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강도상해죄와 장물취득죄 사이의 공소사실 동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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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강도상해죄와 장물취득죄 사이의 공소사실 동일성
  • 법률저널
  • 승인 2011.05.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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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도상해죄와 장물취득죄 사이의 공소사실 동일성- 대법원 1994.3.22. 93도897 전원합의체 판결

1. 사건 개요

가. 피고인은 92.11.30. 1심에서 장물취득, 신용카드업법위반, 사기로 징역 장기 1년, 단기 10월이 선고되었는데, 장물취득죄의 범죄사실은 ‘피고인이 공동피고인 2명과 공모하여 92.9.24. 02:00경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공중전화박스 옆에서 공소외 1 등이 같은달 23. 23:40경 서울 구로구 구로동 노상에서 피해자로부터 강취한 피해자 소유의 국민카드 1매를 장물인 정을 알면서도 교부받아 취득하였다’는 것이었다. 
 
나. 위 1심 판결에 대하여 피고인만 항소하여 항소심 재판 중이던 93.2.3. 피고인은 ‘피고인이 공동피고인 2명, 공소외 1 등과 합동하여 92.9.23. 23:40경 서울 구로구 구로동 번지불상 앞길에서 피고인과 공동피고인 2 등은 망을 보고 공동피고인 1, 공소외 1 등은 술에 취하여 졸고 있던 피해자에게 다가가 주먹과 발로 피해자의 얼굴 및 몸통부위를 수회 때리고 차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후 피해자의 상하의 호주머니에서 피해자 소유의 국민카드 2매, 비씨카드 2매, 현금 6만원, 주민등록증이 들어있는 지갑 2개를 꺼내어 가 이를 강취하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치료일수 미상의 안면부 타박상 등을 입혔다’는 강도상해죄로 추가 기소가 되었다.

다. 피고인은 93.3.11. 추가 기소된 사건의 1심 1회 공판기일에 출석한 후에 같은달 18. 위 항소를 취하함에 따라 위 항소심 재판은 확정되었으나 추가 기소된 사건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 유죄가 인정되어 피고인에게 징역 장기 2년 6월, 단기 2년이 선고되고 말았다.


이에 피고인은 전소인 장물취득죄와 후소인 강도상해죄의 목적물이 같는 등 두죄의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므로 강도상해죄에 대해서는 면소판결을 선고받아야 한다며 상고를 하게 된 것이다.

2. 쟁 점

장물취득죄와 강도상해죄의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지 여부와 그 판단기준 그리고 이에 따라 이미 확정된 장물취득죄의 기판력이 추가 기소된 강도상해죄에 미치는지 및 장물취득죄에서 강도상해죄로 공소장변경이 허용될 수 있는지 등이 문제된다.

3. 재판요지 (다수의견 : 대법관 7인 의견)

가. 장물취득죄와 강도상해죄는 범행일시가 근접하고 장물취득죄의 장물이 강도상해죄의 목적물 중 일부이기는 하나 그 범행의 일시, 장소가 서로 다르고, 강도상해죄는 피해자를 폭행하여 상해를 입히고 재물을 강취하였다는 것인 데 반하여 장물취득죄는 위와 같은 강도상해의 범행이 완료된 이후에 강도상해죄의 범인이 아닌 피고인이 다른 장소에서 그 장물을 교부받았음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수단, 방법, 상대방 등 범죄사실의 내용이나 행위가 별개이고, 행위의 태양이나 피해법익도 다르고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다.

나. 따라서 장물취득죄와 강도상해죄 사이에는 동일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인이 장물취득죄로 받은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여 강도상해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면소를 선고하여야 한다거나 피고인을 강도상해죄로 처벌하는 것이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고는 할 수 없다.


다. 공소사실이나 범죄사실의 동일성은 형사소송법상의 개념이므로 이것이 형사소송절차에서 가지는 의의나 소송법적 기능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고 따라서 두 죄의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가의 여부는 그 규범적 요소를 전적으로 배제한 채 순수하게 사회적, 전(前)법률적인 관점에서만 파악할 수는 없고, 그 자연적, 사회적 사실관계나 피고인의 행위가 동일한 것인가 외에 그 규범적 요소도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의 실질적 내용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4. 반대의견 (소수의견 : 대법관 6인 의견)

가. 강도상해죄는 강도죄와 상해죄의 결합범이고 강도죄는 절도죄와 폭행 또는 협박죄의 결합범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서 실체적으로는 수개의 행위를 법률적 관점에서 하나의 행위로 파악하고 있는 데 지나지 아니하므로, 강도상해죄가 절도죄의 경우와는 달리 장물죄와의 사이에 피해법익이 다르고 죄질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는 것만으로 이 사건 범죄사실의 동일성을 부인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나. 금품을 강취한 후 그 장물을 분배하는 일련의 범죄행위는 이를 생활의 한 단면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한편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한 공소장의 변경을 허용할 수 있어 기판력이 미치는 범위와 공소장변경이 허용되는 범위는 일치한다고 보아야 하는바, 생활의 한 단면 내의 어느 한 행위(장물죄)에 대하여 재판절차를 마친 이상 피고인에게는 그 단면 내의 모든 행위에 대하여 소추 재판의 위험이 따랐다고 하여야 할 것인데 실제로 소추 재판된 행위(장물죄)가 같은 단면 내의 다른 행위(강도죄)와 비교하여 피해법익에 있어서 완전히 겹쳐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다른 행위(강도죄)에 대해 다시 논할 수 있다는 것은 방대한 조직과 법률지식을 갖춘 국가기관이 형사소추를 거듭 행함으로써 무용의 절차를 되풀이하면서 국민에 대해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주게 하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사건을 1회에 완전히 해결하려 하지 않게 함과 아울러 이를 악용하게 할 소지마저 있다.


다. 기본적 사실(관계)동일설을 취하는 경우에는 그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가의 여부를 구체적 사실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일체의 법률적 관점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자연적, 전법률적 관점에서 범죄사실의 동일성을 판단하고자 하는 것이고 규범적 요소는 고려되지 아니함이 원칙이다.

5. 검 토

피고인은 위 판결에 의해 이미 확정된 징역 장기 1년에 징역 장기 2년 6월이 추가되었기에 처음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강도상해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 장물취득죄 등으로 선고된 1심 선고형을 줄여보려고 항소까지 하였다가 강도상해죄로 추가 기소가 되자 공소장변경이 될 것을 우려하여 항소 취하한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되고 말았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에서 피고인이 기판력에 의한 보호를 노려서 상소포기 등의 방법으로 판결을 임의로 확정시키는 폐단을 견제하려는 정책적 고려가 전면에 나선 것이나 심판대상인 범죄사실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히는 흠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신동운, 신형사소송법, 법문사, 526면).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대법원의 다수의견이나 소수의견은 모두 일치한다. 다만, 다수의견이 기본적 사실동일설에 의하면서도 규범적 요소를 고려하는 것에 대해 소수의견과 일부 학자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이재상, 신형사소송법, 박영사, 418면 등). 이후 대법원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기능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행위와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규범적 요소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계속 취하고 있다(대법원 2008.12.11. 2008도3656 판결 등). 


결론적으로 강도상해죄가 절도죄 등의 경우와는 달리 장물취득죄와의 사이에 피해법익이나 죄질과 같은 규범적 요소에 있어서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두 죄 사이에 동일성을 인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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