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원칙'과 '재량'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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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원칙'과 '재량' 사이
  • 법률저널
  • 승인 2003.01.0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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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道를 지키라'는 말이 있다.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객관적인 이해를 받을 수 있도록 하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이를 위해서는 나름의 '원칙'이 존재해야 하고 많은 변수를 고려하는 차원에서 '재량'껏 판단하는 '운용의묘(妙)' 또한 필요하다.

최근 법무부에서는 '2003년 시험운영'에 관한 기본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시험위원 공개'다. 2003년 사법시험이 종결되는 시점에서 1차, 2차, 3차 시험 위원을 총괄해서 공개한다는 것이다. 올해 2차 발표를 앞두고 '출제위원 비공개' 방침을 밝힌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이 내용은 얼핏 수험생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 처음으로 사법시험을 주관한 법무부가 출제위원 인력풀 확보와 출제위원 보호라는 이유로 '출제위원 비공개'라는 '원칙'을 세운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제44회 사법시험 2차 결과가 발표된 후 다수의 수험생들이 출제위원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있었고 또한 최소한 채점기준에 대한 공개를 요구하는 강력한 항의가 있었지만 '원칙'이라는 것이 쉽게 무너져 버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험을 주관하는 법무부로서는 '수험생 위주의 행정'을 한다는 의미를 내세울 수 있지만 시험 관리의 공정성, 형평성을 위해서도 한번 세운 원칙은 쉽게 깨져서는 안된다. '원칙'이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는 것은 그 '원칙'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재량'은 '원칙'안에서 행해지는 '운용의묘'일 뿐이다. '원칙'을 세울 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는 철두철미한 준비가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한번 세운 '원칙'은 왠만해서는 깨져서는 안된다.

'2003년도 시험위원 공개'는 바람직한 것이지만 향후 시험 관리에서 필요한 갖가지 '원칙'들이 당시의 변수들에 의해서 쉽게 깨져버린다면 '신뢰성 확보'라는 관리의 중요한 전제조차도 무너져버릴 수 있다.
시험 관리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3만 사법시험 응시생들이 그 '원칙'안에서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병철기자 bckim99@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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