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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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 법률저널
  • 승인 2011.09.3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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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로버트 라이시 저
원제 : After Shock: The Next Economy and America's Future 

신희섭 베리타스
                                          
미국경제위기의 원인과 그 해법에 대해 굉장히 재미있는 주장을 한 책이 나왔다. 2010년에 출판되었고 한국에서는 2011년에 번역된 이 책은 현재 미국의 경제위기 원인을 중산층의 구매력의 하락으로 보고 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위기를 계기로 한 미국의 금융위기의 원인을 중산층의 실질소득이 하락과 구매력증대를 위한 3가지 대안적 조치(여성의 고용증대/ 노동시간의 확대/ 부채의 증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부채의 증대로 인한 부동산 거품이 붕괴한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저자는 호황과 불황의 시계추(서론의 제목)에서 과거 1929년 미국 대공황과 현재의 모습이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 당시에 문제를 해결했던 방식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29년 당시에도 문제가 된 것은 소득의 양극화의 문제였다. 특히 소득이 상위계층으로 편중되면서 경제규모는 커졌지만 중산층의 구매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 위기의 원인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 위기를 더 나쁘게 만드는 것은 정치적 결정구조에 있다. 선거민주주의국가에서는 장기적 처방보다는 단기적 처방이 먹힌다. 경제가 나빠지면 재선이 어려워지고 재선을 위해서는 결과가 빨리 나오는 선택을 한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부를 집중하고 있는 소수의 부유층이 합법적으로 로비를 통해서 정치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권력이 유착하게 된다. 그래서 미국 정치인들은 위기의 본질을 다른 곳에서 찾고 실물경제를 살리는 것보다는 월스트리트가 중심이 되는 금융체계를 구하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재 미국의 위기는 경제적인 문제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문제도 동시에 가져올 것이다. 특히 경제가 나빠지면 사회는 스트레스가 증대하고 정치적 갈등도 증대한다. 경제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세력에 대해서 선동가들의 입지가 넓어지면서 극단주의가 운신의 폭을 넓히게 될 것이다. 극우세력과 극좌세력이 사람들의 불만을 등에 업고 세력화하게 될 것이고 이런 상황이 되면 배외주의나 극단적 고립주의와 같은 선택을 국민들에게 호소할 수 있다.

저자는 1934년의 연준 의장으로 재임한 매리너 에클스를 소개하면서 그가 대공황을 구해내기 위해서 발견한 사실에 주목한다. 그것은 바로 경제위기로 고통받는 중산층에게 더욱 많은 돈이 돌아갈 방법을 모색하자는 것이었다. 에클스가 보기에는 당시 일반적으로 위기의 원인으로 지적된 과도한 소비가 문제가 아니라 최상위층에 부가 과도하게 몰린 것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포커게임에서 한 참가자에게 점차 돈일 쏠리듯이 돈이 소수자들에게 집중된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점에 착안해서 저자는 1929년의 대공황과 2008년의 대불황을 대비한다. 여기에서 3가지 유사한 속성이 발견된다. 첫째, 지나친 부의 편중. 둘째, 대출의 증대와 저축감소. 셋째, 투기의 증대가 유사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결국 이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중산층의 실질적인 임금 하락이 있다는 점을 밝혀낸다.

경제위기문제를 들여다 볼 때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근로자가 곧 소비자”(3장의 제목)라는 점이다. 즉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높여주면 그들이 소비를 증대하게 된다. 일명 ‘승수효과’로 인해 한 사람의 소득 증대는 다른 사람의 소비증대에 간접적으로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것을 포드자동차회사에서 1914년에 임금을 당시 일반 공장보다 3배 올려준 사례를 통해서 설명한다. 그러나 고소득자들은 자신들의 소득만큼을 소비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와 부의 편중은 소비부족을 만들고 더욱 양극화를 심화한다. 만약 케네스 루이스의 2007년 소득 1억 달러를 자신을 위해서만 쓸 때와 500명에게 나누어줄 경우와 2,000명에게 나누어 줄 경우를 상정해보면 마지막 경우가 가장 많은 소비를 하게 만들 것이고 이것은 다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이 대공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중산층의 소득을 높여주었고 부의 분배적 평등을 향상시켰고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 줌으로서 수요에 대한 기대를 높였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2차 대전이후 대번영의 시대를 이룰 수 있는 ‘사회적합의’를 만들어 낸 것이다.

대공황을 헤쳐나간 것과 달리 현재 미국의 경제위기에 대한 원인진단은 잘못되어 있다. 지적되고 있는 과도한 소비의 문제나 부채의 증대와 규제의 약화 등은 원인이 아니다. 이보다 깊은 원인으로 다시 증대하는 부의 편중과 중산층의 구매력 약화가 문제인 것이다. 저자의 문제의식에서 좀 더 뛰어난 부분은 이 경제적 문제를 좀 더 핵심적인 곳에서 찾은 데 있다. 그것은 ‘탐욕(greed)’이다. 경제가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변화를 유도하지 않는 것은 부와 권력이 연계되어 있기 때문인데 이것의 본질에는 탐욕이 있는 것이다. 부의 증대자체는 하나의 권력이자 정치자금을 통해서 정치권력과의 연결할 수 있는 끈이다. 게다가 이들 주변에 지식인들이 포진하여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찬가를 불러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탐욕의 지배를 왜 미국인들이 그대로 두는 지에 대해서 과거 대공황에 대한 ‘기억의 상실’에서 원인을 찾는다. 하지만 이 보다는 더 깊은 곳에 탐욕의 지배구조가 온존하게 만드는 이유가 있다. 부의 증대가 이루어진 상황에서는 경제적 부가 정치세력도 지식인 세력도 자신들과 결탁하게 만들어서 하나의 거대한 세력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람시가 말한 ‘hegemony’라는 용어를 이용해서 탐욕의 헤게모니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저자가 본 것은 경제적 권력과 정치적 권력이 연계해서 부의 편중을 억지하지 못함으로서 현재 위기상황을 더욱 나쁘게 진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외에도 미국에서 전후세대들의 강한 자유주의의 의식과 국가와 정치에 대한 불신과 시장주의를 미화하는 지식인들의 담론의 정치도 고려되어야 한다. 탐욕이 지배하는 구조에서 간간히 시행되는 복지정책은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기 위한 기본 합의가 아니라 시혜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저자의 정치와 경제를 이어주는 부분은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호황과 불황이 가져오는 정권교체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상황에 의해 야기되는 유권자들의 심리구조이다. 따라서 저자는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론’과 카네만의 ‘전망이론’과 베블렌과 듀센베리의 ‘전시효과’등을 이용해서 인간이 처한 경제적위기가 어떻게 심리적으로 증폭되는지 그리고 상실의 고통이 왜 더 큰 것이며 상대적인 경제력에 인간이 얼마나 민감한지를 설명한다. 이런 심리적 장치들이 경제적 고통을 더욱 크게 만들어서 좌절감으로 이끌 수 있고 이 좌절감은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져서 쿠데타와 혁명과 폭력소요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인들이 자신들이 운영하고 있는 게임의 규칙이 조작되는 것을 점차 알아가기 때문에 정치적불만이 더 증대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중산층의 소득을 증대하여 소비를 증대함으로 투자와 생산을 증대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이제 구체적인 9개의 방안으로 나타난다. 역소득세정책의 실시, 탄소세의 부과, 부자들의 한계세율 인상, 실업대책이 아닌 재고용대책의 수립, 소득수준에 따른 학교바우처제도, 학자금 대출과 향후 소득의 연계, 전국민 메디케어정책실시, 공공재 활용, 정경유착을 지양하고 깨끗한 정치풍토의 마련이 각각 9개의 방안이다. 이런 방안들을 실시해서 정치적인 폭력의 어두운 시대를 맞이하기 전에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저장의 최종적인 주장이다. 

저자의 논리 중에서 실질적인 임금이 문제이며 실질적인 임금의 증대가 소비를 촉진하여 전체적인 경제를 다시 부흥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의미심장하다. 특히 경제는 심리에 의해 작동하기 때문에 실질소득을 증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들은 사람들에게 낙관적인 미래의 그림을 그려주고 그것을 실현시켜줌으로서 경제는 더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높다. 게다가 사회심리와 경제심리를 이용해서 정치적 연결고리를 이어준 부분 역시 주목할 수 있다. 하지만 지식구조를 다루지 않음으로서 자신과 반대의 논리나 지지논리가 미치게 될 정치적 파장이 조금 부족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 책이 한국에 주는 함의 역시 중요하다. 현재 한국에서 ‘워킹 푸어’나 ‘하우스푸어’ 또는 'DINK족‘등의 문제는 인플레이션과 집값의 대출이나 전세가격의 폭등으로 인해 소득이 실질적으로 하락해서 생겨난 문제들로 우리에게 주는 함의가 크다. 이런 상황은 한국인들의 의식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년과 올해 베스트셀러로 『정의란 무엇인가』와『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읽혔다는 것은 한국사회내의 경제적 분배에 대한 원리에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유권자와 시민들이 복지문제에 매달리는 것은 당연하다.

복지문제와 관련해서 이 책은 몇 가지 중요한 부분에 문제를 던진다. 먼저 복지정책은 소득증대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다음으로 복지정책의 확대를 통해서 어떻게 사람들이 경제적 활동을 하는 것과 정치적 결정구조에 대한 기대를 변화시킬 것인가? 그리고 복지정책을 사회적 약속으로 만들면서 노동자들의 노동의욕을 증대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 저자가 제시한 세금정책과 바우처 제도 등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구체적인 계획을 짜야 하는가?

저자는 매우 간단하지만 강력한 논리를 통해서 경제문제를 분석해냈고 정치문제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 던져진 숙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논의를 시작하는 것으로 한국은 변화에 한걸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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