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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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 법률저널
  • 승인 2011.09.0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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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새로운 ICON 정치의 도래

신희섭 베리타스

의사로서나 CEO로서 그리고 교수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안철수는 행복할 것이다. 지난주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설에서부터 9월 6일 화요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의 후보단일화까지 5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그에게 쏟아진 애정 어린 충고와 지지를 보면 그가 얼마나 잘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다. 서울시장으로 출마하면 이사라도 해서 그를 지지하겠다는 의견까지 해서 지지율이 50%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 “서울시장은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의 한마디로 한국의 정치는 엄청난 논쟁 속으로 들어간 것을 볼 때 그의 영향력은 대단한 정도를 넘어선다. 어느 자리에 가나 안철수 교수이야기뿐이었다. 백신전문가로서 도전가로서의 안철수라는 사람은 하나의 표상(icon)이다. 그 자체로서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 된 것이다. 따라서 도전자로서의 표상이기 때문에 그의 정치가로의 변신은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며칠 동안 불어 닥친 ‘안철수 시장출마설’에서 한국사회는 많은 것을 토의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번 일은 정치현상과 사회현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논의의 토대를 만들어 주었을 뿐 아니라 정치에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던져준 하나의 사건이었다. 제발 나와서 정치판을 바꾸어달라는 요구도 있었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더러운 정치판에 나가지 말라는 조언도 있었다. 안철수 교수가 이제 교육에 더 매진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이 사안이 던져준 한국사회와 한국정치에 대한 큰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너무 빨리 덮고 일상으로 돌아가느라고 혹시 놓치고 가는 의미는 없는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거시적 관점에서 먼저 조망해보면 ‘안철수 신드롬’은 정치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기층민들의 수요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다.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해있고 이것은 지난 선거들에서 나타난 투표율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게다가 최근 주민투표를 거부하는 운동까지 가세하면서 ‘좋은’ 정치와 ‘나쁜’ 정치의 이분법은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더욱 부채질하였다. 정치적 수요자인 사람들은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지만 정치적 공급자인 정당과 정치인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다양한 FTA의 체결과 미국 경제의 위기에 따른 한국경제의 변화와 우면산이 상징하는 환경변화에 따른 재앙들로 인해 한국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잔인하게 변화하라고 강요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를 예측하고 변화의 거친 격랑 속에서 한국이라는 배를 이끌어가야 할 선장인 정치인들은 어디로 우리를 이끌고 가는지를 알 수 없다는 이 막막함이 답답함을 넘어 체념과 분노로 바뀌고 있다.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가치창출에 목말라 있는 이들이 작년 한해 얼마나 많이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었는지를 생각해보라.

그렇다면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만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요즘 인터넷을 통해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는 ‘나는 꼼수다’라는 방송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 번도 들은 적은 없지만 들어본 이들은 쉽게 마니아가 되는 것 같다. 이 방송의 내용이 대체로 표방하고 있는 것도 기성정치 특히 한나라당과 대통령에 대한 비방이다. 감옥에 갈 각오로 하고 있다는 이들의 신조를 나는 ‘음지에서 일하고 음지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본다. 국정원이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치권에 대한 비판을 비제도적 장치인 인터넷을 통해서 하면서 정치를 양지로 향하게 하기 보다는 음지로 더 추락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한국정치의 불만을 포착할 수 있다. 사람들은 정치를 더러운 것과 추악한 것으로 생각하고 거기에 발을 디디지 말라고 한다. 안철수 교수에게 출마포기를 고언한 사람들의 생각 역시 ‘양지에서 일하던 사람이 음지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정치는 음지가 되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한국정치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이 진보와 보수라는 대립구조와 그에 따른 정치적 쟁투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보수’와 ‘진보’에 있는 것이 아니고 ‘무능한 보수’와 ‘무능한 진보’에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을 민주당이 이어가지 못하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이어가지 못하는 것은 이들이 이념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능 vs. 무능’의 대립구조에 유권자들은 기권을 해버리는 것이다.

정치를 음지로 보는 두 번째 이유도 있다. ‘무도덕성’ 혹은 ‘비도덕성’ 더 나가 ‘반도덕성’이 정치‘제도’를 정치‘판’으로 부르게 만든다. 성희롱발언이 문제가 된 강용석 의원을 의원들이 감싸는 것이나 교육감후보에 나오면서 선거자금을 보전해달라는 사람이나 그것을 선의로 2억씩이나 만들어 주는 사람은 평범한 한국인이 용납하기 어려운 수준 이하의 행동이다. 장관이나 고위직이 되기 위해서는 위장전입이나 세금포탈이나 자식 병력비리와 연루되어야 추천서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열심히 생업을 하고 있는 보통 한국인들에게는 받아들이기 너무 어려운 것이다. 방송에서 평균이하라고 하면서 나오는 무한도전이라는 팀도 조정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단체의 중요성과 리더십의 중요성을 보여주면서 성취가 무엇이며 얼마나 값어치 있는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그런 점에서 우리 평균적인 한국사람들은 한국정치판과 비교해서 무한도전에 나온 연예인들이 얼마나 수준이상인지를 잘 안다.

안철수 신드롬은 한국정치에 대한 변화를 갈망하는 수요측 요인에 의해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안철수라는 사람 때문에 한국사회의 정치적 불만과 변화에 대한 ‘요구’는 ‘기대’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드롬의 공급자로서 안철수라는 사람을 보아야 한다. 안철수는 의사에서 컴퓨터 백신 전문가로 그리고 IT업계의 CEO로 변신해왔고 현재는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되었다.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클리닉 원장과 특강을 통해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도 시민들의 인식에 잘 각인되어 있다.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도전자로서 그리고 성공한 백신과 IT분야의 최고로서 그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산업화의 아이콘이라면 안철수는 탈산업화와 정보화의 아이콘이다.

아이콘 안철수에게서 많은 이들이 발견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그가 ‘유능하다는 것’과 ‘도덕적이라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변신하는 것에서 지속적으로 성취하는 사람으로서 안철수는 변화의 격랑 속에 있는 한국사회에 매우 좋은 선장으로 보이는 것이다. 또한 그가 보인 선행들은 음지에 있는 정치인들과는 격을 달리한다. 게다가 거시적 틀에서 안철수?박경철?박원순으로 상징화되는 시민사회의 힘 역시 안철수 신드롬을 확장하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박원순에게 단일화를 양보한 시점에서 과연 서울시민들이 안철수에게 보낸 만큼의 지지를 박원순에게 보낼까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시민사회영역의 힘보다 안철수 개인의 힘과 그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입증한다.

‘무능하고 도덕적이지 못한’ 기성정치에 대한 거부감이 ‘유능하고 도덕적인’ 참신한 인물인 안철수와 맞물려서 나타난 것이 이번 안철수 신드롬이다.

그렇다면 안철수의 서울시장후보포기는 잘한 것인가? 대단히 잘한 일이다. 그는 좋은 인물임에 틀림없다. 능력 있는 인물이며 바른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 정치에 있어서 조직이 없다. 그를 지지하는 많은 이들이 아마도 서울시장출마를 결심하면 돕겠다고 나설 것이다. 소신과 한국사회를 위해 안철수를 돕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모략 꾼과 아첨 배들과 기회주의자들도 엄청나게 몰려들 것이다. 선거정치에서 이런 사람들을 가려내는 것은 지금처럼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렵다. 그리고 기성정치 조직인 정당들의 제휴유혹은 선거자금의 압박 속에서 있을 때 진지하게 고려될 것이다. 만약 이들과 연대한다면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요구로 안철수를 지지하는 이들은 기성정치와의 야합이라는 반대당의 공격을 빌미로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진보와 보수 쪽과 선을 그으면 진보신문과 보수신문으로 대표되는 언론과 반대정당들은 인간 안철수의 나쁜 모습을 들추어내려고 승냥이 떼처럼 기를 쓰고 달려들 것이다. 선거정치의 투쟁을 위한 지난하고 무자비한 공격과 비방 속에서 인간적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 아직 조직화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 중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충성스럽게 그를 지켜주게 될까?

이번 신드롬은 안철수라는 사람이 상징하는 새로운 시대의 아이콘들의 정치가능성을 보여준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한국정치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좋은 사람들이 많이 나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조직으로서 역량을 갖추고 나와야 한다. 승냥이 떼들의 싸움터에 개인의 도덕성과 성공담만으로는 오래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래서 안과 밖의 승냥이 떼를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나와야 한다. 그것이 바로 현실정치의 리더십이다. 한국사회의 새로운 아이콘들이 지도자로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사회가 지향하던 ‘저항의 정치’와 ‘거부의 정치’를 넘어서 ‘창조의 정치’와 ‘화합의 정치’를 구현할 진정한 정치적 능력을 키워야 한다. 사람들의 불만은 폭발직전이고 이제 남은 희망은 이들 아이콘들에게만 남아 있는지 모르는 이 한국사회에서 이들 희망의 불꽃들이 피어보지도 못하고 사그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 아이콘들에게 많은 준비는 사명이다. 내 인생의 스승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개인적으로도 조직적으로 이들은 “반드시 강해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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