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覇權)과 패도(覇道) 그리고 패기(覇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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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覇權)과 패도(覇道) 그리고 패기(覇氣)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11.07.1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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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호(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

‘21세기 미국패권과 국제질서’(오기평 편저, 도서출판 오름, 2000년)라는 책의 서장을 읽자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패도정치가 떠올랐다. 좋은 의미로 기억하고 있던 춘추 5패의 역할이 미국의 그것과 유사함을 이해하게 되었다. 전쟁을 통해 완성된 패권은 당대의 평화를 추구하며 안정된 시국은 패권에 합법성을 부여한다. 모든 패권의 성쇠는 자신의 역량을 합당하게 배치하여 다수 국가들이 수긍할 수 있는 제도와 질서를 수립하는 것에 달려있다는 것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두목 또는 으뜸갈 패(覇)자는 그 위치에 상당하는 책임과 의무를 안고 있는 것이다. 국어사전에서, 패권은 어떤 부분에서 으뜸의 지위를 차지하여 가지는 권력이고, 패도는 도의 정치를 무시하고 무력이나 권모술수로써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패기는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이루어 내려는 힘찬 기백이라고 한다.


법률시장의 개방과 무한경쟁을 통한 한국 법률산업의 패권 향방,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의 병존으로 인한 신진 변호사의 양산과 그로 인한 불안과 희망, 한국기업의 해외진출과 한국법의 적용을 통한 활로 개척, 식민지국가의 쓰라린 역사적 경험과 홍익인간이념의 실현 등은 우리나라 법학도가 해결하거나 깊이 간직해야 할 주제이다. 거기에다 우리의 소원인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 법률가들이 해야 할 일은 만만하지 않다. 국운융성의 일꾼으로 전쟁에 버금가는 같은 경쟁을 극복하여 태평성대를 이루어야 한다. 태평성대는 젊은이들의 패기에서 시작하고 사회의 합심으로 완성된다.


태평성대는 선조들이 바라던 이상사회이다. 세계화·정보화시대에 왕정시절 용어인 태평성대가 어색하지만 그들이 꿈꾸던 ‘좋은 사회’를 의미한다는 것은 틀림없다. 강대한 이웃나라가 패권을 행사하던 시절, 선조들이 가졌던 태평성대의 꿈을 이제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새로운 국제질서나 패권을 꿈꾸지 않았다. 조선 건국 후 200여년 전쟁 없는 시절 경장(更張)을 추구하던 율곡 선생의 꿈은 주변 정세의 변화에도 안일을 바라던 조류에 떠밀려 가버렸다. 이후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겪고 망국 직전에야 갑오경장(甲午更張)이 등장하였으나 휘몰아치는 제국주의 비바람을 견뎌내지 못하였다. 이로 인한 망국민의 처절한 고통과 광복을 위한 투쟁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국토분단과 동족상잔의 한을 안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국력은 신장되었다. 어린 시절 음식물을 남기면 안 된다는 절대적인 가르침이 이제는 비만 걱정으로 바뀌었다. 1988년의 하계올림픽에 이어 이제는 2018년의 동계올림픽도 유치할 정도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 글로벌, 국제화, 지구화 시대가 되면서 새로운 질서가 열리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패권이 허용되고 있다. 한류는 새로운 패권을 향한 가능성이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무대를 꿈꾸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력이 바탕이 된 당당한 자신감이다. 거기에는 기성세대의 간절한 염원과 희생이 있기에 큰 의미가 있다. 나아가 우리보다 어려운 나라에 대한 아름다운 배려가 있다면 그 가치는 더 빛날 것이다.


로스쿨 교수가 되어 학생들에게 우리 법의 연혁을 설명하면서 세월의 격차를 실감하였다. 그들에게 일제식민지와 광복 그리고 1970년대는 물론 88올림픽도 옛날 이야기였다. 그들이 내가 체험한 88올림픽의 감동을 알 수 없었다. 그 때 그들은 태어나지 않았거나 너무 어려 제대로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경험해보지 않은 학생들에게 체험과 느낌을 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성세대로서 우리가 보존하고 물려주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그것에 반하는 흐름은 물꼬를 틀어야 하지 않는가.


사회가 바뀌고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은 다양한 분야에 패권이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의 법률시장에서 우리가 패권을 잡는 것은 일장춘몽일까? 아니다. 패기만만한 우리의 신진 법률가에게는 헛된 꿈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아시아 내에서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있으면 한국은 법률시장의 패권국가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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