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2011년 6월 10일은 자본민주주의의 첫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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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2011년 6월 10일은 자본민주주의의 첫 날!
  • 법률저널
  • 승인 2011.06.1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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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오늘, 6월 10일, 대한민국은 혁명 중이다. “대학등록금반값투쟁”이 촛불집회와 함께 서울광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그 집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인지, 아니면 경찰 당국에 의해 개최불허결정이 남으로써 주최 측과 경찰 사이에 험난한 폭력이 난무할 것인지, 아직 나는 모른다. 그러나 대학등록금반값투쟁이 오늘, 대한민국의 최대 화두임은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전국대학생들의 아우성과 절규, 그들의 학자금 마련을 위해 허리가 휘는 부모들의 처절한 외침은 이제 대한민국의 코드가 되어 버렸다.


아직도 이 투쟁의 의미를 깊이 깨닫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권은 정말 바보다. 이 투쟁을 단순히 돈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돈 문제로만 보는 자는 달을 바라보지 못하고 달을 가리키는 손끝을 보고 있는 어리석은 자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투쟁은 도도한 “자본민주주의”를 실현하려고 하는 역사의 물줄기를 새롭게 만들기 위한 투쟁임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오늘 “자본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용어를 새롭게 처음 사용하려고 한다. 어찌 보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같이 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라는 가치는 끝없는 이기심, 남의 것을 착취하고, 빼앗고, 훔치는 것을 정당시하는 경제사상이기 때문이다. 아담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밝힌 “보이지 않는 손”의 논리는 모든 인간은 이성적 인간이고, 그 이성적 인간이 각자의 필요에 따라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활동을 하다 보면, 모든 것이 전체적으로 합리적 조화를 이루어낸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를 통해 재화의 사적 소유권사상이 확립되고, 생산 수단을 가진 자본가 및 기업가 계급이 그 이익 추구를 위해 생산 활동을 하도록 보장됨으로써, 경제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이제 21세기 자본주의는 더 이상 만병통치의 경제학이 아니게 되었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어떠한가? 민주주의는 主權在民思想에 근거하여,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정치가 국민을 위하여 존재하여야 한다는 정치제도 또는 그러한 가치를 지향하는 사상을 일컫는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는 전체 국민을 인간답게 대우하겠다는 사상인데 반하여, 자본주의는 탐욕의 손에 의한 재화의 흡입을 방조하여 빈익빈부익부를 조장하는 사상이기 때문에, 결코 양 체제는 사이좋게 병존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함께 갈 수 있는 것인 양 교육받아 왔고, 그 대칭점에 있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주장하는 것만으로도 좌파라는 딱지가 붙어 올바른 토론 자체가 힘들어지는 역학적 불균형 속에서 살아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대학생들이, 아니 대부분의 국민들이 자본과 민주주의가 결합한 자본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정치적 요구를 하게 된 것이 바로 “대학등록금반값투쟁”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우리가 국가를 구성하고, 그 구성원이 되어 세금을 납부하고, 병역의무를 수행하며, 교육을 받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그 구성원들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약육강식이 아닌, 국가라는 틀 안에서 서로 양보하고, 서로 도움으로써 구성원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고 행복추구권을 향유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지금 대부분의 국민들은 국가가, 특히 이명박 정권 들어 그러한 국가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온 몸으로 체험하게 되면서, 이대로 두어서는 대한민국이, 그 구성원들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다에 침몰하고 말 것 같은 위기의식을 “동물적 본능”으로 느끼기 시작하고, 이 투쟁에 동참하겠다며 자발적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민주주의의 실현”, 다시 말해 자본이 탐욕에 의해 소수자에게 집중되는 사회적 부조리를 제거하고,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을 보장받고 인간다운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가치가 존중받고, 이러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정치적 제도의 실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대학등록금반값투쟁”에 동참하는 방법뿐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온 국민이 “은연 중에 학습”받아 버린 것이다.


이것은 도도한 역사적 흐름이다. 한강이 태백의 한 꼭짓점에서 발원되어 부지불식간에 큰 물줄기를 이루어 유장히 서해로 흘러가듯, 낙동강 큰 물줄기가 4대강공사로 보를 쌓고 물줄기를 아무리 바꾸려 해도 태평양 어느 곳을 향해 묵묵히 흘러가듯, 그렇게 “자본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국민적 투쟁은 점화되고 말았으니, 그게 바로 “대학등록금반값투쟁”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인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 및 교육감선거결과 보편적 복지론이 국민적 담론이 되었고, “무상급식”이라는 구체적 실천강령이 일부 부유보수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실화됨에 따라, 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자본민주주의의 실현”을 지체해서는 안 되겠다는 공감대를 갖게 된 것이다. 상아탑이라고 부르는 대학을 다니면서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다수의 학생들이 아르바이트에 내몰리고, 뼈 빠지게 노동력을 착취당해가면서 시급 4,320원의 저급한 임금을 받아, 등록금 대기에 부족하니 학자금 융자를 받을 수밖에 없고, 운 좋은 몇몇 졸업생을 빼고는 졸업 후에도 상당기간 실업자로 생활하다 보니 그 빚은 자꾸 커지고, 간신히 취업을 한다 해도 그 빚 갚기에 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니, 결혼을 제대로 할 수 있으며 원만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는가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비정규직 양산체제는 사회적 기층세력의 불안감을 키우고, 경제적 자립이 불가능한 국민을 대량생산해 내는 부조리의 극치로 내몰리고 있으니,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국민들은 정부에 대해 당당히 요구한다. 드디어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가, 4대강공사에 퍼붓는 돈, 수출대기업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돌아가는 감세정책으로 인해 줄어드는 돈,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국민들에게 손해배상금으로 물어주는 돈, 대기업보호를 위한 환율방어정책으로 새어나간 돈, 남북긴장고조 및 대결구도 때문에 확장되는 무기구입 등에 퍼붓는 돈, 방만한 예산관리 등으로 불요불급하게 지출되는 돈 등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이 낭비되어지는 돈을 모두 국민복지를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정부정책을 바꾸라는 것이다.


24년 전, 1987년 6월 10일을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4.13 호헌발표 후 전 국민이 들고 일어나 전두환군사독재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서을광장을 메웠던 날의 함성을 나는 기억한다. 민중의 도도한 힘 앞에 겁먹은 당시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후보가 6.29선언을 통해 국민의 직접 투표에 의한 대통령선거를 실시하겠다는 개헌찬성의견을 발표하고, 그때 만들어진 헌법이 지금 현행 헌법임을, 그 날을 기점으로 도도한 정치민주주의가 발아되었음을 나는, 나는 기억한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85년 전, 1926년 6월 10일을 역사를 통해 기억한다. 3.1독립운동 실패로 조선민족 모두가 의기소침해 있던 당시, 조선왕조의 마지막 황제 순종임금의 인산일(출상일)을 맞아 조선민족이 들고 일어나 일제의 식민지배에 분연히 궐기하여 독립만세를 부르짖었던 그 날을, 나는, 나는 조선 독립의거의 날로, 민족정신 재발아의 날로 기억한다.


아마도 나는 오늘, 2011년 6월 10일을 “대한민국 자본민주주의의 출발일”로 기억할 지도 모른다. 너와 나 더불어 사는 세상, 모든 국민이 국가의 재정지원 아래 언젠가 이루어질 무상교육실시를 위한 첫 걸음, 반값등록금이 실현되어 돈이 없어 교육받지 못하는 설움을, 등록금마련을 위해 공부가 아닌 아르바이트를 택함으로써 야기된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 실력이 없는 학생들이 양산되는, 그로 인해 세상의 문을 열 수 있는 기회로부터 아예 소외당할 수밖에 없는 억울한 청년들이 대폭적으로, 그냥 한순간에 확 사라지는, 긴 장마 끝에 햇살 한 옴큼 짜안 하고 나타나듯 그렇게 실시되기를 나는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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