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과 로스쿨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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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생과 로스쿨생
  • 성낙인
  • 승인 2011.07.0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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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헌법학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로스쿨을 도입한 대학의 정규학년 기준으로 보면 학부 법대는 금년이 마지막 졸업생이고, 로스쿨은 졸업반 학생이 재학 중이므로 전형적인 투 트랙의 마지막 해이다. 대한민국 법학의 산실로서 인재 배출의 보고로서 영욕을 함께 해온 학부 법대가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25개 대학에서 종언을 고한다. 법률가의 배출도 그 무게 중심이 학부 법대에서 로스쿨로 이행한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아가던 척박한 시절에 법학도들은 민주법치국가의 건설에 초석을 다져 왔다. 법대 졸업생 중에서 법률가의 길을 간 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비록 순수한 법률가의 길은 아니더라고 하더라도 정의가 무엇인지 형평이 무엇인지를 고뇌하고 익혀 온 법학도들이 우리 사회에서 기여한 공로를 결코 과소평가하여서는 안 된다. 공직에서부터 사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종에서 리걸 마인드로 무장한 법학도들의 보이지 않는 공로는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제고하는데 성공적인 기여를 다 해 왔다.


평생을 이들 젊은 법학도들과 씨름해 온 법학자들의 눈에도 학부 법대에서 로스쿨로의 이행은 정신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낯설긴 매 한가지다. 고교를 갓 졸업하고 이제 막 자유가 무엇인지를 만끽하는 학부생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생기발랄 그 자체다. 민주화 과정에서는 민주주의를 향한 이념적 깃발을 높이 들었고, 민주화 이후에는 법적 안정성이라는 새로운 질서 형성에 기여해 온 그들이다. 학부생들만이 가질 수 있는 야성과 열정은 그대로 캠퍼스에도 녹아들어 있다.
그런데 로스쿨 학생들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더구나 이번 학기부터 엄격한 상대평가가 실시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사활을 건 모습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반 대학원생이나 로스쿨생이나 할 것 없이 사각모를 쓴 엄연한 학사들이기 때문에 준 사회인이다. 하지만 일반대학원생들은 그래도 학점이 그들의 장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아니기 때문에 출석도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로스쿨생들은 학점이 그들의 일생을 좌우할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 변호사시험의 성적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이상 제3자적 입장 즉 로스쿨생을 스카우트하는 쪽의 객관적인 잣대는 로스쿨 성적이다. 결석이란 생각할 수도 없다. 출석도 부를 필요가 없다. 다만 학생들을 익히는 차원에서의 출석 점호만 의미있을 뿐이다. 로스쿨생들 중에는 대학 졸업 후 직업에 종사한 이들도 많다. 의사, 변리사, 회계사, 기자, 행정고시 합격자뿐 아니라 심지어 세계적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순수학생에 비하면 소위 기성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학창생활은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니다. 외국에서 수학한 학생들의 경우 첫해부터 강요되는 기본 3법 강의는 그야말로 지옥 훈련이나 마찬가지다. 하물며 외국에서 이공계를 수학한 학생들은 사회과학적인 한글에도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고전을 면치 못한다. 그럼에도 성적만이 그들의 장래를 평가할 것 같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수한 이공계 인력들은 비록 로스쿨 성적은 우수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졸업 후 보여줄 그들만의 역량에 크게 기대하는 바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로스쿨에도 순수 법학도보다는 스펙을 많이 쌓아 온 이들이 더 강점을 발휘하리라는 견해도 대두된다. 그것은 결코 우려스러운 일은 아니고 발전적인 방향이라 할 수 있다. 학부에서의 다양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전문성의 기초를 갖춘 법률가의 배출이라는 시대적 소명에도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순수 법률가는 역시 스펙보다는 학부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로스쿨에 진입하여 충실히 법학을 이수한 이들에게 영광이 돌아가기 마련이다. 특수 전문영역의 법률가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수요는 매우 제한적인 영역이고 법률가 일반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특정 분야의 전문가 보다는 널리 법학에 대한 충실한 이해와 역량을 보여주는 법학도들에게 장래가 보장될 것이다. 스펙과 학점이 모두 중요한 요인들이지만 이 보다는 법률가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의 함양이 더욱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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