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글로벌리더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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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된 글로벌리더의 꿈
  • 오사라
  • 승인 2011.03.25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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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 Oh 미국 Maryland 지방법원 Commissioner(Magistrate)

미국 로스쿨 클래스에서 퀴즈문제로 나올 법한 수수께끼 하나를 여기에 간단히 소개해 보겠다. 고고학적인 액션 스토리가 인디애나존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흥미로운데, 100% 실화라는 사실이 상상의 재미를 더한다.

FACTS: 지금으로부터 거의 천삼백 년 전, 신비로운 실크로드를 통해 대륙 간의 문화교류가 활짝 꽃을 피우던 무렵, 시대를 훌쩍 앞서가는 어떤 잘생긴 젊은 탐험가가 있었다. 그는 어린 십대 나이에 일찍이 자신의 고향 A국가를 떠나 당시의 강대국인 B국가로 유학을 간 뒤, 스케일을 뛰어넘는 세계여행을 꿈꾸게 된다. 국제적 통찰력이 각별히 예리한 이 청년은 드디어 각종 육로와 해로를 통해 인도, 페르시아, 터키를 포함한 광활한 실크로드 지역을 무사히 횡단하는 데 성공하고, 멋진 기행문을 집필하여 학문적으로 대성한다. 이 기행문은 727년 B국가에서 발행되어 당대의 여행가들, 승려들과 무역상인들 사이에서 백과사전처럼 널리 알려져 읽혀지다가 그 후 시간이 흐르며 실크로드의 몰락과 함께 역사에서 조용히 사라지게 된다. 그러다 무려 천여 년이 지난 1908년에 B국가 북서쪽 지방의 밀봉된 석굴 암자에서 기적처럼 우연히 이 책의 한 사본이 발견된다. 그 자리에서 한눈에 이 책의 진가를 알아본 C국가의 학자는 헐값으로 책을 구입하여 당장 자신의 본국으로 보낸다. C국가는 이 책을 받아서 국립도서관에 보물처럼 귀하게 소장하고 보호하며 그 이후로 지금까지 연구해 왔다.

QUESTION: 전문적인 문화재관련, 출소기한관련 국제법을 우선 뒤로 하고, 우리 모두가 잘 아는 간단한 계약법과 저작권법을 응용해 볼 때, 과연 국가 A, B, C 중에 누가 이 책의 소유권을 가지는가?

ANSWER: (1) C는 아무리 헐값이라고 하더라도 당당히 가격을 지불하고 책을 합법적으로 구매했기 때문에 C에 영구 소유권이 있다고 할 것이 분명하다. (2) B는 책이 본래 발행된 장소가 B국가인 만큼, 영토관할적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또한 책이 20세기 초 당시 B의 허가나 동의가 없이 반출되었다는 점을 고려해서 다른 국가의 소유권에 도전해 볼 가능성도 있겠다. (3) A는 저자의 국적이 A국이므로 책의 국적 또한 A국이라는 국적관할 법리를 펼쳐 볼 수 있겠다.

지난주에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해서 국립박물관에 전시된 왕오천축국전을 보면서 나는 큰 감동을 받았다. 우리의 조상으로서 신라 경주의 청년 혜초가 그 옛날 과감히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 저 멀리 광활한 서역지방을 활발히 여행하고 훌륭한 책을 지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자랑스러웠다. 글로벌시대 리더 양성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지금 시기에 혜초는 국제적 선구자로서, 또한 학자로서 멋진 롤 모델(Role Model)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로스쿨 학생들을 위해 이번 퀴즈를 만들면서 나는 상상을 했다. 20대의 젊은 혜초가 지금 이 글을 읽는다면 무엇이라고 할까? “캬, 설마 내가 쓴 책이 나중에 이렇게까지 유명해져서 강대국들이 소유권을 다투는 국제적 문화재가 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웃으면서 머리를 긁지 않을까 싶다.

사실 우리가 지금 노력하고 이루는 일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법조인으로서 쓰게 되는 판결문이나 학술적 연구가 훗날 역사박물관에 소장될 만한 보물급 문화재가 될 수도 있겠고,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큰 공헌을 할 수도 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에서 영원히 공인하는 엄청난 실적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8세기 당시에 혜초가 과연 어떤 국제적 대 야망을 품고 긴 여정에 고생을 하며 왕오천축국전을 집필했는지는 지금 알 수 없으나, 그의 노력의 성과가 결국 그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빛나게 만든 것은 확실하다. 우리도 글로벌리더의 아름다운 꿈을 멋진 미래의 현실로 구축할 수 있도록 도전정신을 가지고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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