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교실]무고죄에서의 허위에 대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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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교실]무고죄에서의 허위에 대한 인식
  • 법률저널
  • 승인 2011.03.2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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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인데, 50대 중반의 여성이 무고죄로 기소되어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건을 변론하게 되었다.

먼저 공소사실을 보면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어느 상가건물의 804호와 805호의 임대인이고 민효숙(가명)은 위 804호와 805호의 임차인이었는데 피고인은 민효숙이 박병채(가명)로부터 금원을 빌리는 것을 돕기 위하여 피고인 명의로 된 상가전세계약서, 임대차보증금 5,000만원 완납 영수증 각 1부를 작성하여 주었다. 피고인은 2010.1.22. A지방법원에 박병채가 피고인을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하며 위 영수증을 제출하자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고, 위 영수증은 박병채가 위조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박병채가 피고인 명의로 된 영수증을 위조한 후 그 영수증을 법원에 제출하였다는 내용으로 수사기관에 허위 고소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사실은 박병채가 위 영수증을 위조하여 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2010.6.3.경 어느 법무사 사무실에서 “박병채가 피고인 명의로 된 임대보증금 5,000만원 완납 영수증 1부를 위조하여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하였다”는 취지의 허위 고소장을 작성하여 2010.6.4. A지방검찰청에 제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박병채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무고하였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위 영수증에 피고인의 도장이 날인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어 무고로 재판을 받게 되었지만 그 이전까지는 영수증을 전혀 본 적이 없으며 박병채에게 돈을 한푼도 받은 것이 없기에 위와 같은 영수증을 작성하여 줄 이유도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피고인과의 상담을 통해 피고인은 오랫동안 임차인이었던 민효숙으로부터 보증금은 물론이고 월세조차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민효숙의 간곡한 부탁을 받아 임대인이 피고인이고 임차인이 박병채로 된 가짜 상가전세계약서를 작성하여 주기만 하면 이를 담보로 사채업자인 박병채로부터 돈을 빌려서 보증금과 월세를 낼 것이라는 다짐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피고인은 민효숙과 함께 박병채를 만나 부동산 사무실에서 상가전세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도장을 건네주었을 뿐이고 당시 박병채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없었기에 영수증을 써줄 이유도 없고 영수증까지 요구하였다면 당연히 거절하였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지만 영수증에 피고인의 도장이 날인되어 있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 피고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아마도 부동산사무실에서 피고인이 건네준 도장으로 상가전세계약서 뿐만 아니라 관행에 따라 계약서에 있던 보증금액에 대한 영수증까지 작성하고 날인이 되었으나 피고인은 위 영수증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못하여 기억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들기도 하였다. 위와 같이 상가전세계약서를 작성하게 된 시기가 2006.12.1.경으로 3년 6개월 정도나 지난 2010.6.경에 고소가 이루어진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였다.


피고인은 상가전세계약서를 작성하여 주었지만 민효숙으로부터 계속해서 보증금과 월세를 받지 못하였고 그러다가 민효숙이 갑자기 연락도 없이 식당 운영을 포기한 채 사라져 버렸고, 이에 박병채가 민효숙에게 빌려주었다며 5,000만원을 요구하였으나 피고인이 이를 거절하자 위 영수증을 근거로 법원에다가 피고인을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바람에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놀라고 황당하였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피고인이 법무사 사무실에 가서 박병채를 고소하겠다고 하였더니 법무사 사무실의 담당자로부터 영수증 위조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여 보라고 하였고 그에 따라 피고인이 부동산 사무실에 문의하였더니 부동산 사무실에서도 영수증을 작성하여 준 사실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바람에 이를 믿고 고소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재판과정에서 피고인측 변호인이 박병채의 진술을 부동의하여 검찰에서 박병채를 증인으로 신청하였고, 변호인은 부동산 사무실의 담당 직원을 증인으로 신청하여 증인 신문이 진행되었다.


박병채는 증인으로 출석하여 부동산 사무실에서 바로 금5,000만원을 지급한 것은 아니지만 곧 민효숙에게 송금하기로 하고 피고인도 보고 있는 자리에서 영수증을 작성한 것이 분명하고 부동산 사무실에서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통상적으로 영수증까지 작성하여 주며 자신은 영수증을 받아야 이에 따라서 돈을 빌려줄 수가 있는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추가적으로 당시 부동산 사무실에서 실제 상가전세에 대해 중개를 하지 않고 계약서만 대리 작성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계약서의 중개인란에 부동산 사무실을 기재하지 않고 ‘쌍방대리’라고만 기재하려고 하여 박병채가 중개비의 일부를 지급하면서까지 부동산 사무실을 기재하도록 하면서 영수증도 작성하였기에 비록 오랜 기간이 지났지만 기억이 분명히 난다는 것이었다.


다음 기일에 부동산 사무실의 담당직원은 계약서를 작성하여 준 기억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얼마 전에 피고인으로부터 영수증 사본을 보여주며 영수증 작성여부를 묻기에 돈거래도 없었다면 영수증 작성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으며 그 이후에 재차 문의를 받고 컴퓨터를 통해 영수증 초안 파일을 확인하고 나서야 솔직히 기억은 없지만 작성하여 준 것 같다고 대답한 적이 있다고 증언하였다.
 
증거조사가 끝난 후에 검사는 피고인이 비록 돈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영수증을 작성하여 주었던 것이 분명하며 박병채의 지급명령신청을 모면하기 위하여 허위의 고소를 하고도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면서 징역 1년 6월을 구형하였고, 변호인은 최근 피고인이 할머니가 되었음을 강조하면서 민효숙으로부터 월세나 보증금을 받지 못하여 지금까지도 피해가 엄청나며 당시 상가전세계약서만 허위로 작성하여 주면 되는 줄 알고 부동산 사무실에서 인감도장을 부동산 사무실 직원에게 건네주어 날인하는 과정에서 영수증에까지 날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피고인 입장에서는 당시 영수증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고 피고인이 박병채로부터 돈을 받지도 않았기에 영수증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을 못하고 있기에 무고에 대한 범의가 없으니 무죄를 선고하여 달라고 변론하였다. 피고인도 처음 박병채가 제시한 영수증을 보고 위조된 줄만 알았고 이를 부동산 사무실에 알아보고 확인까지 하였다며 너무나 억울하고 가족들에게는 부끄러워 말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을 하였다.

1심 법원은 무고의 범의는 고소의 내용이 허위라는 점에 확정적 인식이 있는 상태에서 고소에 이른 경우뿐만 아니라 미필적 인식이 있는 상태에서 이를 감수하고 고소에 이른 경우에도 인정된다고 전제하면서 박병채가 피고인을 상대로 지급명령 신청의 청구권원에 관한 전제사실은 모두 허위인 점(즉, 피고인이 박병채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임), 피고인이 위 지급명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고소에 이르게 되었고 피고인의 위 지급명령에 관한 민사사건에서의 주장 사실은 대부분 사실인 점, 피고인이 고소 직전에 부동산 사무실에 찾아가서 위 민사사건에서 증거로 제출된 영수증 사본을 제시하면서 당시 작성된 적이 있는지 여부를 물었고 ‘작성한 적이 없는 것 같다’는 답변을 듣고 고소에 이르게 된 점, 2010.8.5.경 부동산 사무실의 담당직원이 피고인으로부터 재차 문의를 받고 컴퓨터를 통해 확인함에 따라 영수증 발행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박병채와 대질 조사를 받으면서 영수증에 찍힌 인영이 피고인의 것임을 인지하고 부동산 사무실에서 이를 재차 확인한 후부터는 영수증이 위조된 것이 아니고 고소가 잘못된 것임을 인정한 점 등에다가 피고인이 중년의 여자로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단계에 있고 영수증 작성일은 고소일로부터 약 3년 6개월이나 이전이었고 피고인은 박병준으로부터 임차보증금을 직접 받지 않은 상태에서 박병준이 피고인에게 임차보증금을 직접 지급하였다는 주장을 하는 내용의 지급명령을 받고 당황하고 흥분한 상태에서 이 사건 영수증 작성부분까지 명확히 기억하지 못했을 개연성이 상당히 있었던 것으로 보여 박병채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무고의 범의를 가지고 박병채를 상대로 고소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피고인의 고소는 사실오인에 기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하였다. 결국 1심에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었다.

검사가 항소를 하였기에 현재 항소심 재판 중에 있기는 하나 피고인이 오랫동안 정신적 고통을 받다가 본건 무죄 선고로 마음의 치유가 되었을 것으로 보여 변호인의 입장에서 매우 기뻤다.
개인적으로 법조 실무에서 활동하다가 어쩌면 마지막으로 무죄를 받은 사건이어서 상당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창현 교수는...
연세대 법대 졸업, 법학박사
수원지검 검사, 이용호 사건 특검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부교수, 연세대, 법무연수원 강사
법무법인 세인 변호사,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변호사실무)

* 그동안 본지 형사교실 지면을 통해 생생한 형사실무칼럼을 기고해 왔던 이창현 변호사가 2011년 3월 2일자로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임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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