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 삶의 질 개선에 대한 국민의 요구, Django
상태바
오시영의 세상의 창 - 삶의 질 개선에 대한 국민의 요구, Django
  • 법률저널
  • 승인 2011.09.23 12: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지난 21일, 매일경제신문이 엠브레인과 공동조사한 국민인식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14년 전 조사한 국민인식조사와 많은 면에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14년 전, 경제강국진입을 국가의 최우선목표로 인식하던 것과 달리 개인의 삶의 질 개선이 56%의 압도적 지지로 최우선 국가목표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14년 전 12.9%에 불과하던 소수의견이 압도적 다수의견으로 바뀐 것이다. 어쩌면 지난 14년 동안 국가의 위상이 세계 속에서 그만큼 높아져 이제는 경제강국진입의 문제가 다소 해결되었기에, 비로소 그 경제강국의 틀 안에서 개인의 삶의 질의 문제에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해 볼 수도 있다. 아니면 국가가 더 이상 국민 개개인의 보호막 역할을 해 주지 못한다는 처절한 배신감에 더 이상 국가종속의 가치관을 유지하기 싫다는, 그래서 개인의 삶의 질의 문제를 국가가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일 수도 있다는 부정적 평가를 내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이 자신의 최대 관심을 왜 삶의 질에 집중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최소한 문화국민으로서, 문화시민으로서, 문화자연인으로서 행복을 추구해 나갈 수 있도록 개인의 의식주 문제에 있어서만은 이제 국가에 대해 안정적 보장을 받을 만한 권리, 자격이 있다는 자각 때문이 아닐까? 즉 그 동안 국민들은 국가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희생해 왔으므로, 이제 국가가 어느 정도 명함을 내밀만하게 되었으므로, 국가도 무엇인가를 해 주어야 손익계산이 맞는 것이 아니냐며 영악해져 버린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 케네디 전 대통령이 1961년 1월 20일 취임사에서 밝힌 “And so, my fellow Americans: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 그러므로 친애하는 미국 국민 여러분,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어 주십시오.”라는 말의 효용가치가 소멸해 버린 것이다. 정치권으로 상징되는 국가는 여전히 케네디신화에 사로잡혀 국민에게 무엇인가를 계속 해달라고 요구해 오지만, 국민은 그 동안 국가를 위해 세금도 많이 내고, 병역의무도 이행하며 오래 참아 왔으므로, 이제는 국가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 것인지 묻고 싶어져 버린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한 가운데 “초중등학교의 무상급식”이 상징적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물론 아직도 무상급식문제를 포퓰리즘으로 치부하며 국가재정을 거덜낼 비이성적ㆍ비합리적 정책이라며 부정적 여론몰이를 하는 일부 보수층과 보수언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무상급식실시는 국민의 대세적 시대정신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그러한 정책을 실시하지 않은 채 국민에게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요구해 오기만 하는 정부와 기존정당에 대한 불신으로 나타나고, 그 정치적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 소위 “안철수 신드롬현상”이라고 할 것이다. 정치권은 안철수 서울대교수의 출현을 연예인 인기투표 정도로 깎아 내리고 싶어 하고, 찻잔 속의 태풍 정도로 애써 외면하려 하지만, 그의 출현으로 상징되는 국민의 정치개혁인식의 분출은 내재되어 있던 열악한 개인의 삶의 질에 대한 분노로 나타나고, 정치개혁의 열망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철저한 기성정치권에 대한 절망과 패버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마치 포커판이나 마작판에서 필요 없는 패를 아낌없이 공개하며 내던져버리는 게이머처럼, 기성정당과 기성정치인들에 대한 “패버림”현상이 거의 모든 국민들의 의식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 현상을 기성정치인들이 재빨리 깨달아야 하는데, 여전히 우물안개구리가 되어 집단개구리울음소리만을 내고 있으니, 그들은 앞으로 더욱 버려질 것이고, 패버림을 당할 것이다. 이 패버림은 필요 없는 패를 버리는 것이라는 말이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주먹이나 발길질로 사람을 패 버리는 폭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독자들께서 잘 아리라 믿는다. 하여튼 패버림은 패버림인 것이다. 드디어 진보개혁 쪽 인물로 평가되는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출마를 공식화하였다. 덩달아 보수개혁 쪽 인물로 평가받는 이석연 변호사 또한 서울시장출마를 선언하였다. 여기에 한나라당과 민주당 및 군소 진보정당 등에서 당내 서울시장 후보경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천정배, 박영선, 추미애, 신계륜 의원 등이 도전장을 내고 경선을 진행 중에 있고, 한나라당에서는 나경원 의원을 필두로 김충환 의원 등이 역시 당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돌고 돌아 나경원 의원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듯 하다. 그런데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의 당내 출마과정을 지켜보면, 참으로 기회에 영악하게 영합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녀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였을까? 미안하지만 뚜렷하게 생각나는 것이 없다. 언제나 따뜻한 양지에서 햇살을 쬐고만 있었지, 마음 아픈 국민을 위해 눈물을 흘리거나 그들의 고통을 위해 헌신한 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무임승차의 전형적 정치인의 행태만이 돋보이니 나만의 착시현상이 아니기를 바란다. 출마 여부를 재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그녀를 심사숙고형으로 평가하여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부딪히게 되지만,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기회주의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전면적 무상급식 반대에 동조”했던 가치관을 “박근혜 전 대표측이 지원을 약속한다면 수정할 수 있다”며 하루아침에 자신의 득표를 위해서라면, 그리고 끊임없이 “당을 위해 희생할 수 있다.”라는 태도를 보이며 180%로 자신의 정책과 가치관을 표변하는 것을 보면서, 그녀의 정치적 철학 내지 가치관의 표변성에 아연해지기도 한다.


한편 위 인식조사보고서는 같은 맥락에서 경제강국진입에 대한 인식이 14년 전 45.7%에서 21.8%로 급감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이는 어찌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최우선 정치적 구호”를 내세우고 정권을 잡은 후 지난 3년 반 남짓의 통치기간 동안 “국민과의 소통 부재, 4대강으로 상징되는 토목공사 치중에 의한 경제적 파탄, 비정규직 증가, 청년실업문제의 심각화, 부자감세, 고환율정책에 의한 고물가, 특정집단에 대한 인사난맥, 민주화 후퇴, 남북관계 경색” 등등 친서민정책추진보다는 대기업중심의 경제정책운용으로 인한 빈부격차확대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인식변화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평가되기도 한다. 많은 국민들이 “나라가 부자가 되면 국민인 나도 부자가 될 것이다.”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오로지 자신의 짝사랑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아 버린 것이다. 그래서 “아하, 나라가 부자가 되어도,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은 부자가 되지만 나 같은 서민은 더 가난해지고 마는구나!”하는 성찰에 이르러 버린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이 어떤 국민인가? “사촌이 논을 사면 배 아파 하는 국민” 아닌가? 물론 이러한 부정적 논조가 우리 국민을 비하하자는 뜻도 아니고 우리 국민이 정말 못 된 국민이라는 뜻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독자들은 이해할 것이다. 다시 말해 사리분별력이 뛰어난 국민인데, 계속되는 국가의 잘못된 행태를 용인하고 긍정하지만은 않음을 정치가들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 인식조사 중 가장 놀라운 변화는 아무래도 통일한국 기반 조성을 국가적 과제로 인식한 비율이 예전 15.2%에서 4.3%로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4.3%라고 한다면 이는 국가가 통일기반조성을 거의 방기하여도 괘념치 않겠다는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남북이 분단된 지 66년, 두 세대를 훌쩍 뛰어넘다 보니, 요즘 젊은이를 비롯한 국민들에게 있어서 북한 주민의 한민족공동체구성원이라는 인식이 옅어져버린 결과가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 헌법이 추구하고 있는 평화적 남북통일의 대명제가 국민의식 속에서 사라지고 있음은 심히 우려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라도 남북 간의 통일은 평화통일로 이루어져야 하고, 국력의 집중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것이다. 상당히 폭력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국민의 의식 깊은 곳에는 북한의 적대적 존재로 인한 폭력의 정당화현상이 내재되어 있음을 우리는 심각히 인식해야 한다.


며칠 전 전력부족현상으로 전국에 걸쳐 단계적 단전이 실시되어, 국가 일부지역이 단계적으로 암흑세계로 변한 사태가 발생하였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예비전력이 거의 제로 수준 또는 마이너스 수준이 되었다고 하니, 그리하여 전국적인 블랙아웃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었다니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 전체가 절단날 수도 있었겠다는 공포심을 갖게도 된다. 그 일을 담당하는 한전의 고위층 거의가 전기 문외한들인 여당 정치인들이었다니 “눈을 감은 자에게 길안내”를 부탁한 꼴이나 다를 바 없는 위험천만지경이었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어디를 둘러봐도 곳곳이 지뢰밭이다. 그러니 국민이 제발 “개인의 삶의 질”을 높여 달라고 국가에게 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 출마변으로 내지른 첫마디 “지난 10년이 도시를 위해 사람을 잃어버린 10년이라면, 앞으로 10년은 사람을 위해 도시를 변화시키는 10년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말이 어찌도 저 국민인식조사결과인 “국민의 삶의 질”에 대한 요구를 정확하게 표출하고 있는지 재미있다. 그 뒤를 이어 이석연 변호사의 출마변 “서울 살리러 왔다.”라는 말 역시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사람을 위해 온 박원순 변호사”와 “서울을 살리러 온 이석연 변호사” 중 누가 영화 황야의 무법자에 나오는 “장고Django”가 될지 재미있게 지켜볼 일이다. 아, 무법자 시리즈의 고전적 음악이 흐르는 광야 저 멀리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말을 탄 한 사나이가 나타나고 있다. 그는 과연 정의의 사나이인가, 아니면 악당인가? 누가 되었든 기억하라, 국민은 “개인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자를 지지”할 것이라는 점을! 헉, 나도 변호사인데, 서울 시민 아무도 주목해 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군, 학교에서 열심히 제자들이나 가르쳐야지, 강의 하나만은 죽여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