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로파크와 법교육
상태바
솔로몬 로파크와 법교육
  • 성낙인
  • 승인 2011.09.02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낙인 서울대 헌법학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한 아이를 두고 두 여인이 서로 자신이 엄마라고 주장하다가 솔로몬 왕 앞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 솔로몬 왕은 아이를 서로 반반씩 나눠 가져라 라고 판결하였다. 이에 한 여인은 반씩 나눠 갖자는 데 동의한 반면에 다른 여인은 오히려 제 아이가 아니니 다른 여인에게 아이를 주라고 했다. 그제 서야 비로소 아이의 진짜 어머니가 누구인지 밝혀냈다는 점에서 솔로몬 왕의 지혜로운 판결로 유명하다. 민주주의 이후의 민주주의는 법의 지혜를 밝히는 법치주의를 통해서 민주주의를 완결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법교육은 새로운 국가적 어젠다로 자리잡아야 한다.


법교육은 법학교육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법보다는 주먹이 앞 선다’는 속설이 작동하는 한 공정사회 구축은 불가능하다. ‘민주화 이후에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대통령들의 취임사에도 불구하고 정의사회 구현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정의에 목마른 국민들로 하여금 다소 뜬금없이 미국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백만 부나 구독하는 기록을 세우게 한다. 정의사회에 이은 공정사회도 다름 아닌 대법원 현관에 새겨진 자유.평등.정의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것이다. 특히 법적 정의의 구현은 우리 사회가 구현해야 할 영원한 숙제인지도 모른다.


‘법의 무지는 변명이 되지 아니한다’는 법언(法諺)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법이란 불편한 존재쯤으로 생각한다. 법을 알면 그만큼 자신의 생활이 편의로울 수 있다는 생각을 갖지 못한다. 따라서 생활 속의 법률문제를 스스로 터득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외면하다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법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제 법을 터부시하는 일반 국민들로 하여금 법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법교육이 정립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간 대한민국의 국가적 어젠다에서 법교육은 제외되어 있었다. 2006년에 이르러 겨우 법무부의 업무 중의 하나로 채택되었다.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2008년에는 법교육지원법까지 제정되어 법교육의 소중함을 확인하고 있다.


국민 모두가 법을 친근한 이웃으로 여길 수 있는 길은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교육이라고 하면 종래 고답적인 위로부터의 억압적인 강요나 강제 교육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법이라는 딱딱한 소재의 교육은 그런 고답적인 방식으로는 불가능하고 또한 바람직하지도 않다. 전통적인 법률전문가 즉 판사·검사·변호사·법학자의 출장강의를 통한 법률지식 전파도 무시할 수는 좋은 법교육 방책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법률수요자의 관심을 끌 수가 없다. 그간 모의재판.모의국회.모의논술경시대회 등을 통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새롭게 법에 대한 흥미를 유발한 바 있다. 실제로 학교현장에서도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법교육의 주무부서인 법무부에서는 2008년에 ‘솔로몬 로파크’를 대전에 개원하였다. 대전소년원 자리를 보수해서 큰 비용들이지 않고 개원하였다. 대전 로파크의 법체험관은 청소년들의 현장학습 요청이 장기적체에 이르도록 폭발적인 수요를 가져왔다. 관람객이 연 2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법과 법치주의의 역사교육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각종 범죄와 관련된 살아 있는 현장 교육은 자라나는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예컨대 범죄현장의 지문채취, DNA 검사 등을 통한 과학수사의 간접체험은 매우 소중한 양식이 될 수 있다.


마침 지난 5월 27일에는 대전의 솔로몬 로파크에서 헌법광장을 개원했다. 세계 각국의 기념비적 인권헌장과 헌법을 게양함으로써 입헌주의적 가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솔로몬 로파크의 인기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유치 붐을 일으키고 있다. 부산광역시에서는 부지 일체를 제공하면서 로파크 건설을 바라고 있다. 법무부도 이제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법무부가 아니라 문민화된 법무행정을 구현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로파크와 같은 다양한 기제를 활용한 법교육은 대한민국 법무부와 검찰이 국민의 편에 있다는 소중함을 다시 한번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다. 솔로몬 로파크 같은 대국민 서비스를 통해서 국민들이 세금 낸 보람을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법집행기관이 친근한 이웃도 될 수 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