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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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 법률저널
  • 승인 2011.10.1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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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VERITAS)’가 알려주는 가벼운 ‘진리’

신희섭 베리타스

난 가을을 좋아한다. 바람에 시큼한 가을 냄새가 묻어오면서 은은한 햇살이 비추면 정말이지 그냥 쓰러진다. 귓불을 지나 머리카락들 사이로 바람이 속삭이듯이 지나치고 그 바람에 나뭇잎들이 살랑거리면 심장이 잠깐 멈추는 것 같다. 이어폰에서 나오는 노래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풍경은 멈춘 호흡 속에서 나 자신을 한사람의 그림 속 인물로 만든다. 멜랑꼴리의 극대화.

이런 가을이 성큼 성큼 다가와 있다. 며칠 전 다녀온 양평의 남한강 자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정말 가을의 그 쉬크한 정서를 그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일상을 잠깐 벗어나 여유롭게 느끼는 강가의 저녁과 퍼져가는 고기와 나무가 타는 냄새. 소주가 소주가 아닌 저녁. 주거니 받거니 잔을 건네면서 주고받은 가을 저녁의 여유로움. 소주를 타고 목젖까지 싸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밤의 어스름함.

공부에 마음이 바쁜 10월 중순에 마음을 어지럽히는 단어들을 너무 많이 나열했나보다. 이번 주는 정서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 서정적인 이야기에서 우리가 생각해야할 정치를 이야기 하려한다. 잘 들여다보면 한국정치에 대한 아주 좋은 답을 우리는 찾을 수 있다. 다시 무겁지 않게 ‘정(情)’으로 돌아가자.

얼마 전 학원에서 아주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베리타스법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계시는 몇몇 선생님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학원의 기획과 행정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직원 분들과 함께 1박 2일로 단합대회를 가졌다. 아마도 이런 일은 신림동에서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1) 같이 일하면서 식사자리는 가끔 가지기는 하지만 이렇게 교외로 나가서 같이 시간을 가진 경우는 흔치 않다. 오후에는 같이 농구와 배드민턴을 하면서 저질 체력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경험하고 저녁에는 강변의 바비큐 장에서 고기를 구워서 먹으면서 칼칼한 소주도 일병씩 해주었다. 찬 강바람과 뜨거운 불이 어울려서 멋진 분위기를 연출했고 살짝 내린 안개가 운치를 더해주었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한 달 정도 전쯤 이종훈 선생님과 류준세 선생님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한번 직원 분들과 함께 야외에서 바비큐를 하면서 서로 마음도 다지면 좋겠다는 안이 나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나를 포함한 세 사람은 가을이 가기 전에 거사를 추진하자고 결의를 다졌다. 그리고 각자 자기 역할들을 했다. 이종훈 선생님은 initiator로서 일을 주도했고 류준세 선생님은 organizer로 세부적인 일의 사항을 조직하였다. 나는 facilitator로 일이 좀 더 잘 될 수 있는 윤활유역할을 하기로 하고 일은 시작되었다. 우리의 목적은 단순했다. 같이 고기한번 먹자. 고기를 먹는 이유는 직원 분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같이 마음을 나누자는 것이었다. 초코파이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한국의 정서에서 마음을 나눌 때 고기만한게 없다.

그리고 학원선생님들께 우리의 뜻을 알렸다. 아주 많은 선생님들께서 그 뜻에 동참하셨는데 기획을 한 사람들을 놀라게 할 정도였다. 매우 깜찍하게 류준세 선생님께서 감사패를 만들어서 직원 분들께 전해드리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래서 마음을 전하는데 감사패만한게 없다는 것을 그날 배웠다.

학원의 류원기 원장님께서 직접 자리에 참석하셨고 supporter로서 최상급 고기를 후원해주셔서 단합대회의 의미를 더해주셨다. 자리에 참석한 김택기 부원장님과 김석호 부장님, 김동훈 차장님, 윤영필 대리님과 함께 평소에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밤을 맞았다. 그리고나서 다른 몇몇 분들과 함께 서양미술대전을 조촐히 치루면서 새벽을 즐겼다. 마음을 전하는데 카드만한게 없다는 것도 배웠다.

우리는 메마르고 각박한 세상을 살고 있다. 수험가인 신림동은 날씨가 서늘해지면 신림동 특유의 기운이 있다. 수업시간에 가끔 학생들에게 영국의 정치사상가인 토마스 홉스가 묘사한 ‘무정부상태(anarchy)’인 자연상태가 신림동의 분위기를 묘사한 듯 하다고 농담을 한다. 그렇지만 신림동은 자신의 인생의 목표를 위해 공부에 있어 경쟁이 강한 곳이다.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자신과의 싸움과 타인들과의 경쟁에 투자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눈을 돌려 한국의 사회를 보고 좀 더 멀리 미국을 보자. 거기에는 토마스 홉스가 그린 것 보다 더 날서있고 더 잔혹한 경쟁과 쟁투가 있다. 미국의 월가에서의 시위는 99%의 사람들이 1%의 사람들에 대한 계급적 투쟁의 양상이 되고 있다. 10월 18일에는 한국음식업중앙회가 ‘범외식인 10만명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이 대회는 카드사들이 소상인들에게 과도한 카드 수수료를 받는다는 불만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점심장사를 하여 번 얼마의 이익을 카드사 수수료로 준다는 것과 영세업자에게 더 불리하게 수수료를 물리는 거대카드사들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 뿐인가. 임기 말이면 항상 터져 나오는 대통령측근 비리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게다가 물가는 오르고 전세가격과 월세가격도 지칠 줄 모르고 상승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성장률이나 국민소득보다 물가와 같은 민감한 문제들에서 서민들은 실질적으로 임금이 삭감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니 복지정책에 자꾸 눈이 간다. 예산이 안 맞아서 나중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는 걱정이나 ‘무상’이 복지의존증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걱정은 점점 더 쓰기 망설여지는 가계부생각에 조금 뒤의 이야기로 미룰 수 있다.

생활이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생활은 생존의 문제이다. 그런데도 한 서울시장후보의 지지자인 한 의원은 ‘좀 더 말을 잘할 수 있는’ 폭탄주를 마시고 나와서 “다리가 아니면 팔이냐?”라고 묻는다. 이렇게 취하기도 어려운 사람들에게 세상이 점차 복잡해지면서 피부로 느껴지는 삶의 질은 나빠지고 있다. 그런데 사회는 자꾸 나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내가 어찌 할 수 없이 흘러가버린다.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에 대한 무력감 그리고 그 무력감이 가져오는 막연한 분노.

개인 심리학을 창시한 아들러(A. Adler)는 ‘인간의 열등감(feeling of inferiority)’과 ‘보상(compensation)’과 ‘공동체감(Gemeinschaftsgef?hl)’을 통해서 인간의 심리에 접근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열등하다. 인간은 생명체중 유일하게 조산으로 태어날 뿐 아니라 가장 긴 유아기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보살핌이 없으면 유아는 죽는다. 따라서 인간의 열등성은 보호를 필요로 한다. 어머니에서 시작된 보호는 인간사회화의 첫걸음이다. 그리고 사회 속에서 ‘공동체감’을 느끼면서 인간은 자신의 삶의 방식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인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 신체의 일부분이 손상되면 다른 기관의 능력이 증대해서 이를 대체하는 것처럼 인간의 열등감 역시 심리적으로 다른 대체물을 발견하려고 하며 이것이 ‘보상’이다. 대표적인 예로 베토벤은 청각장애를 극복함으로서 천재성으로 보상을 받았다. 인간에게는 열등감을 극복하여 우월감을 확보하고 그래서 자신의 콤플렉스를 자기 확신을 의미하는 confidence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은 사회라는 집단속에서 가능한 것이다. 사회는 ‘열등함을 느끼는 인간’을 ‘자신감을 가지는 인간’으로 변화시켜줌으로서 그 사회의 위대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들러의 복잡한 이론에서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사회적인 관심 즉 공동체의식이 인간에게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한국식으로 이야기 하자면 ‘정’을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시위도 한국에서 벌어질 대회도 결국 ‘정’을 나누지 못해서 생긴 것이다. ‘우리가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공동체의식이 없으니 계급적 대립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너희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니 너희와 우리는 갈라설 수밖에 없고 투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복잡하고 바쁘게 지나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나’라는 개인은 언제나 조그맣고 소외된 존재로 여겨진다. 거대한 사회는 그저 나와 상관없는 그들의 집합일 뿐이라고 느껴진다.

다시 시작했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마음을 나누는 것이 중요한 시대이다. 고기를 나누고 감사패를 나누고 카드 패를 나누고. 이렇게 사람들 사이의 단순한 상호소통과 나눔은 우리를 하나의 공동체로 생각하게 만든다. 그 속에서는 강사도 직원도 없다. 그저 베리타스가족들이 있다. 그리고 initiator, organizer, facilitator, supporter로서 각자 자신의 역할들을 나누면 된다. 그러면 에브리띵 오케이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것이 마음을 나누는 것과 그 좋은 마음을 나누기 위해서 약간의 역할분담에 대한 기꺼움이라고 하면 단합대회 저녁의 취기가 아직 안가신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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