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형소법상 ‘제1회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 청구’의 위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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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형소법상 ‘제1회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 청구’의 위헌성
  • 법률저널
  • 승인 2011.09.0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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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 1996.12.26.선고 94헌바1 결정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 개요 

가. 청구인은 1993.7.31. 서울형사지방법원에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등 사건(93고합1570)으로 기소되었는데, 그 이전인 같은 달 29. 위 법원은 같은 법원 93초3657로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에 따라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목격자에 대하여 증인신문을 하였고, 검사는 이때 작성된 조서를 위 형사사건에서 증거로 제출하였으며 법원은 이를 증거로 채택하는 결정을 하였다.

나. 이에 청구인은 위 형사사건 계속 중 위 목격자에 대한 증인신문의 근거가 되었던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 및 제5항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때 작성된 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1조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므로 결과적으로 위 형사소송법 규정은 적법절차,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 및 무죄로 추정될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12조 제1항 · 제4항, 헌법 제27조 제1항 · 제3항 · 제4항 및 헌법 제37조를 침해하고 있고 그 위헌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여, 같은 법원 93초4943으로 위 형사소송법 규정에 대하여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을 신청하였다.

다. 청구인의 신청이 1993.12.20. 기각되어 그 기각결정이 같은 달 27. 청구인에게 송달되자, 청구인은 1994.1.8.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쟁 점

개정 전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1973.1.25. 법률 제2450호로 신설) 제2항은 ‘전조의 규정에 의하여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임의의 진술을 한 자가 공판기일에 전(前)의 진술과 다른 진술을 할 염려가 있고 그의 진술이 범죄의 증명에 없어서는 아니될 것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검사는 제1회 공판기일 전에 한하여 판사에게 그에 대한 증인신문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고, 제5항은 ‘판사는 수사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할 때에는 피고인 · 피의자 또는 변호인을 제1항 또는 제2항의 청구에 의한 증인신문에 참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이 헌법상의 적법절차의 원칙 및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3. 결정이유 요지 (위헌 : 재판관 6인 의견)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은 심판대상이 된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관련사건에서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 한하여 청구될 수 있는데, 여기서 "재판"이라 함은 판결·결정·명령 등 그 형식 여하와 본안에 관한 재판이거나 소송절차에 관한 재판이거나를 불문하며, 심급을 종국적으로 종결시키는 종국재판뿐만 아니라 중간재판도 이에 포함된다.


형사소송법 제295조에 의하여 법원이 행하는 증거채부결정은 당해 소송사건을 종국적으로 종결시키는 재판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법원의 의사결정으로서 헌법 제107조 제1항과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및 제68조 제2항에 규정된 재판에 해당된다.

나. 헌법 제27조가 보장하고 있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속에는 신속하고 공개된 법정의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재판, 즉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되어 당사자가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하는 등 공격·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


피고인 등의 반대신문권을 제한하고 있는 법 제221조의2 제5항은 피고인들의 공격·방어권을 과다히 제한하는 것으로써 그 자체의 내용이나 대법원의 제한적 해석에 의하더라도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필요한 입법수단으로서의 합리성 내지 정당성이 인정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헌법상의 적법절차의 원칙 및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다. 헌법심판의 대상이 된 법률조항 중 일정한 법률조항이 위헌선언된 경우 같은 법률의 그렇지 아니한 다른 법률조항들은 효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합헌으로 남아 있는 나머지 법률조항만으로는 법적으로 독립된 의미를 가지지 못하거나, 위헌인 법률조항이 나머지 법률조항과 극히 밀접한 관계에 있어서 전체적·종합적으로 양자가 분리될 수 없는 일체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 위헌인 법률조항만을 위헌선언하게 되면 전체 규정의 의미와 정당성이 상실되는 때에는 위헌으로 선언된 법률조항을 넘어서 다른 법률조항 내지 법률 전체를 위헌선언하여야 할 경우가 있다.

증인신문절차의 참여권 및 반대신문권을 규정하고 있는 법 제221조의2 제5항은 같은 조 제2항의 증인신문절차의 핵심적 구성부분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위 제5항을 위헌선언하는 경우에는, 위 제2항도 함께 위헌선언함이 타당하다.

 라. 형사소송법은 형사절차 중 증거판단과 사실인정에 관하여 헌법상의 적법절차를 구현하기 위하여 자유심증주의를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때 자유심증주의란 법관의 자의적인 증거판단과 사실인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법관의 합리적인 자유심증에 따른 사실인정과정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법관의 올바른 자유심증을 위하여는 당사자가 절차의 주체가 되어 자유롭게 각자에게 유리한 모든 증거를 제출하여 활발한 입증활동을 하는 가운데 법관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증거를 자유롭게 평가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질 것을 전제로 한다.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은 범인필벌의 요구만을 앞세워 과잉된 입법수단으로 증거수집과 증거조사를 허용함으로써 법관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자유심증을 방해하여 헌법상 보장된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그 자체로서도 적법절차의 원칙 및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위배되는 것이다.

 

4. 반대의견 요지 (재판관 3인 의견)


가.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에 의한 제1회 공판기일전의 증인신문절차는 목격자나 피해자의 진술을 증거보전해 둠으로써 그 증거능력을 확실히 담보하기 위한 제도로서 그 독자적 필요성이 인정되고, 수사에 지장이 없는 한 피고인 등을 증인신문에 참여시키도록 해석함으로써 재량규정을 강행규정으로 운영할 여지가 충분히 있으며, 법관이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입장에서 증언의 진정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증인신문절차를 주재할 수 있으므로, 그 자체가 헌법상 적법절차에 반한다거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위 절차에서 작성된 증인신문조서에 대하여 당연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법 제311조 후문의 위헌성이 문제될 뿐이다.

 나. 수사절차에 있어서는 공판절차와는 달리 원칙적으로 그 신속성·밀행성의 요청상 공판절차 중심의 탄핵주의나 당사자주의 소송구조가 엄격히 적용될 수는 없으며, 따라서 피의자 등의 반대신문권 보장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다수의견이 우리 형사소송법상의 증인신문청구제도가 절차상 피의자측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어 있지 아니한 결과 그 기본권제한의 효과가 입법목적에 비하여 과잉될 뿐 아니라, 법관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자유심증을 방해하여 헌법상 보장된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한다고 하는 것은 범죄수사와 수사절차의 본질을 바로 보지 못한 편향된 견해라 할 것이다.

 다.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5항의 위헌선고로 피의자측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는 경우 그 자체로서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핵심적인 위헌요소가 해소될 뿐 아니라 같은 조 제2항의 증인신문청구제도 자체도 그 절차적 정당성과 제도적 타당성이 현저히 강화될 것이므로, 단지 제5항에 대해서만 위헌을 선고하면 족한 것이지, 제2항까지도 위헌을 선고하여야 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논리의 비약이다.

 라. 공판기일전 증인신문제도 자체는 국가형벌권을 엄정하게 실현하기 위한데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서 형사소송에 있어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이념의 하나인 적극적 실체진실주의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이다. 
따라서 범죄의 증명에 없어서는 아니될 진술의 번복가능성을 요건으로 삼아 검사로 하여금 법원에 증거보전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 제221조의2 제2항 자체의 내용은 합리적이고 정당한 이유와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므로 헌법상의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5. 검 토


이 사건의 위헌 결정이 있기 전인 1995.12.29. 법률 제5054호로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5항이 ‘판사는 특별히 수사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고인, 피의자 또는 변호인을 제1항 또는 제2항의 청구에 의한 증인신문에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고 개정되기도 하였으나 위 결정으로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이 무효로 되고 제5항 중 제2항에 관한 부분이 자동으로 효력 상실됨에 따라 2008.1.1.부터 시행된 제17차 개정 형사소송법에서 제221조의2 제2항은 삭제되고 제5항은 ‘판사는 제1항의 청구에 따라 증인신문기일을 정한 때에는 피고인 · 피의자 또는 변호인에게 이를 통지하여 증인신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변경되었다.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 자체에 의하여 형사소송법 제221조의1 제5항의 개정이 이루어졌으나 결국 위헌결정으로 다시 개정할 수밖에 없었기에 헌법재판소 결정의 위력이 대단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개정 형사소송법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위 결정 취지에 따라 변경되었기에 수사기관에서는 참고인이 수사단계에서 진술한 내용을 공판기일에 번복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그 참고인에 대해 제1회 공판기일 전에 증인신문을 청구할 수는 없게 되었으며 피고인 등의 방어권은 확실히 보장되었지만 한편으로 수사기관의 어려움 또한 가중되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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