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법관을 사랑하는 미국 시민들
상태바
검찰과 법관을 사랑하는 미국 시민들
  • 오사라
  • 승인 2011.09.23 1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ara Oh 미국 Maryland 지방법원 Commissioner(Magistrate)

지난 달 칼럼에도 미국 동부의 비 오는 날씨에 대해서 썼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요즘도 계속 비가 그치지 않고 있다. 갑자기 이곳에 웬 장마철이 온 느낌이다. 거리 곳곳에 도랑과 물웅덩이가 생기고 갖가지 피해가 속출했다. 내가 근무하는 법원 지대도 결국 물에 잠기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출퇴근 할 때마다 도로 한가운데 난데없이 나타난 커다란 개울물 속으로 자동차를 돌진해서 들어가는 스릴만점 모험을 감수하곤 한다.


만일 물 수위가 너무 높아서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길을 돌아서는 것이 현명하다. 그렇지만 물 높이와 자동차 사이즈를 비교하고 가늠해 보아서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면 한바탕 부르릉! 가속해서 물살을 가르고 급히 건너간다. 이럴 때 주의할 점은 정신을 차리고 속도를 늦추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두려운 마음에 오히려 천천히 운행하다가는 물이 엔진에 들어가서 시동이 꺼져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최신형 흰색 메르세데스 벤츠를 운전하시던 어떤 60대 후반 유대인계 할머니께서 빗물에 잠긴 도로를 건너가시다가 그만 물에 빠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할머니 앞에 가던 트럭 등 2대의 차량은 무사히 도랑을 빨리 지나갔다. 그러나 그 뒤를 따라가며 조심해서 안전운행을 하려고 속도를 많이 줄이시는 과정에서 할머니의 차가 물속에 머무는 시간이 너무 길어졌다. 결국 벤츠 세단의 엔진이 꺼지고 차 전체가 급류 물살에 휘말려 길 아래 깊은 강물 방향으로 끝없이 밀려 떠내려갔다. “이렇게 내 인생이 끝나는구나”, 할머니께서는 처량하게 마음을 정리하셨다고 한다.


다행히 이 스토리는 때마침 도착한 경찰과 손발을 맞추어 협력한 소방구조대의 지략으로 해피엔딩을 맞았다. 벤츠 천장 부분에 열고 닫을 수 있는 Sun Roof 창문이 있었는데 소방구조대가 몸집이 가냘픈 할머니를 이 작은 창문 밖으로 붙잡아 끌어낼 생각을 해낸 것이다. 연락을 받고 집에서 급하게 뛰어온 백발의 할아버지는 구조되어 나오는 할머니를 보자마자 덥석 끌어안고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할머니는 엉엉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영감! 내가 다시 살아왔어! 아이고 감사해라.”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던 이번 구조작전의 모습은 동영상 뉴스로 널리 중계되어 이곳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잔잔히 감동시켰다. 따뜻한 네티즌의 박수갈채가 경찰관과 구조대원들에게 쏟아졌다. “역시 우리 미국 법률 집행 기관이 최고야!” “우리 경찰 만세!” 어려운 자연재해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 행정부를 향한 시민의 믿음과 신뢰는 흔들리지 않았다.

  
노부부의 눈물겨운 포옹을 보면서 나도 같이 울고 웃다가 느낀 것이 있다. 미국에서 판사와 검찰을 포함한 경찰, 그리고 소방구조대원 (Law Enforcement Officers 또는 Judicial Officers)은 일반 시민에게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는다. 사람들은 법률 집행 관리들이 정의를 추구하고 옳은 일에 앞장 서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 가끔 뉴스에서 어떤 경찰이나 검사의 개인적인 문제나 잘못이 사회이슈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법제도나 검찰 시스템 전체 자체를 탓할 필요는 느끼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역사를 실증으로 겪어온 미국인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거주하는 관할지역의 경찰과 법률기관을 묵묵히 신임하며 법치국가의 준법국민이라는 자부심을 강하게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신뢰로 똘똘 뭉친 시민과 법원, 검찰은 과연 미국사회의 도덕적 팀워크 바탕구조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내가 앞으로 이곳의 법원을 떠나게 되면 분명히 마음 깊이 그리워할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우리 오 법관님 파이팅!” 격려해 주시는 보통 시민들, 피고인들, 법관 동료들, 매일 나를 지켜주던 경찰관들의 따뜻한 미소와 배려이다. 나를 떠나보내려는 정든 사람들의 서운해 하는 눈에 눈물이 자꾸 고이는 것과 동시에 이곳 하늘에선 왠지 비가 끝없이 쏟아지고 땅에는 물난리가 나고 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