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촌프리즘]형법, 형소법 개정안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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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촌프리즘]형법, 형소법 개정안 '공방'
  • 법률저널
  • 승인 2003.01.0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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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의 형사소송법, 형법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법무부 개정안의 요지는 피의자 신문시 변호인 참여권의 부분적 보장,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 구속수사기간의 연장, 참고인 강제구인제도, 사법방해죄의 신설 등이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의 내용이 1999년 12월 대통령 직속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확정한 사법제도 개혁안과 2001년 대법원이 제시한 개정안을 대부분 수용하였고, 지난 11월 법무부가 발표한 고문수사 방지대책을 반영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 민변(민주화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반대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법원은 법개정안 중 변호인 입회 제한, 참고인 강제구인제, 특정범죄에 대한 구속기간 6개월 연장 등 수사권 강화 조항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법무부에 보냈다. 대법원은 의견서에서 '신문 개입시 변호인 입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개정안은 신문 개입 유형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막연한 조항이고 검사의 자의적 판단으로 변호인 입회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로 수정하도록 요구했다.
 
민변은 최근의 고문치사사건을 계기로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이 시점에서 법무부가 오히려 수사의 필요성이라는 미명아래 인권 침해적인 요소들을 적극 도입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첫째, 변호인의 신문시 입회권은 아무런 시간적 제약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 수사상 가장 필요하다는 구속 후 48시간은 피의자의 인권이 침해될 수 있는 가장 취약한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둘째, 일부사건이지만 인신구속기간을 더 이상 연장해서는 안 된다. 특정사건에 관하여 반대로 구속수사기간을 6개월까지 연장하겠다는 것은 결국 과학수사를 포기하고 자백에 의존하는 수사를 하겠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셋째, 참고인에 대한 강제구인제도 도입과 사법방해죄의 신설은 피의자에 대한 자백강요가 불가능해지자 이를 일반 국민인 참고인들에게 전가하겠다는 발상으로서 명백히 위헌의 소지가 있다. 범죄인이 아닌 일반 국민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기관에 출두하고 진실을 말하여야만 하는 법률적인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일반 국민들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의무를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이고, 나아가 인권옹호를 위한 과학수사를 포기하겠다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형소법, 형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은 수사권과 변호권의 충돌이라고 볼 수 있다. 형사소송의 최고이념은 실체진실주의이다. 즉 객관적 진실을 발견하여 사안의 진상을 명백히 하자는 주의를 말한다. 그러나, 최고이념이긴 하지만 적정절차에 의해 제한될 필요성이 크고, 더욱이 실체진실주의라는 개념을 두고도 소극적 실체진실주의를 중시하고자 하는 견해가 많다. 다시 말하면 열 사람의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사람의 죄 없는 사람을 벌하여서는 안 된다(Better ten guilty escape than one innocent suffers)는 점을 중시한다.
 
칼 만하임은 『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에서 "역사상의 모든 사유는 사유하는 주체의 입장에 구속된다"고 하였다. 그런 점에서 법무부와 대법원, 민변의 주장은 각자의 위치에서 내린 고심의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범죄가 날로 흉포해지고, 증가하는 사회현실에 비춰 볼 때 다소의 인권이 제약되더라도 범죄자를 검거하려는 법무부의 의지는 높이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인권선진국의 기준에 따라 평가해 보면 우리나라의 인권수준이 그리 높지 못한 이 시점에서 국민의 인권이 수사의 편의성에 앞자리를 내주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의 개정안은 '개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영진기자 kyj123@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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