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행시폐지론, '뜨거운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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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행시폐지론, '뜨거운 감자'
  • 법률저널
  • 승인 2002.12.2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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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과거 로마제국이 유럽을 지배했을 때 로마는 세계의 중심이었다. 세상의 중심인 로마로 가는 길은 제국의 크기만큼 다양했을 것이다. 그 많은 길 중에서 사람들은 가장 빠르고 편안한 길을 발견하고 그 길을 탄탄하게 만드는데 주력했을 것이다.

행정고시 폐지론이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현행 행정고시제도는 급변하는 시대에 맞는 인재를 선발할 수 없다는 논리가 주된 이유였다. 행시 폐지를 주장하는 후보진영은 정부가 일률적으로 시험을 통해 관료를 선발해서는 부처별·직책별 업무 특성에 맞는 적절한 인력을 채용하기 힘들고, 고시 열풍으로 대학 교육이 비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들의 지적은 타당하다. 다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행시 폐지라는 극단적인 방법뿐인가 하는 것이다.

이들은 행시를 폐지하고 개방형 직위와 계약직 공무원 체제로의 전환을 그 대안으로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다져온 임용 방식에 대한 철저한 검토 없이 시행 결과만 보고 행시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가 공무원을 뽑기 위해서는 가장 객관적인 준거를 확보해야 한다. 면접과 실적만이 채용의 기준이 된다면 임용에 있어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커진다. 또한 그동안의 공무원 조직 체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어 내부 분란의 소지가 생길 수도 있다.

행시 폐지의 주된 논거가 시대 변화에 맞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임용하자는 것이라면 방법적인 차원은 보다 현실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정부도 이런 문제 제기를 받아들이고 개선책을 마련해왔다. 외무고시를 시작으로 2004년부터 시행되는 '공직적격성테스트(PSAT)'는 지금까지 문제 제기된 단순 암기 방식보다 공직 수행에 필요한 종합 사고력·판단력을 가진 인재를 임용한다는 취지를 품고 있다. 또한 임용시험으로 뽑기 힘든 직역에 대해서는 개방형 임용 방식을 확대하고 부처별 수요 인력을 적극 파악, 이에 맞는 채용 권한을 각 부처에 줄 계획이다.

어떻게든 로마로만 갈 수도 있다. 비행기를 타서, 혹은 험난한 길을 새로 개척해서든.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공직 생활을 준비하는 수험생과 행정 부처가 이해할 수 있는 든든한 길을 만들고 이 길로 해서 로마에 가는 것이 불필요한 시간과 잡음을 줄일 수 있는 현명한 길이라는 것이다.

/김병철기자 bckim99@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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