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출범 3년을 지나며
상태바
로스쿨 출범 3년을 지나며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11.07.22 1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해룡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로스쿨제도가 도입된 지 3년이 지났다. 로스쿨제도의 도입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법조인(Lawyer) 양성제도의 획기적 변화였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로스쿨교육의 성과에 대하여 궁금해 하고 있다. 이는 로스쿨에 근무하면서 제1기 학생부터 학생선발이나 그 교과과정의 설계에 참여하였고, 학생들의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도 마찬가지이다. 전국의 25개 대학 로스쿨의 제1기 학생들의 약 70%가 학부에서의 전공이 법학이 아닌, 소위 비법학도라는 통계치가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로스쿨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다.


필자는 3년간의 로스쿨교육기간 중에 학생들을 어떤 모습으로 양성시켜야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많은 사람들은 로스쿨 출신들이 변호사시험을 통과하면 마치 축구시합에서 뛰는 축구선수가 자기 포지션에서 거의 완벽하게 그 역할을 하여야 하듯 법조인으로서의 역량을 갖추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또한 과연 3년의 교육과정으로 로스쿨 졸업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그와 같은 잘 갖추어진 모습의 변호사로 성장해 있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아이러니다.


필자는 로스쿨에서의 교육은 흔히 말하는 법기술자 양성 코스가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고 생각한다. 법학이 국가라고 하는 사회공동체의 운용질서와 사람과 사람들간의 다양한 법률관계를 이성과 이해관계의 조화를 통해 해결 하는 지혜를 탐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법조인의 교육은 각 법영역에서 축적된 법학적 지혜를 전수해주고, 그들이 그 지혜를 바탕으로 우리사회의 갈등을 해결하고 법률가로서 차원 높은 법치국가의 구현에 기여할 수 있는 소양을 길러주는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마치 축구선수를 키우는 과정에서 상대방 선수를 피해가는 페인트모션이나 볼을 다루는 기술을 연마하는 것 이전에 기초체력과 주력을 배양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현재 각 로스쿨의 교육현장은 어떤가. 학생들은 변호사시험의 준비에 사실상 목이 메여 있고, 로스쿨 교육기관 역시 그 시험의 성과에 연연해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내년 초에 실시될 제1기 졸업생들의 변호사시험에 대비한 소리없는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각 로스쿨의 교육과정은 법학이론과목, 판례 등 연습과목 등에 대한 이수, 그리고 법원, 검찰 및 로펌 등에서의 일정한 실무연수로 구성되어 있는데, 학생들은 향후 취업을 위하여 가능하면 좋은 학점 취득이 가능한 교과목을 선택 수강하고, 보다 명망있는 로펌 등의 기관에서 연수를 받고자 경쟁하고 있다. 각 법학 영역에서의 기초 법리에 관한 체계적인 학습이 되지 못한 학생들이 케이스 풀이 위주의 변호사시험 공부에 매달리고, 법학과목 수업에서도 그와 같은 실전대비 강의를 요구하고 있다. 법제도나 기본적인 법이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학생들이 각 기관이나 로펌에 나가서 단기간으로 받는 실무수습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가져다 줄 것인가?


현재 설계되어 있는 변호사시험에서는 법적 지식의 저변을 검증하는 객관식시험, 법리와 판례들에 관한 이해를 검증하는 사례(Case)형 주관식 시험, 그리고 주어진 법적 분쟁사안을 토대로 준비서면이나 판결서를 구성해보라는 기록형 시험이라는 3가지 유형의 문제가 나오게 되어 있는데, 금년 1월중과 7월 중에 2차에 걸쳐 실시된 변호사시험 모의고사 문제를 보면, 특정 법학 분야를 전공하는 학자들까지도 쉽사리 만족할만한 답안을 써내기 어려운 것이었다고 평가된다. 이와 같은 변호사시험을 통과해야만 하는 로스쿨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각 법 영역의 법이론과 판례경향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보다는 단편적인 암기위주의 학습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로스쿨에서 학생들의 이와 같은 공부실상은 암기식 공부의 폐단을 지니고 있다는 사법고시제도와 무슨 큰 차이가 있는가?


이와 같은 사정은 사실상 로스쿨 졸업생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수준이 너무 높은데 기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로스쿨 학생들에게 법학의 기초이론과 판례의 경향과 추이를 이해하고 법철학과 법제사 교과목까지도 차분하게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변호사시험의 출제경향 내지 그 문제수준에 대한 제고를 요한다. 학생들에게 장차 법률가로서 필수적으로 알고 있어야할 기본적인 이론체계와 주요한 판례들의 내용이나 그 경향에 대한 지식 정도를 테스트 하는 수준이어야 할 것이다. 법학교육 당국과 변호사시험 주관기관은 각 법 영역에서의 그 많은 판례들 중에 꼭 알고 있어야 할 의미있는 판례들을 엄선하여 시험에 대비하는 학생들에게 제시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법원이나 검찰에서 검토 되고 있는 로클럭제도를 본격적으로 확대도입하여 제2의 법조인 교육과정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을 통하여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자신이 희망하는 한, 로클럭으로 임명하여 훌륭한 역량을 갖춘 독립적인 변호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는 로스쿨 학생들이 졸업 후의 취직 걱정에 불안해하지 않고 3년의 로스쿨 교육과정을 충실히 보낼 수 있는 여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로클럭제도는 일정한 규모 이상의 로펌에 대해서도 의무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 변호사의 역할을 소송대리인으로 한정해왔던 우리사회의 인식도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앞으로 국회나 지방자치단체에서의 입법전문가와 행정공무원은 물론 국내외 시장에서 다양한 법적 문제를 헤쳐 나가야 할 기업들에서의 법무담당자, 그리고 법학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인데, 우수하게 대학을 졸업하고 로스쿨을 거친 우리 사회의 인재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그와 같은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이와 같은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만이 로스쿨 제도의 성공은 물론 우리가 장차 차원 높은 법치국가로 발전하는데 일조할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