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 개방, 두려울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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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시장 개방, 두려울 것 없다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11.03.18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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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2011년 7월부터 한-EU FTA가 발효되므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영국 로펌이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진출하게 되었다. 현재 약 일곱 개의 영국 및 미국 로펌이 한국 진출 준비를 마치고 7월경 서울에 분사무소를 낼 계획이라고 들었다.


참고로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일본에는 현재 약 350명의 외국변호사가 일본변호사연합회에 등록되어 있고 (실제로는 700 여명으로 추정됨) 30개의 외국 로펌이 진출하여 있는데, 50명 이상의 변호사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계 로펌 중 영국계는 시몬스 앤 시몬스(145명), 링크레이터스 (47명) 2개이고 미국계는 베이커 앤 매켄지 (125명), 빙햄 매커친 (60명), 존스 데이 (55명), 화이트 앤 케이스 (50명) 4개였다.


현재 세계 법률시장은 영국과 미국 로펌이 쟁패하는 양상이다. 국력과 변호사 수로 보면 미국이 앞서나, 영미법의 본산인 영국은 법조의 오랜 역사와 세계 전역에 걸친 식민지 경영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서 영국 로펌의 경쟁력은 매우 강하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인도, 남아프리카, 싱가포르, 홍콩, 중동이 영국의 식민지였으므로 아직 영국법의 전통이 남아 있고, 이를 배경으로 하여 영국 로펌이 자연스럽게 분사무소를 내고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런던은 로이드보험시장이 세계 보험시장을 지배하는 등 전통적으로 금융, 보험, 해상의 중심지 역할을 하여 왔다.


필자는 2007년부터 2008년까지 2년간 대한변협 사무총장 직을 수행하였는데, 해마다 영국변협 회장이 주한 영국 대사를 대동하여 대한변협을 방문해 법률시장 개방을 촉구하는 것을 보고 그 적극적인 자세에 새삼 놀랐다. 영국 변호사들은 의뢰인에 대한 자세와 의뢰인 확보를 위한 노력 양면에 걸쳐 매우 적극적이다. 영국 로펌에 법률질의를 하고 퇴근하면 대개는 다음날 아침에 신속하게 회신이 와 있곤 한다. 필자가 아는 M 영국변호사는 서울을 1년에 4회나 방문한다고 한다. 우리 변호사들도 영국변호사들의 의뢰인에 대한 투철한 봉사 자세를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법률개방의 결과 실패한 사례로는 독일이 대표적인데, 영국로펌의 대거 진출로 인하여 시장이 잠식되어 상위 10대 로펌 중 순수 독일 로펌은 2개만 남는 결과를 야기했다. 반면에 일본은 17년간을 치밀하게 준비하여 2005년 완전개방에 이르렀는데, 외국로펌을 좀처럼 이용하지 않는 보수적인 풍토에 힘입어 외국 로펌들이 초기에는 상당히 고전하다가 최근에야 인수합병, 해외투자, 지적재산권 등 분야에서 다소 성공을 거두고 있다.


우리의 경우 일본과 비슷한 양상이 예상된다. 우리가 일본보다 유리한 점은 첫째, 한국 최대 로펌이 400여명의 한국변호사를 보유하는 등 로펌이 일본보다 훨씬 대형화되어 있다는 점 둘째, 로펌의 전문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있어서 예컨대 국제중재 분야 등은 세계 중재시장에서 한국변호사에 대한 평가가 매우 높은 점 셋째, 많은 한국변호사들이 외국 유학의 경험이 있고 외국 로펌 근무 경험이 있어서 영미 로펌의 속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 넷째, 한국변호사의 영어실력이 일본변호사보다 뛰어나고 1980년대 초 이래 한국로펌에 외국변호사들이 이미 30 년 이상 근무해 왔으므로 굳이 외국로펌을 이용하지 않아도 외국 의뢰인에게 큰 불편이 없다는 점 등이다.


단점으로는 우리 국민이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외국제품이라도 품질만 뛰어나면 과감하게 구입하는 속성이 있어서 외국로펌에도 이러한 성향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2010년 말 서울변호사회 임원진이 동경변호사회를 공식 방문하였을 때 법률시장 개방의 결과 일본 대형로펌들이 타격을 많이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한국은 그 정도는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법률시장의 대책은 역시 전문화와 뛰어난 법률서비스 제공이다. 대형로펌은 대형포럼대로, 중소형로펌은 그 나름대로 분야별 전문화의 수준을 높여 의뢰인의 보다 나은 서비스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우리 기업이 외국로펌 대신 변함없이 한국 로펌을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직역확대도 중요하다. 기존의 송무와 자문 외에 기업과 정부에 법조인이 대거 진출하여 법률가의 역할을 새롭게 하고 법률시장의 파이를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3월 11일 국회가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기업에 준법지원인을 반드시 두도록 하고 변호사 또는 법학교수가 준법지원인을 담당하도록 한 것은 매우 뜻 깊다. 필자는 서울회장 임기 내내 준법지원인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으며, 준법지원인을 통해 높은 수준의 준법경영이 실현되어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정부 중앙부서와 280개 지방자치단체에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무담당관을 두는 방안도 조속히 실현되어야 하고, 합의부 이상 소송사건에 변호사강제주의를 도입하여 재판진행을 보다 원활하게 하는 동시에 판사가 본인소송 당사자의 도우미 역할에서 해방되어 사건 심리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물론 공익변호사 제도도 보다 확대하여 자력이 없는 국민이 변호사의 조력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국 로스쿨 졸업생의 약 15%는 기업에, 그리고 15% 정도는 정부에 진출하고 있는데, 우리는 기업과 정부에 진출하는 신규변호사의 비중이 각 5%에 그치고 있어서 이 두 부문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적극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 현재 약 700여명인 사내변호사를 2천명까지는 큰 문제없이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넓고 변호사가 할 일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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