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긴급체포의 요건, 공무집행의 적법성 그리고 정당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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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긴급체포의 요건, 공무집행의 적법성 그리고 정당방위
  • 법률저널
  • 승인 2011.04.2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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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대법원 2006.9.8. 2006도148


1. 사건 개요 


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피고인 1)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공판검사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를 한 후에 위 위증교사 등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를 한다며 변호사사무실의 사무장(피고인 2)에게 검사실로 출석하라고 소환하였고, 사무장이 검사실에 출석하기로 한 날에 위 위증교사 등 사건과 관련하여 “사무장이 A에 대한 증인신문사항을 작성할 당시에 A가 허위 증언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B(이미 위 위증교사 등 사건의 판결에서 그 진술의 신빙성이 배척된 바 있음)와 사무장을 대질조사하기 위하여 B도 소환하였다. 


그리하여 사무장이 소환일자에 자진출석하자 검사가 사무장에 대하여 참고인조사를 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위증 및 위증교사 혐의로 피의자신문조서를 받겠다고 하였고, 이에 사무장은 자신의 인적사항만을 진술한 후에 검사의 승낙을 받아 변호사에게 전화로 “검사가 자신에 대하여 위증 및 위증교사 혐의로 피의자신문조서를 받고 있으니 여기서 데리고 나가달라”로 말하였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더 이상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이에 변호사가 검사실로 찾아와서 검사에게 “참고인조사만을 한다고 하여 임의수사에 응한 것인데 사무장을 피의자로 조사하는데 대해서는 협조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하고 사무장에게는 검사실에서 나갈 것을 지시하였다.    


이에 따라 사무장이 일어서서 검사실을 나가려 하자 검사가 사무장에게 “지금부터 긴급체포하겠다”고 말하면서 사무장의 퇴거를 제지하려고 하였고 변호사는 사무장에게 계속 나가라고 하면서 사무장을 붙잡으려는 검사를 몸으로 밀어 이를 제지하는 바람에 검사는 상해를 입었다.


결국 검사는 변호사를 공무집행방해죄와 상해죄로(처음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하였으나 1심 내지 2심에서 상해죄가 인정됨), 사무장을 위증죄와 위증교사죄로 각 기소하였다. 이후 변호사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죄 등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가 선고되고, 사무장에 대한 위증죄 등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고 2심에서는 검사의 항소가 기각됨에 따라 검사와 변호사가 이에 불복하여 상고를 하게 되었다.

2. 쟁 점


검사가 사무장에게 긴급체포하겠다고 말한 후에 검사실을 나가려는 사무장을 붙잡으려고 하였고 이를 변호사가 몸으로 밀어서 제지하는 바람에 검사가 상해를 입었기에 검사의 행위가 긴급체포 요건을 갖춘 정당한 체포라면 변호사에게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게 되며, 만일 긴급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체포라면 변호사의 행위는 오히려 정당방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게 되는 것이다. 

3. 판결이유 정리


가. 긴급체포의 요건

(1) 긴급체포는 영장주의원칙에 대한 예외인 만큼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제1항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하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긴급체포는 법적 근거에 의하지 아니한 영장 없는 체포로서 위법한 체포에 해당하는 것이고, 여기서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사후에 밝혀진 사정을 기초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나, 긴급체포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서도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는 그 체포는 위법한 체포라 할 것이다.


(2) 사무장은 참고인조사를 받는 줄 알고 검찰청에 자진출석하였는데 예상과는 달리 갑자기 피의자로 조사한다고 하므로 임의수사에 의한 협조를 거부하면서 그에 대한 위증 및 위증교사 혐의에 대하여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귀가를 요구한 것이므로, 검사가 사무장을 긴급체포하려고 할 당시 사무장이 위증 및 위증교사의 범행을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B의 진술은 이미 무죄가 선고된 변호사에 대한 위증교사 등 사건의 1심 판결에서 그 신빙성이 배척되었으므로 B의 진술만으로 사무장이 위증 및 위증교사의 범행을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사무장에 대한 소환 경위, 직업 및 혐의사실의 정도, 변호사의 위증교사죄에 대한 무죄선고, 변호사의 위증교사 사건과 관련한 사무장의 종전 진술 등에 비추어 보면 사무장이 임의수사에 대한 협조를 거부하고 자신의 혐의사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기 전에 퇴거를 요구하면서 검사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퇴거하였다고 하여 도망할 우려가 있다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위와 같이 긴급체포를 하려고 한 것은 그 당시 상황에 비추어 보아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제1항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쉽게 보여져 이를 실행한 검사 등의 판단이 현저히 합리성을 잃었다고 할 것이다.

 나. 공무집행방해죄 부분


형법 제136조가 규정하는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고, 여기서 적법한 공무집행이라 함은 그 행위가 공무원의 추상적 권한에 속할 뿐 아니라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춘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므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실력으로 수사기관에 자진출석한 자를 체포하려고 하였다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고, 자진출석한 자가 검사나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이를 거부하는 방법으로써 폭행을 하였다고 하여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다. 상해죄 부분

정당방위 인정 검사가 변호사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상해를 입은 사실을 인정한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나 검사의 행위는 이미 적법한 공무집행을 벗어나 사무장을 불법하게 체포하려고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으므로 변호사가 사무장에 대한 체포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위 검사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이러한 불법 체포로 인한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4. 검 토


위증교사 등 사건에 이어서 계속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은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1심과 2심에서 공무집행방해죄와 상해죄가 인정되었다가 대법원에서 무죄가 되었기에 지옥에서 천국으로의 기쁨을 맛보았을 것으로 보여진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 3 제1항에 의하여 긴급체포는 ① 사형 ·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중범죄 혐의의 상당성), ②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 또는 도망할 우려가 있고(증거 및 도망 우려), ③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등과 같이 긴급을 요하여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긴급성)을 요건으로 한다. 대법원은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대해서는 긴급체포 당시의 상황에서 검사 등 수사주체에게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위 사안에서는 위 ①과 ②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이 분명하여 검사 등의 판단에 현저히 합리성을 잃었다고 한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일응 타당하다고 하겠지만 1심과 2심에서 검사의 긴급체포를 정당하다고 인정한 바와 같이 긴급체포의 위법성을 판단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비슷하지만 다른 사례가 발생한 경우의 긴급체포 요건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가령, 검사가 사무장을 피의자로서 조사하겠다고 소환하자 사무장이 일단 출석하였으나 피의자 조사를 받을 수 없다고 거부하거나 검사가 피의자 조사를 하면서 위 B 등과의 대질조사까지 함께 하겠다고 하자 이를 거부하고 검사실에서 퇴거를 하려고 한 경우, 사무장을 참고인으로 조사를 모두 마친 후에 추가로 피의자로 조사를 하겠다고 하였으나 사무장이 이를 거부한 경우, 더구나 참고인으로 조사를 하던 중 중대하고 새로운 혐의점이 발견되었다고 검사가 판단한 경우 등이다.


따라서 위 판례를 ‘조사를 받기 위하여 수사관서에 자진 출석한 피의자를 긴급체포한 경우에 긴급체포는 위법하다고 해야 한다’는 정도로 소개(이재상, 신형사소송법, 박영사, 2011, 239면)함과 같이 피의자가 조사를 받기 위하여 수사관서에 자진 출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긴급체포가 위법하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고 하겠다.

이창현 교수는...

연세대 법대 졸업, 법학박사, 서울북부·제천·부산·수원지검 검사, 법무법인 세인 대표변호사, 이용호 게이트 특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부교수,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변호사실무), 사법시험 3차 시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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