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취업시장, 고시는 불가피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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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취업시장, 고시는 불가피한 선택
  • 법률저널
  • 승인 2002.12.2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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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법학 전공자 30% 내외 합격자 배출 시대...출원률도 30%에 육박


제 44회 사법시험 2차 합격자 발표가 나면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이 서울대 합격자 중 비법학 전공자의 비율이었다. 서울대는 전체 합격자 333명 중에서 156명이 비법학 전공자로 47%에 이르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2000년 37%, 2001년 42%를 잇는 증가세여서 주목을 끌었다.

최종 합격자 998명 중에서 비법학 전공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27.8%로 지난해에 이어 20% 후반대의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44회 시험에 출원한 30,024명의 수험생 중 8,329명이 비법학 출신으로 전체의 27.7%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사법시험에 비법학 출신들이 몰리면서 대학교 타 전공 학생들의 법학 교육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2006년도부터 시행되는 법학 과목 35학점 이상 취득이라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 일찍부터 사시를 준비하는 비법학 학생들의 법학 과목 수강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학원공동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의 선진화를 책임져야 할 공대생까지도 사시 대열에 참여하면서 사법시험 선발인원 증가의 부작용을 경계하는 태도가 곳곳에서 보인다.

이런 결과는 분명히 사회 인력의 적절한 배치라는 큰 관점에서 보면 극히 당연한 문제제기이지만 실제 수험생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그들의 선택을 탓할 수 있는 상황만은 아니다.

2년간 벤처회사를 다니다 지난해부터 고시 공부를 시작한 박모씨(31)는 "벤처 경기가 무너지면서 이직을 준비했지만 갈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다"면서 "대학 시절에 자기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최근 취업 대란 시대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는 하소연을 했다.

실제로 올해 하반기 취업 시장은 예상과는 달리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 10월 잡링크가 67개 기업을 토대로 밝힌 취업 경쟁률은 67.3:1로써 지난해 67.7:1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런 결론은 올해 취업 경기가 좋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체감 경기는 더욱 컸다.

취업 후 강화되는 경쟁 구도 또한 사법시험으로 전환하는 이유로 자리잡는다.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향후 비전에 대해 확신을 갖는 직장인이 드물어 이왕 경쟁 사회에 있다면 몇 년 노력해서 판·검사, 변호사 등 전문 직종을 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강하다.

사법시험에 비법학 전공자까지 몰리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 단순히 사법시험 선발인원을 조정하고 비법학 전공자의 자격을 논해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 인력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 취업 시장의 유연성, 전문성 확보를 위한 기본적인 교육 체계, 대학 교육의 강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한 교육 개혁과 사회 인식의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사법시험에 비법학 전공자가 몰리는 현상을 반박할 논리는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김병철기자 bckim99@lec.co.kr

 

<표> 연도별 비법학 전공자 합격 비율

시험연도
합격인원(연수원입소자 기준)
비법학전공자수
1998년(40회)
678
147(21.6%)
1999년(41회)
741
165(22.2%)
2000년(42회)
812
271(33.9%)
2001년(43회)
976
270(27.7%)
2002년(44회)
998
278(27.8%)
*2002년(44회)
30,024
8,329(27.7%)

참고: *2002년 출원자 대비 비법학전공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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