 같다.


2차 시험은 준비기간이 6달 정도로 꽤 길다. 전체적인 계획을 잘 세워놓지 않는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될지도 모른다. 또한 처음에 굳은 의지를 가지고 시작했다 해도, 중간에는 많이 나태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 기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전체 계획과 세부 계획, 또 확실한 목표, 비전을 세워두고 매일매일 되새겨야할 것이다.

3. 3차 시험 준비기간 (11.5~11.25)

가장 힘든 기간이었다. 고시를 시작할 때는 ‘8명중에 한명 떨어지는 거면 그냥 붙는 거나 마찬가지네’라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내가 그 한명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 부담감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그러한 심리적인 부담감이 약 3주 동안의 준비기간 내내 나를 짓눌렀던 것 같다. 이러한 부담감을 잘 이겨내는 것도 3차 준비기간의 중요한 과제중 하나이리라.


보통은 발표가 난 당일에 스터디를 구해야 한다. 나는 하루 늦게 스터디를 찾아봤는데 다행히 아직 충원 중이었다. 스터디는 다음 카페 ‘행정고시 기술직, 길을 만들자!’ 에서 찾아보면 될 것이다. (http://cafe.daum.net/abraxase)
처음 한주정도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스터디를 했다. 매일 모여서 오전에는 토론, 오후에는 PT를 연습했다. 인성면접은 개인적으로 경험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의견이 모아져 조금 늦게 준비를 시작했다. 둘째 주부터는 체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생겨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쉬는 날로 정했다. 쉬는 날에도 모이고 싶은 사람들은 4명 정도 모여서 계속 스터디를 했다. 중간 중간 합격생들이 와서 토론과 PT를 봐주고 피드백을 해주기도 했고, 하루를 정해서 모두들 면접 복장으로 만나서 스터디를 하기도 했다. 시험 3일전부터는 각자 개인의 시간을 가지고 마음을 정리하며 개인 준비를 했다.


첫날 스터디에 갔을 때 나는 정말 발표와 토론을 못했었다. PT발표를 할 때는 너무 긴장해서 발표용지를 보고 그대로 읽었었고, 토론을 할 때에도 처음에는 조금 말을 하다가 뒤로 갈수록 발언이 아예 없었다. 이는 이날만 그런 것이 아니고, 초등학교 때부터 이어져온 나의 모습이었다. 전형적인 내성적인 아이로 발표와 토론에는 유달리 약한 모습을 보였었다. 아마 첫날의 나를 보고 다른 사람들은 내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첫날은 처참한 심정으로 집에 돌아와서 생각했다. 내가 나이도 가장 어리고 발표와 토론도 제일 못하니 정말로 내가 떨어질지도 모르겠다고. 하지만 첫날 못한 것이 오히려 더 노력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다음날부터 정말 나를 발전시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했다. 토론 때도 최대한 발언 횟수를 다른 사람들과 맞추기 위해 아무 말이라도 던지도록 노력했고, PT발표는 혼자 거울을 보며, 부모님들 앞에서, 고시반 형들 앞에서 수도 없이 연습을 했다. 그렇게 약 3주정도 여태까지의 내성적이었던 나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 PT발표도 침착하게 잘 하게 되었고, 토론도 안정적으로 하게 되었다. 또한 준비기간 내내 기도도 열심히 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정말 나를 바꾸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 것을 어여쁘게 봐주셔서 최종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4. 전반적인 수험생활

여유를 가지고, 효율적으로 공부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무작정 책상 앞에만 앉아 있는다고 해서 공부가 잘 되는 게 아니라는 게 내 신념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밤늦게 자전거를 자주 타기도 했다. 또 고시공부를 하다 보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정신건강에 조금 안 좋을 것 같아서 여자 친구와 만나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대화도 많이 했다. 또 기숙사에서 물고기와 식물들을 키웠다. 혼자 있는 시간에 물고기와 식물들을 돌보면서 정서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교회에 매주 나가 신앙적으로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2주에 한번정도는 집에 들러서 주말을 보내고 왔다. 몸과 마음이 힘들 때 집에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여기까지해서 나의 부족한 수기를 마치려고 한다. 이 글에서 조금이라도 취할 것이 있다면 마음껏 취하시기 바란다. 고시공부는 힘들고 좁은 길이지만, 분명히 승리하는 사람은 있다.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끊임없이 자신을 독려하고 행동해서 승리자가 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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