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법원의 미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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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법원의 미녀들
  • 오사라
  • 승인 2011.05.2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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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 Oh 미국 Maryland 지방법원 Commissioner(Magistrate)

“법관님 미인이시네요, 근데 어쩌다가 이런 험한 곳에서 일하게 되셨어요?” 형사법원에 함께 근무하는 내 여자 동료들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다.

자세히 보면 정말 이곳 관할지구에서 일하는 여성들 중에는 뛰어난 미녀가 한 둘이 아니다. 우리 법원 친구들은 그녀들에게 잘 어울리는 닉네임을 각각 붙여 주었다. 부드러운 밤색 머리와 사슴처럼 우아한 목덜미를 자랑하는 “오드리 헵번”, 눈같이 깨끗한 피부가 빛나는 “백설공주”, 12센티의 킬힐을 신고 아름다운 각선미를 과시하는 “명품녀” 등등. 바쁜 업무 중에도 코믹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아무도 싫어하거나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백설공주야, 나 여기 강도사건 구속영장 5개 급하게 발부해야 되는데 와서 좀 도와줘!” 하고 부르면 그 자리에서 먹던 사과를 내던지고 얼른 뛰어온다.    


외모뿐 아니라 출신배경도 예사롭지 않다. 정계에서 눈부신 이름을 날리는 백인 여성 판사부터 시작해서 명문대 최고학력을 자랑하는 흑인 여성 검사, 사회사업공헌 수상 경력이 있는 라틴계 여성 변호사까지, 우리 형사법원은 특출한 여자들로 가득 찼다. 작은 키에 안경을 쓰긴 했지만 유일한 한국계 여성 코미셔너로서 나도 끼어 있다. 내 닉네임은 바로 다름 아닌 내 한국 성 “Oh” 이다. “오야, 법원장님한테서 전화 왔다!” 그러면 내가 복도에서 후닥닥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록 미인관련 명칭은 아니더라도 내가 태어난 고향과 뿌리를 생각하게 하는 내 이름을 나는 좋아한다.


서로 인종과 문화가 다르고 각자 걸어 온 삶의 길은 판이하지만, 나는 함께 일에 몰두하는 여자 동료들을 보면서 “Beautiful Both Inside and Outside”라는 말을 잘 떠올린다. 형사법원의 여성 법관들은 근무 중 별의별 사람들의 문제를 접하고 수많은 인생살이의 스토리를 다룬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다른 불쌍한 이들을 어머니처럼 널리 모성애로 포용하는 마음을 기르게 되는 것 같다. 험한 이 세상에서 인간이 살아가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직접 보면서 깊이 피부로 느끼고 동감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법정에서 시간을 보내며 도(度)인이 도(道)인이 되어가는 것이다. 가끔 형사 사건을 감동 깊게 처리하는 여성 법조인들을 보면서 나는 세상에 미녀가 따로 없다고 생각을 한다.


한 번은 심한 생활고에 시달려 아기에게 먹일 음식을 슈퍼마켓에서 훔친 십대 흑인 어머니에게 자신의 아기를 위해 샀던 값비싼 Kosher 유기농 이유식 몇 달 분량을 다 내어 주는 유대인계 여성 국선변호사를 본 적이 있다. 같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마음속으로 동정이 갔던 것이다. 또 어떤 인신상해 사건에서는 젊은 아들에게 폭행을 당한 피해자 아버지가 너무나 속상해서 그만 울음을 터뜨리자, 함께 눈물을 닦으며 노인을 위로해 주는 여성 법관의 착한 효녀 딸 같은 모습에 그 날 법정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가 감동으로 눈시울을 붉힌 적도 있다. “법관님 재판 제대로 잘 하신다!”라는 감탄사가 곧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기 마련이다.


여성법조인 특유의 부드러움이 형사법의 강인함과 어우러져 빛을 환히 발할 때의 절묘한 아름다움은 가히 볼 만 하다. 인간적인 감정해소를 유도하는 말솜씨와 따뜻한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으로 험한 형사사건을 멋지게 결말 짖는 경우를 종종 목도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교육자로서, 우리 사회의 정의실현을 위해 여성 학도들이 형법 방향으로 좀 더 많이 전문분야 전공을 했으면 하고 욕심을 내어 항상 학교에서 강조한다. 그리고 동시에 열심히 자신의 미를 가꾸는 것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킬힐도 괜찮고 명품 화장품도 좋고 운동도 Great! 자신의 인생의 모든 면에서 최선을 다하는 여자는 결국 누가 보더라도 미녀인 것이다.  


어떤 경찰관이 오늘 또 “이곳 여성 법관들은 참 미인이십니다” 하고 옆에서 조심스레 칭찬의 말을 늘어놓는다.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예, 여기 관할지구엔 오드리 헵번도 있고 백설공주도 있지요. 근데 그녀들의 마음은 더욱 더 미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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