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적 진실과 사법적 정의의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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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적 진실과 사법적 정의의 괴리
  • 성낙인
  • 승인 2011.11.0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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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헌법학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검사는 공익의 대변자이다. 검찰은 공익의 이름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적으로 향유한다. 따라서 구체적인 사건에서 검찰이 얼마나 실체적 진실 파악을 위해서 수사에 진력하였는지, 기소에 따른 적용 법조(범죄와 관련된 적용 법률조항)가 어떠한지에 따라서 비슷한 사건에서 그 결과가 전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 검찰이 보여준 일련의 수사, 구속영장청구, 기소 과정에서 정의 구현자로서의 검찰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 수수와 관련된 사안에서 검찰은 연전연패하고 있다. 검찰이 한 전 총리에 대해 대한통운 전 사장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한 사건은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기 직전인 지난 해 4월 9일에 서울중앙지법이 무죄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작년 무죄판결 직전인 4월 8일에 다시금 한 전 총리가 한신건영 전 사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지난 10월 31일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또 다시 무죄를 선고했다. 앞의 사건은 검찰의 항소로 현재 고등법원에 계류 중에 있고, 뒤 사건도 검찰이 항소할 뜻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향후 고등법원과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단 1심법원의 무죄판결을 존중해야 한다.


총리까지 역임하고 제1야당의 서울시장후보로 나선 인사에 대해서 이렇게 두 차례에 걸쳐서 기소와 무죄판결을 반복하는 양상을 보고 있노라면 굳이 야당이나 당사자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정치검찰의 정치보복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도대체 전직 총리도 무리하게 수사하는 상황이라면 일반 국민이 검찰에 한번 걸려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언제쯤 우리도 검찰에 의한 정치보복이 없어지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검찰도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검찰도 신이 아닌 사람인 이상 당사자 사이에 은밀하게 수수한 그것도 현금 수수의 경우에 최소한의 입증만하면 이를 인용해야하지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수뢰사건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불만이 가능해 보인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비록 한 전 총리는 무죄를 받았지만 그의 비서는 금전수수와 관련하여 유죄를 받았다고 그의 동생도 비자금 수수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검찰이 지나치게 공여자의 진술에만 의존하지 않았나 하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다른 한편 수 천 억 원의 탈세혐의로 국세청으로부터 고발당한 선박회사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되고 말았다. 또한 폭력배를 고용하여 회사 임원을 협박하고 폭력을 자행한 중견기업체 회장에 대해 청구된 영장도 기각되었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막강한 재력을 무기로 전관 판검사들이 변호인으로 활약했다는 점이다. 이 두 사건에서 과연 검찰이 범죄혐의를 밝히는데 총력을 다하고 난 후에 범죄혐의자에 대해서 가장 강력한 처벌 조항을 적용해서 영장을 청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화이트 칼라 범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했는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반성하고 고민해 보아야 한다. 유전무죄가 현실화된 사건이 아니라면, 법원이 지나치게 관대했다고 판단했다면, 당연히 검찰은 검찰시민위원회에 회부하여 영장 재청구 절차를 밟았어야 마땅하다.


검찰은 좀더 적극적으로 실체적 진실 발견과 사법적 정의 구현에 매진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에 즈음하여 법조일원화가 구현되면 검사보다는 판사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고령화 사회의 진입에 따라 종신직으로서의 법관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의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법관의 정년은 65세로 연장되었다. 이는 공직자 중 가장 정년이 높은 예이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검사는 근무 환경이 열악한 편이다. 잦은 전근과 지방근무는 기피직종으로 치부되기 쉽다. 게다가 경찰은 수사권독립으로 압박하고 있다. 검찰이 준사법기관으로서의 독립성과 존엄성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에 우수한 인력의 검찰 기피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있어야 국민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다. 어려움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국민의 검찰로 거듭 태어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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