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에도 봄이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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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시장에도 봄이 오는가?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11.03.31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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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유 변호사(국제상사중재위원회 사무총장, 법무법인 태평양 국제중재팀장)

유난히 춥고 오랫동안 추위가 가시지 않은 지난 겨울이었다. 그런 겨울도 이제는 지난 듯하다. 창밖에 나무들이 새순을 내고 들판에도 푸른 끼가 돌기 시작했다. 일본 강점기의 이상화 시인은 아마도 바로 이런 즈음에 들을 바라보다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를 쓰셨을 법하다.

법률시장이 한참 시끄럽다. 로스쿨 졸업자에 대한 문제, 법률시장개방에 대한 대비, 법조개혁 등 오랫동안 숙제로 남아있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대한민국 법조계에 몰아닥치고 있다. 로스쿨 졸업자와 사법연수원 졸업자, 법무관 전역자들이 함께 진출하는 내년이 되면, 그 많은 인원들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당장 올해 7월부터 한국에 진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영국 로펌들이 서울에 나타나면 어떻게 될 것인지, 법관 선발제도와 검사 선발제도는 어떻게 바뀌는 것인지, 변호사협회장의 선거는 직선제로 바뀌는 것인지, 그야말로 대한민국 법조계는 변화의 ‘쓰나미’를 마주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한국의 법률가들은 모이면 이런 저런 걱정과 우려를 이야기하고 언론은 흥미로운 듯 법조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기업들이 세계를 누비고 스포츠, 예술, 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 1등을 해도 법률분야에서의 희소식은 별로 들어보지 못한 듯하다. 이쯤 되면 “도대체 언제쯤 우리 법률시장에도 봄이 올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한 듯싶다.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 법률가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 시험에 관한 한 어떤 나라의 법률가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법률문제를 분석하는 능력,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내는 능력에 있어서도 전 세계 어떤 법률가들보다 우수하다. 나는 그동안 막연히 생각하던 한국법률가의 능력을 지난 23년간 전 세계의 법률가들을 상대하면서 실제로 확인하고 경험을 통해 확신하게 되었다. 시험을 쳐서 경쟁력을 평가한다면 단연코 한국이 1등일 것이다. 2010년 비엔나국제중재경연대회에 처음 참가한 사법연수생팀은 전 세계 250여개팀과 겨루어서 당당히 본선에 진출해서 하바드 로스쿨팀과 나란히 32강까지 진출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올해에는 사법연수생과 로스쿨 학생 등 8개의 한국팀이 비엔나대회에, 7개팀이 홍콩대회에 참여한다. 유래가 없는 폭발적인 법조 인력의 증가와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가진 로스쿨 졸업생들의 배출이라는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그 인력을 잘 활용할 기회만 마련된다면, 이 위기는 우리 법률가들의 국제경쟁력을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계기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사법연수원 출신이든 로스쿨 출신이든 힘을 합치고 뜻을 모아서 세계시장을 상대로 경쟁력을 키우고 시장을 개척해 나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

변화는 위기이지만 위기야 말로 기회다. 어쩌면 위기만이 기회다. 전 세계 강대국에 둘러싸인 샌드위치 국가 ‘한국’은 법률분야에서는 중립적인 국가로서 아시아를 리드해 나갈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륙법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영미의 법률실무를 가장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한국의 법률시장에 대해 세계는 법률실무에서의 글로벌스탠다드를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아시아에서 최고 수준으로 성장한 한국의 로펌시장은 아시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 대한민국의 법률가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들어서고 있다. 불안하고 걱정이 앞서지만, 우리의 경쟁력과 잠재력을 믿고 앞을 보고 나아가야 할 때다. 아무리 추위가 심해도 봄은 온다. 우리 법률시장에 봄이 오고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는 그 날을 나는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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