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4.27 재보선선거 관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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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4.27 재보선선거 관전기
  • 법률저널
  • 승인 2011.04.2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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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그는 울었을 것이다. 봄비 내리던 날, 그 남자는 울었을 것이다. 마음으로 울고, 온몸으로 울었을 것이다. 이긴 것이 너무나 신기해서, 백성들의 통곡소리를 표를 통해 전해들으며 감격해서 울었을 것이다. 그 남자의 울음 저 뒤편에서 저벅저벅 걸어오는, 마스크를 쓰고 묵묵히, 그러나 쓰나미처럼 거대한 담론으로 밀려오는 수많은 군중의 무리가 내 눈에만 보이는 걸까? 휘날림 없는 깃발이고, 소리 없는 함성이다. 멈춰선 채 이동하는 행진이고, 찢어진 장갑 사이로 내미는 은밀한 악수이다. 불 꺼진 초에서 밝히 타는 촛불이고, 불통의 터널을 뚫는 착암기의 거대한 굴착음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이틀 전 치러진 4.27 보궐선거에서,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분당을지역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분당을지역선거구는 여태까지 야당이 승리해본 적이 없는 한나라당의 텃밭이다. 평균적으로 잘 사는 사람들, 보수층이 주류를 이루는 동네로 알려져 왔었다. 그런데 그 텃밭에서 무너지고 말았으니, 지금 한나라당은 거의 패닉상태인 모양이다. 영원히 시저이기를 바라는 한나라당은 분당을선거민들을 향해 “부르터스 너마저!”라고 한탄했을지 모른다. 마치 그 소리가 내게는 너마저 심통나 부르텄냐고, 그래서 마침내 부르터서 터져버렸냐는 소리처럼 들린다. 그래, 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더 이상 중산층을 고려하지 않는 한나라당의 정치행태에 뿔이 날 대로 나버린 분당을지역선거구 주민들의 심사가 그만 부르터서 터져 버린 것이다. 이제 외양간을 고치려고 하겠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선거기간 동안 내내 불법선거, 관권선거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강원도지사선거전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펜션 불법선거운동과 민주당의 허위사실 문자발송사건, 김해을국회의원선거에서의 이재오 특임장관의 선거개입발언과 특임장관실 소속 일부공무원들의 선거개입사건 등 수많은 선거법위반사건이 발생했고, 쌍방의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특히 이재오 특임장관의 선거개입관련 발언을 지켜보면서, 문득 7년 전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건이 떠오르는 건 무엇 때문일까? 당시에, 노무현대통령은 2004년 2월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대통령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라는 발언과 “대통령이 뭘 잘 해서 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라고 발언하였고, 이 발언에 대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노무현 대통령이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을 위반했다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준수를 요구하였고, 이것이 발단이 되어, 당시 한나라당 108명, 민주당 51명 등 총 159명의 국회의원들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였고, 국회에서 몸싸움 끝에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어,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몇 개월 동안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었다.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2004년 5월 14일 탄핵심판을 기각함에 따라 한바탕 쌩쇼로 끝나고 말았지만, 당시 탄핵소추안의 원인은 “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라는 발언이었다. 당시 본란을 통해 의견을 표명한 바도 있지만,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는 것조차 “탄핵소추의 원인‘이 되었음에 비추어 볼 때, 이재오 특임장관의 선거개입 회의진행 및 소속 공무원들의 김해을선거구의 불법적 공무원의 정치활동은 이재오 특임장관에 대한 보다 더 심각한 탄핵소추 원인이 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강원도 펜션에서의 불법선거운동 역시 그 심각성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추정 1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30여명의 전화부대 아주머니들의 고용에 의한 불법선거운동이 자원봉사자들의 과욕(?)이었다고 애둘러 변명하는 모습도 사리에 맞지 않기는 마찬가지이고, 하여튼 이러저러한 일에 국민들이 뿔이 난 것은 맞는 모양이다.


거기에 금융감독원의 감독자 파견 상태에서 빚어진 부산저축은행의 일부 브이아이피고객에 대한 부당예금인출사태가 겹쳐서 발표됨에 따라 힘센 누구에게는 특혜로 예금을 지급해주고 힘없는 서민들의 돈을 떼어먹게 함에 따라 분노한 서민들의 통곡소리가 이번 보궐선거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해 본다.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 정책이 가져온 도덕적 불감증의 증폭현상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 사회가 도둑고양이가 생선가게를 지키는 세상으로 바뀌어 버렸는지 희한할 뿐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은근슬쩍 여기저기에서 미세한 바람소리처럼, 내리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안개비처럼, 겨울 뒤끝 언제 지는 듯 모르게 찾아온 황혼처럼, 많은 이들이 의식하지 못하여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그 찰라지간에 아주 기묘하고 기괴하게 이상야릇한 사람들이 중요한 결제자 자리를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더니, 이 세상이 요 모양 요 꼴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허 참, 도둑고양이들이 생선가게를 떠억 지키고 앉았으니, 내 원 참, 가관은 가관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국민들은 아주 어리석지가 않아서, 가관을 가관으로 보고 있을 수 없다며, 소리없는 함성을 질러버린 것이다. 그 함성 소리에 누군가가 기절해 버렸다. 광장에 집단으로 모여 떠드는 방법을 택하지 않고(그렇게 하면 촛불집회처럼 모두 잡아가고 그래서 벌금 물리고 사람 괴롭히니까), 소리 소문 없이 투표장으로 개별적으로 젊잖게 찾아가서는, 붓뚜껑을 “꾸욱” 누르고서는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에헴!”하고 기침 한 번 하고서는, 손에 묻은 먼지 털 듯 두 손 한 번 “탁탁” 털고서는, 아주 맛있는 것을 혼자 먹고 배부른 듯 그만 입을 “쓰윽”하고 닦아 버리고서는, 그만 “씨익” 하고 웃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분당 너마저!”하면서 시저인 척 하다가 그만 부르터스의 부르튼 화살을 맞아버린 것이다. 


이번 보궐선거를 지켜보면서, 앞으로는 맹목적인 보수도, 맹목적인 진보도 대한민국 내에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컴퓨터 모니터만큼 좁아터진 국가가 되어버렸구나 싶은 것이다. 이번 선거의 최대 이슈는 사십대의 반란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십대가 386으로 상징되는 세대라는 점이 우리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냐하면, 그들은 80년대부터 급격하게 양적으로 팽창한 고등교육을 받은 자들이고(어떤 면에서는 전두환 대통령의 대학졸업정원제로 대학생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 사회발전에 기여한 것이 크게 되어버리네, 허 참), 따라서 사리분별이 분명할 뿐만 아니라 80년대의 민주화운동을 거치면서 훈련되고 자각된 세대이어서 정부의 잘못된 정치를 객관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안 되겠다 싶으면 행동으로 직접 응징하는 무서운 세대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60-70년대에 교육받은 50대 이후 세대가 전체 선거인 수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갈수록 쇠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렇지만 사십대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새롭게 훈련받기 시작한 20대와 30대가 쑥쑥 자라 이제는 그들이 여차하면 트위터니 페이스북이니 하는 소위 “인증샷운동”을 통해 여차하면 순간적으로 정치세력화하는, 즉흥적 집단화가 가능한 불가사의한 존재들로 급성장해버렸다는 점이다. 공직자선거를 컴퓨터게임하듯 즐기면서 하는 그들을 말릴 수 있는 방법이 도무지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정치인들은 그들에게 정말 잘 보이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되어 버렸으니, 이 점을 빨리 깨닫는 자는 정치인으로 성공할 수 있겠지만, 구태의연한 방법을 고수하는 자들은 필망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 중심에 이명박 대통령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입버릇처럼 달고 있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멘트에 요즘 젊은이들은, “뭘 해 봤는데?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데?”라는 반문을 서슴없이 해버리는 고이얀(?) 머쓱아들이 되어 버린 것이다. 기존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어디에서든 “깔깔거리며 웃어버리는 천방지축의 젊은이들”이 앞으로 세상을 바꾸어버릴 것이다. 가만히 이 정권을 되돌아보면, 줄기차게 4대강사업을 밀어 붙인 것 말고는, 물가고가 엄청나고, 전세대란이 엄청나고, 북한과의 갈등양상이 고조되고, 대기업들과 프랜들리에서 이제는 거의 적대적 수준으로 변질되고, 부자감세정책 및 고환율정책의 고수로 빈익빈 부익부가 고착화되고, 구제역 하나도 제대로 못 막고, 하여튼 뭔가 잘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은 착시현상에 빠지게 하더니, 깨어서 가만히 들여다보니 별로 잘 한 것이 없음을 깨닫게 되는 이상한 정권인 것이다. 그러니 그러한 착시현상에서 벗어난 사십대를 필두로 한 수많은 서민들이 “선거봉기”를 해버린 것이 이번 4.27재보선선거가 아니었나 싶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이제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고, 아직 지지 않은 봄꽃 향기를 맡으며, 봄 햇살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아주 향기롭게, 아주 따스하게 말이다. 선거에서 진 한나라당이 반성을 하고, 진정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칠지 아니면 종전대로 마이웨이를 외칠지 모르지만, 이런들 어떠랴, 저런들 어떠랴, 우리는 봄볕만 즐기면 되는 것을. 손학규 당선자, 당신, 잘 하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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