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 충원시스템의 새로운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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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검사 충원시스템의 새로운 설계
  • 성낙인
  • 승인 2011.03.0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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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헌법학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당분간 법률가의 길은 투 트랙(two track)으로 진행된다.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 2년 과정을 수료한 경우와 로스쿨 3년 과정을 이수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경우이다.

대법원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바로 법관으로 임용하지 않을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향후 법관은 미국식으로 법원에서 ‘로클럭’(law clerk)으로 근무하는 경우와 변호사와 검사 중에서 충원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로클럭 제도는 자칫 몇 년 전에 폐지된 예비판사제도의 부활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갖게 된다. 만약 로클럭 출신이 대부분 법관으로 임용된다면 예비판사와 다른 것이 없을뿐더러 법조일원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로클럭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매우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작동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법무부는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에 대해 새로운 검사충원 방안을 발표하였는데, 로스쿨졸업 및 변호사시험 합격자 중에서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서 선발하는 경우는 지금의 연수원 졸업생을 검사로 채용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런데 사전선발제도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의 추천을 받아 3학년 1학기에 재학 중인 학생을 학교별 정원에 비례하여 후보군을 선발한 다음에 방학 동안에 검찰 심화실무실습과 연말의 면접을 거쳐서 예비 검사를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사전선발의 적실성과 문제점을 살펴보면 첫째, 우수한 검찰인력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하기는 요즈음 로펌을 선호하는 트랜드에 편승하여 대형 로펌들은 로스쿨 1년생까지도 입도선매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엘리트 선점 시장에 검찰이 뛰어드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로펌이라는 기업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최고의 윤리를 요하는 공익의 실현자인 검사를 변호사시험도 거치지 않은 이를 미리 뽑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법무부의 사전선발제도는 로스쿨의 조기정착을 바라는 국가적 책무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로스쿨의 핵심은 법률가를 시험을 통한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양성에 있다. 그런데 변호사시험이 지금의 사법시험과 유사한 형태로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이 된다면 로스쿨 교육은 황폐화될 수밖에 없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법무부는 재야 법조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입학생의 75% 이상이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도록 설계한 바 있다. 25개 로스쿨은 이에 화답하여 교육의 질적 제고를 다짐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로스쿨이 교육의 장이 아니라 시험의 장으로 전락하는 순간 이미 그것은 로스쿨로서의 생명력을 잃어버린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원장의 추천을 받아 학교에서 성실하게 학업을 이수한 학생에 대해 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국의 로스쿨을 일률적으로 정원에 비례하여 선발하는 것 또한 또 다른 로또 뽑기 식이 될 우려가 크다.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겠지만 로스쿨 사이의 선의의 경쟁은 필수적이다. 정원에 비례한 검사선발이 자칫 로스쿨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하는 제도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로클럭이던 사전선발이던 간에 법원과 검찰의 기본입장은 우수한 인력을 빨리 많이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시장의 거센 도전 앞에 법원검찰의 위기감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또한 우수한 인재들이 공직에서 더 많은 국가사회적 기여를 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법원검찰이 로펌이라는 시장을 상대로 너무 속 보이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동시에 기성 법조계에서도 이제 로스쿨제도의 당부를 시시비비할 때는 지났다는 점을 고려하여 대승적 차원에서 사안의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 설사 사법시험을 통한 법률가 충원시스템이 바람직하다고 하더라도 이미 로스쿨로 법제화된 현실을 외면하거나 거부해서는 안 된다. 사법시험의 대를 이을 로스쿨 출신의 차세대 법률가들에 대한 애정과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로스쿨 출신의 충원시스템을 현대판 음서(蔭敍)제도라고까지 폄하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전 세계적인 공직자 충원 시스템은 시험을 통한 선발이 아니라 인재를 두루 찾아나서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우리도 이미 행정부의 사무관충원이 행정고시 출신보다는 특채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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