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 도가니, 도가지, “독 아니?”, “독 아니!”, “독 아지!”, “D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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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 도가니, 도가지, “독 아니?”, “독 아니!”, “독 아지!”, “Dog!"
  • 법률저널
  • 승인 2011.09.3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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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대한민국은, 지금 불행하게도 영화 “도가니”로 “도가니상태”이다. 아니 어쩌면 “불행한 도가니”로 시작했지만 “행복한 도가니”의 서막이 열릴 지도 모르겠다는 “진정한 도가니”를 느낀다.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결에 비냄새가 풍겨져 오듯 뭔가 맡을 수가 있다. 그 냄새의 정체가 무엇일까? 에스엔에스(SNS)의 위력 속에서, 끝없는 민초들의 소통 속에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그 음험한 실체들, 웃음 속에 감추어진 허위의 거짓탈이 벗져질 날이 도래하고 있음을 강하게 느낀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점점 크게 들려오는 저 발걸음소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저벅저벅 들려오는 저 발걸음소리, 저게 유태인을 잡으러 오는 독일병정의 발걸음소리인가? 독립군을 잡으러 오는 일본군병의 발걸음소리인가? 아니다, 아니다, 저 도가니소리는 어둠을 밝히고자 저 암흑의 끝자락에서부터 힘들게 걸어온 “신의 발걸음소리”, “깨어난 민초들의 발걸음소리”이다. 이제 어둠을 밝혀야 한다. 이 타락하고 더러운 세상에서 그 세상보다 훨씬 더 썩어버린 가진 자들과 힘센 자들의 야합과 협잡, 은폐와 조작의 집단음모를 밝혀내야 한다. 그 놈들 얼굴에 침을 뱉어야 한다.


도가니는 소설가 공지영의 소설제목이다. 이번에 영화화되어 흥행몰이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름도 참 좋다. “인화학교!”, 人和인지, 仁化인지, 아니면 忍禍인지, 引火인지 알 수 없지만, 인화라는 이름을 가진 광주소재청각장애아들에 대한 교육기관이다. 그 학교에서 몇 해 전에 벌어진 학교장 등에 의한 청각장애학생들에 대한 성폭력사건을 다룬 실화영화이다. 당시에도 수많은 공분을 샀던 사건이었지만, 가족들의 합의 때문에 가볍게 가해자들이 처벌된 후 유야무야되고 만 사건이 몇 해가 지난 오늘, 새롭게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며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인화학교에서 人禍가 발생해 버린 것이다. 사람들이 화를 일으켜버린 것이다. 제일 무서운 게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줘버린 것이다.


도가니란, 쇠붙이를 녹이기 위해 흙이나 흑연 등으로 우묵하게 만든 그릇이다. 일종의 작은 용광로 같은 용기이다. 또는 흥분이나 감격 따위로 들끓는 상태를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또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음식 도가니탕의 원료인 “소 무릎의 무릎뼈와 거기에 붙은 고깃덩이”를 일컫기도 한다. 경상도 사투리로 비교적 큰 독이나 단지 등을 의미하는 “도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영화 “도가니” 속의 가해자들은 청각장애로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그래서 수화를 배우기 위해 입학한 열세 살, 열네 살 어린 아이들을 아홉 살일 때부터 교장과 행정실장, 담임교사 등이 차례로 성폭행한 실화사건을 주요스토리로 하고 있다. 그들이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음에 비추어 그러한 성폭행은 사실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은 돈을 내세워 지적 능력이 떨어진 피해자들(그것도 피해 당사자인 아이들이 아니라 법적 보호자인 자들)과 합의를 했고, 이를 내세워 가벼운 형사처벌을 받았다. 행정감독청인 시청과 교육감독기관인 교육청, 그리고 수사기관인 경찰서 등이 총체적으로, 아니 그 속에서 그 일을 맡고 있는 공무원들이 총체적으로 썩어 만들어낸 직무유기사건이라고 할 수도 있다.


영화 “도가니” 속에서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이 자신들을 향해 당신들이 한 그 나쁜 행위가 독이라는 사실을 아느냐며 “독 아니?”라며 절규하는 앞에서, 자신들은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거짓진술하며 “독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세 문장 모두 우리가 소리 내어 읽으면 “도가니”가 되고 만다. 피해자가 도가니를 “독 아니?”라고 물으니 가해자들이 “독 아니!”라고 부정하는 메아리로 만들어 세상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세상의 가진 자들은 여전히 “도가니”라는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헝클어진 상태에서 학교로 다시 복직하여 예전처럼 학사행정의 주체로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 학교로 되돌아와 人和를 부르짖으며 실재로는 忍禍와 引火를 부채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 버릇 개 못주는 게 인간인 줄 세상은 다 알지 않나? 아니, 모르나.....


인화학교라는 도가니 속에 갇혀 있던 청각장애아이들, 듣지도 말하지 못하는 그들의 절규에 귀 기울였던 인화학교의 한 선생님께 존경을 표한다.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도가니탕을 먹어본 사람은 안다. 툭사발 그릇 안에서 뜨거운 도가니 국물이 펄펄 끓고 있는 것을, 그 안에서 소무릎살인 도가니가 얼마나 뜨겁게 펄펄 끓고 있는지를! 이 글을 쓰면서 왜 평소 생각지도 않았던 툭시발, 툭사발이라는 사투리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찌개 따위를 끓이거나 담을 때 쓰는 오지그릇(뚝배기)을 전라도에서는 툭시발이라고 하고, 경상도에서는 툭사발이라고 한다. 도가니탕은 툭시발이나 툭사발에 담았다라고 해야 그 맛의 느낌이 오감으로 전해지지 표준어인 뚝배기에 담았다고 하면 왠지 맛이 떨어지는 것 같다. 왜 그럴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 도가니탕 속 인화학교에서 때리면 맞고, 겁탈당하고, 죽여버리겠다는 협박 앞에 떨어야 했던 어린 동심들, 현실을 외면한 국가와 사회는 할 말이 없다.


대한민국은 현재 도가니탕이 끓고 있다. 2005년도에 있었던 인화학교의 청각장애아들의 고통과 슬픔만이 아닌, 현재도 대한민국은 도가니탕이 여기저기에서 펄펄 끓고 있다. 에스엘에스 이국철 회장이 신재민 전 문화관광부차관에게 지난 몇 년간 십수억 원의 불법자금을 제공했고, 그 돈 중의 일부로 이명박 대통령의 비비케이 사건의 당사자인 에리카 킴을 만나러 가는 출장비로 사용하였음이 밝혀지고 있다. 그러면서 이국철 회장은 이것은 앞으로 더 큰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경고용 폭로일 뿐이라고 밝혔다. 어디 이뿐인가? 종편허가를 둘러싼 비리, 무기구입을 둘러싼 비리, 아프리카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과 관련한 씨앤케이인터사와 관련된 비리, 아직 아물지 않은 비비케이사건비리 등 앞으로 밝혀져야 할 도가니가 한둘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 밝혀질 것이다. 케이비에스와 엠비시 등 공영방송들이 어떻게 방송을 통제하기 위해 사장들을 낙하산 인사했는지, 그들이 안에서 어떻게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음모를 꾸며 왔는지, 멀지 않은 시간 내에 밝혀질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도가니가 펄펄 끓고 있다. 누가 저 뜨거운 국물에 데일 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태이다. 오죽하면 이 달로 지령 오백호를 맞은 “샘터” 고문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협잡꾼에 휘둘리는 게 안타깝다.”라고 평가했을까? 계속하여 “이명박 대통령의 한계는 장사꾼의 한계”라는 김재순 회장의 말이 뇌리를 맴돈다. 월간지 “샘터”는 한때 대한민국의 많은 청년들에게 생명수 같은 잡지였다. 잡지가 많지 않던 40여년 전 내 학창시절, 어느 잡지도 다루지 않은 유익한 주제와 따뜻한 내용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위로를 주었던 샘터가 벌써 지령 500호를 맞았다니 세월이 참 빠르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저 샘터는 세상변화 속에서 예전에 담당했던 기능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있다. 샘터가 나빠져서가 아니라 세상이 복잡해져서, 저 한 권의 책의 영향력에 비해 세상의 힘이 너무 커져버린 것이다. 그래서일까? 세상은 도가니탕 끓듯이, 김재순 회장이 진단했듯이 “장사꾼의 한계가 주류가 되어버린 세상”이 도래하고 말았다.


하지만 맑은 정신을 갖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열망이 “안철수현상”을 만들어냈고, 공지영의 “도가니열풍”을 만들어내고 있다. 더 이상 “이명박식”으로는 안 되겠다는, 이 사회가 “힘센 놈들의 일방적 논리”에 질질 끌려 다니다가 모두 공멸하고 말겠다는 자각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계기를 정치판에서 안철수가 만들어냈고, 문화판에서 공지영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도가니”가 만들어내고 있다. 아마 앞으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좀 더 많이 만들어질 것이다. 정치인, 행정공무원, 기업인 몇 놈이 협잡하여 국고를 축낸 대형공사비리를 다룬 실화, 금융권관련비리를 다룬 실화, 군 인사 및 무기수입관련비리를 다룬 실화 등이 제작될 것이다. 그리하여 부정직한 사회를 고발할 것이고, 겉으로 “국민을 위하여!”를 부르짖는 자들이 속으로는 “우리만을 위하여!”나 “우리가 남이가!”를 환호하며 잔을 부딪치는 우스꽝스러운 진실을 파헤쳐 줄 것이다. 우리나라 영화감독들이 얼마나 민첩한가? 곧이어 그런 영화들이, 사회고발영화들이, 자본주의의 모순과 미국정치인들과 금융권인사들의 비열함을, 이라크 전쟁의 비이성성과 잔인함을 폭로한 미국의 마이클 무어 같은 감독이 나올 것임을 기대한다.


펜의 힘이 살아나야 한다. 펜은 진리이기 때문이다. 주먹으로 가려진 세상을 밝히는 촛불이기 때문이다. 소설가 공지영은 펜의 힘을 지금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돈으로, 권력으로, 협잡으로 감추려고 했던 냄새나는 치부를 한순간에 폭로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각성케 하고,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 부끄러워하게 하고 있다. 공지영은 지금도 자꾸 묻는다, “도가니?”라고. 세상은 세상을 향해 독을 뿌려대는 저 잔인한 자들에게 너희들이 하는 일이 이 세상이 독이 되는 것을 아느냐며 “독 아니?”라고 묻는데, 저 가해자들은 세상이 다 아는 진실을 손바닥으로 가리며 “독 아니!”라니까 라며 설레발을 친다. 그러니까 광주에 사는 시민들이, 부산에 사는 시민들이 모두 함께 “도가지!”라고 다시 인화학교사태를 되묻고 있다. 너는 너의 행동이 이 세상에 毒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그러니 반성하라고 “독 아지?”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다시 정치인들이 눈썹에 불 붙듯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오늘, 9ㆍ28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한 미국인마저 묻는다. 독? 독? dog? 그럼 너 “개?”라고 묻는다. “너, 개새끼지?”라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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