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검찰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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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검찰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 성낙인
  • 승인 2011.04.0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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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헌법학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2011년 4월 2일 경기도 용인에 소재한 법무연수원에서는 검찰총장을 포함한 전국 검사장급 이상 간부 45명이 참석한 ‘전국 검사장 워크숍’이 열렸다. 특히 최근 국회의 사법개혁특위에서 검찰개혁안이 제기된 터란 국민적 관심이 높았다. ‘칼의 노래’로 널리 알려진 소설가 김훈이 검찰정책자문위원으로 참석하여 일반국민들은 검찰을 ‘공포와 혐오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일갈하였다고 한다. 사실 민주화 이후에 검찰은 제어할 수 있는 제3의 기관이 없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권위주의 시절에는 중앙정보부(국가정보원)이나 보안사(기무사) 같은 기관들이 수사와 정보에 개입하면서 검찰의 독립적 위상은 상당 부분 침식되어 있었다. 민주화 이후 검찰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큰 것에 비하면, 검찰의 행태에 국민적 실망이 큰 것도 사실이다.


작년에 있었던 ‘스폰서 검사’ 파동은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핑(鼠一匹), 즉 태산이 울고 요동하게 하더니 겨우 쥐 한 마리를 잡은 데 불과했다. 요란한 첫 출발에 비하면 특별검사제까지 도입했지만 결과는 보잘것없었다. 국민 여론은 단순하다. 왜 검사들은 향응을 받고도 수뢰죄로 구속수사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는 약하면서 죽은 권력과 약자만 때려잡는다는 항변이 강하게 깔려 있다. 실제로 민주화 이후에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새 정부가 취임하자마자 전 정부의 실세(實勢)들이 대거 서울구치소에 수감되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급기야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 대검 중수부의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결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국민의 검찰로 거듭 태어나는 길은 검찰이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정도(正道)를 걸어가는 길밖에 없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이다(검찰청법 제4조). 공익을 위해 거악(巨惡)을 척결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합리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의 오만과 독선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곤 한다. 로스쿨 졸업생에 대해 입도선매(立稻先賣)식 검사 충원 안을 제안, 술이 취한 채로 피의자 신문, 검찰총장이 정보비를 검사장 회의 참석자 전원에게 나누어 주는 행태는 시대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의 부재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최근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고, 특별수사청을 신설하는 안을 제시했다. 사실 대검에서 직접 수사하는 형식의 중수부는 영원히 존속할 기관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아직도 척결되어야 할 거악이 산재한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중수부의 폐지는 자칫 검찰의 수사기능을 약화시킬 소지가 크다. 특별수사청은 전에부터 논의되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와 유사한 기관이긴 하지만 판검사 비리만 수사한다는 점에서 더욱 한계가 있다. 더구나 대검 소속이라는 점에서 굳이 이런 기구를 둘 필요가 없어 보인다. 제도의 큰 틀과 그 설계는 단순할수록 좋다. 예외적인 제도의 도입은 외견상 그럴 듯 해보이지만 아무런 실속도 없고 실효성도 거두기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에서만 시행하던 특별검사제도는 미국에서도조차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스캔들과 관련된 특검 이후에는 한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 우리도 미국과 유사한 특검을 도입했지만 여덟 차례에 걸친 특검은 한번도 속 시원한 결과를 낸 적이 없고 국가예산만 축내고 말았다. 오히려 삼성특검같은 경우에는 면죄부만 부여하고 세금 감축만 해준 꼴이다. 고위공직자비리는 엄중하게 척결되어야 한다. 더구나 법관이나 검사와 같은 사법관의 비리척결은 민주법치국가의 구현을 위해서 더더욱 강하게 요구된다. 하지만 그럴수록 원론에 충실한 제도설계가 필요하다.


 “검찰에 대한 국민 불신의 원인은 검찰 내부에 있다”라는 김훈의 직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오늘 이 시점에 검찰이 겪고 있는 수모가 국민의 검찰로 거듭 태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검찰 개혁도 결국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아직도 대한민국 검찰은 할 일이 많아 보인다. 정의의 사도로서의 검찰로 거듭 태어나길 기대하면서, 법학도들도 법원이나 로펌에 너무 매료되지 말고 검찰관으로서 거악척결에 적극 동참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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