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로스쿨제도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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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로스쿨제도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11.03.1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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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언 일본 변호사

일본에서는 2004년 로스쿨(법학대학원)이 출범했고 2006년부터 신사법시험이 시작됐다. 필자는 일본 로스쿨 1기로서, 제1회 신사법시험에 합격해서 일본 변호사가 되었다. 일본 로스쿨제도에 관해서는 익히 문제점이 많이 지적되어 왔고 법조계 내에서 로스쿨제도 전반에 관한 재논의가 가시화되고 있다. 내년부터 로스쿨 졸업자가 나올 한국에서는 일본의 선례를 참조하면 유익할 것이다.

일본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는 신규 변호사의 취업문제이다. 일본에서는 1974년에 변호사가 1만명을 넘었고 2003년에 2만명이 되었다. 2010년에 이미 3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신사법시험이 시작된 2006년 이후부터 매년, 전체 변호사 수의 약 10%의 신규 변호사가 탄생하고 있다. 사건 수는 사회문화적 발전 속도에 비례할 만큼 급작스레 늘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결국 취업을 못하는 신규 변호사가 날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취업을 했더라도, 클라이언트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 지기 시작했고 클라이언트를 획득하지 못하는 변호사는 승진은 물론 독립도 못하게 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로써 일본에서는 ‘변호사가 되면 평생 잘 살 수 있다’는 시대는 벌써 지나간 것이 됐다.

이같은 문제는 한국에서도 조만간에 발생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변호사 수가 급증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경제규모에 비해 일본보다 큰 로펌들이 많지만 로펌의 거대화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기존 로펌이 신규 변호사 채용 수를 규모 대비 채용 비율을 확대하지 못하면 취업을 못하는 신규 변호사는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로스쿨에서 변호사시험의 합격만을 위한 공부를 해서는 결코 안 된다.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변호사로서 필요한 기본 법률지식과 다양한 전문분야를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외에도 자신의 개성을 키우고 다른 사람과 차별화에도 전념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전문성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도 함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여러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각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유능한 법조인의 공급을 기대하는 사회에도 유익할 것이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높게 책정하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변호사시험의 합격 외에도 다양성 확보와 전문성 제고에도 적극 도전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과 달리 사법연수원을 통한 추가적인 교육과정도 없이 시험에 합격하면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때문에, 로스쿨에서 자신의 전문성이나 법률지식 이외의 능력을 키우는 것은 더욱 중요해 보인다.

최근 법무부가 신임 검사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로스쿨 재학생 중 일부를 사전 선발해 임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안다. 일본에서는 로스쿨을 졸업해도 신사법시험 합격 후 1년 동안 사법연수원에 가야하고, 그 과정에서 판·검사 교수요원들이 신사법시험 성적, 연수원 성적, 본인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신규 판·검사를 선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사법연수원이 폐지할 예정이기 때문에 로스쿨 재학생 중 일부를 사전 선발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점도 있지만 선발의 공평성 확보 여부가 우려된다. 그리고 자칫 이런 제도 때문에 로스쿨제도의 취지가 사라지게 되어 본말이 전도될까 염려된다. 검사가 되어도 넓은 지식과 전문성, 인간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전 선발된 로스쿨 재학생을 검사 과목에 집중시키지 말고 로스쿨에서 여러 가지 학문도 연마하고 다양한 경험도 체득할 기회와 동기를 줄 수 있는 제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혹, 사전 선발제를 실시한다고 해도 로스쿨에서 실무교육을 받으면서 각 분야별 법조인의 보람이나 자신의 적성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따라서 열정과 능력이 있는 학생이 검사가 될 수 있도록 사전 선발된 재학생 이외에도 희망하면 검사가 될 길도 남겨 두어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 한국 로스쿨제도가 일본 로스쿨제도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 많다. 양국 중 어느 쪽이 더 좋다는 것의 문제를 떠나, 법조 문화나 사회적 인식이 비슷한 상황에서 일본 로스쿨은 그나마 좀 더 일찍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리적으로도 아주 가까운 나라끼리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좋은 법조계를 만들기 위해서 서로 참조하면서 양국의 로스쿨제도가 계속 개선되는 것을 기원한다.

 

김기언 변호사는...

재일교포 3세로서 일본 쿄토대 법학부, 리츠매이칸대 로스쿨 졸업, 2006년 신사법시험 합격, 2007년 사법연수원 수료, 히카리종합법률사무소,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 생활 상담 센터 상담원, 재일 코리안 변호사 협회(LAZAK) 회원, 법무법인(유) 화우 근무, 현 변호사법인 오르비스(일본) 소속 및 신한은행(한국) 준법지원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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